[기고]금융으로 옮겨가는 인공지능의 힘

[기고]금융으로 옮겨가는 인공지능의 힘

구글 AI연구소가 만든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 세계 최고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의 대국으로 AI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거워졌다.

다른 게임과 달리 바둑은 경우의 수가 많아 컴퓨터 프로그램이 여전히 아마추어 수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알파고에 무려 3000만수의 일류 프로선수 기보를 학습시켰고, 알파고 프로그램끼리 대국을 시켜 승리한 판의 수들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실력을 쌓아 갔다. 그 결과 기존에 나와 있는 바둑 프로그램을 상대로 495전 494승 1패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유럽바둑챔피언 판후이 2단과 대국을 벌여 5대0으로 완승했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란 개념은 인간의 지성과 능력을 갖춘 시스템으로, 지난 1월 24일 영면에 든 마빈 리 민스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처음 만들었다. 현재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빅데이터와 딥러닝(컴퓨터에 사람의 사고방식을 가르쳐 스스로 학습하게 하는 알고리즘) 기술을 기반으로 AI는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AI가 기존의 산업을 침범하고 있는 대표 분야를 들면 금융·투자 서비스다.

우리나라에는 소비자와 접점이 가까운 `로보어드바이저`가 시장에 알려져 있으나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는 AI를 활용한 리서치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각) 골드만삭스가 이용하는 `켄쇼` 프로그램을 한 면에 걸쳐 다루면서 “로봇이 월스트리트를 침공(Invading)했다”고 보도했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으며, 금융·투자 같은 전문직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신문은 또 “50만달러 연봉을 받는 전문 애널리스트가 40시간에 걸쳐 하는 작업을 켄쇼는 수분 안에 처리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조만간 골드만삭스에서 대규모 인력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켄쇼는 기업 실적과 경제 수치, 관련 섹터 주가 움직임 등 방대한 양의 금융데이터를 분석해 투자자 질문에 답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북한 핵실험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켄쇼 검색엔진에 `북한 핵실험(North Korea Nuclear Test)`을 입력하면 켄쇼는 불과 몇 분 안에 미국과 아시아의 주가 변동, 관련 섹터 움직임, 심지어 달러 환율 변화 등 다양한 정보를 인포그래픽을 활용해 보여 준다.

국내에서 AI 리서치는 생소하지만 몇몇 기업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어떠한 것들이 가능해질까.

AI는 투자 리서치 분야를 크게 혁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 AI는 누군가 작성해 둔 문서 등을 검색해 보여 주는 수준이 아니라 검색 시점의 현재 금융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다양한 사안을 실시간 분석해 도출한 계산 결과다. 투자자는 이를 단순히 참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투자로 연결할 수 있는 기반 자료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배당투자를 원하는 투자자가 배당투자란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검색 시점의 금융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키워드가 함축하는 다양한 조건(배당성향, 실적, 시가배당률, 예상 배당금 등)을 만족시키는 포트폴리오를 실시간 계산하고 검색해 도출한다.

투자자는 최근 관심이 있는 다양한 주제(핀테크, MCN, 사물인터넷 등)와 관련된 포트폴리오군을 도출하고 그 가운데 실적 및 밸류에이션이 괜찮은 투자 종목을 추출,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

또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금리가 추가 인하된다면, 유가가 50달러 이상으로 상승한다면 금융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등 다양한 정치·경제 이벤트가 금융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도 AI가 분석해 낼 수 있다.

바둑에서 금융에 이르기까지 AI가 바꾸어 가는 다양한 분야 혁신과 변화에 능동적 준비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김재윤 위버플 대표 jykim@uberp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