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은 배우 자체보다 그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에 더 매력을 느낄 때가 있다. 그만큼 배우에게 있어 특징 있는 캐릭터는 중요하다. 하지만 여러 배역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강렬한’ 배역의 인상보다는 ‘배우’ 그 자체로 인식되는 경우도 있다. 배우 입장에서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하다. 누군지는 아는데 ‘뭘’ 했는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30대 남자 배우 김지석, 이상윤, 이재윤이 그렇다. 수려한 외모와 학벌, 부족함 없는 연기력을 갖췄다. 작품 또한 다작을 했으며 꽤 오랜 기간 활동 했지만 대중에게 강력한 한방이 없었다. 뜰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서 있는 셈이다.
배우 김지석은 2004년 MBC 드라마 ‘아가씨와 아줌마 사이’로 데뷔해 12년 동안 배우의 길을 걸은 베테랑 배우다. 시트콤부터 드라마, 영화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악역과 선한 역을 고루 소화하고 있다. 특히 가볍고 코믹한 이미지의 역할을 감칠맛 나게 연기한다.
활동 중간 한 방송을 통해 그의 할아버지가 김구 선생님의 제자였고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독립투사 김성일이라는 사실이 전해졌다. 큰아버지는 런던 최초 한인교회를 설립했고, 교수인 아버지는 기업체를 25년 동안 운영한 사실까지 알려졌다. 형은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수석 입학, 영국 수학 올림피아드 금상에 케임브리지대학 입학시험 최고 성적의 보유자다. 김지석 또한 한국외대 독어교육학 학사와 경희대 석사 자격증까지 소유했으며 외국어 수준 또한 뛰어나 활동 중간 새로운 이미지로 화제를 모았다.
이후 김지석은 기존 가지고 있던 가벼운 이미지를 벗고 로열 이미지를 구축했다. tvN ‘뇌섹시대-문제적 남자’에 출연해 지식인 면모를 드러냈다. 현재는 흥행 드라마 tvN ‘또 오해영’에 출연해 남녀 주인공 혹은 주변인의 문제를 판단하고, 해결하는 엘리트 변호사 역을 맡고 있다.
배우 이상윤은 2004년 맥주 광고로 데뷔해 12년 동안 활동하고 있다. 데뷔 시절부터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인 사실이 알려지며 연기 활동보다 훈훈한 외모, 스펙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주로 착한 역, 바른 이미지 역을 맡아 소화했다. 2012년 방송한 KBS2 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서 강우재역을 맡아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CF에서 또한 두각을 드러냈다. 주류, 보험, 통신사, 유제품, 스포츠웨어 등 깔끔한 이미지에 맞는 분야에서 탄탄한 인지도를 쌓고 있다. 최근 개봉한 스릴러 영화 ‘날, 보러와요’를 통해 새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2015년 tvN ‘두번째 스무살’ 제작발표회를 통해 “학창시절엔 집과 도서관 밖을 벗어나지 않는 생활을 했다. 그동안 맡아왔던 역 탓인지 주변 지인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가디건을 입고 신문을 볼 것 같다고 하는데, 전혀 그런 이미지처럼 살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오해영’에 출연 중인 이재윤은 6월 방송예정 E채널 예능프로그램 ‘GO독한 사재들’ 출연을 앞두고 있다. 동국대 연극영화과 출신 그는 2006년 MBC 드라마 ‘늑대’로 연기자 활동을 걸었다. 올해 배우활동 10년째를 맞은 그는 주로 여자 주인공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형 순애보 역을 맡았다. 남자다운 마스크와 선을 가진 그는 외모와 달리 강한 역보다는 선하고 친근한 역 맡아 활동했다.
현재 출연하고 있는 ‘또 오해영’에서는 남녀 주인공 서현진, 전혜빈, 에릭의 삼각 로맨스에 엉뚱하게 얽혀 사업도 망하고 철창행 신세를 지게 된 애잔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연기 활동 중간 KBS ‘우리동네 예체능’ 등을 통해 예능감과 더불어 활동적인 운동종목을 통해 더욱 다양한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어느 정도 연기력을 가진 이들 세 명에게 또다른 무언가를 요구하기에는 어렵다. 그리고 배우가 캐릭터를 압도한다고 해서 반드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중의 인식에 남을만한 캐릭터가 없거나, 미미하다는 것은 분명 배우로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작품이나 배역에서 일탈할 수 있는 포인트가 필요한 셈이다.
백융희 기자 yhbae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