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중국서 잇달아 시련...당국 규제로 곤혹

애플이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서 잇달아 시련을 겪고 있다. 베이징에서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 판매 중지 명령을 받는가 하면 당국 규제로 온라인 음악과 책 판매 서비스를 중단했다. 아이패드 상표권 분쟁으로 6000만달러를 지불하기도 했다. 그동안 급성장을 보여온 아이폰 판매도 주춤세다. 애플이 점차 시장을 확대함에 따라 중국 당국과 현지업체들이 지재권 소송을 제기하는 등 잇달아 태클을 걸고 있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일어난 애플의 아이폰6 판매 중지 지재권 판결은 애플의 이 같은 고민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전했다. 저널에 따르면 선전에 본사가 있는 중국 휴대전화업체 바이리는 애플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가 자사 휴대전화 `100C`의 외관 설계를 도용했다며 베이징시 지식재산권국에 제소했다. 이에 베이징시 지식재산권국은 지난달 10일 애플이 설계를 도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애플에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 판매를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애플, 중국서 잇달아 시련...당국 규제로 곤혹

판매 중지 명령은 베이징시로만 제한된다. 애플은 중앙법원에 항소했다. 항소가 진행되는 동안 판매 중지 명령은 보류, 아이폰6 판매에 당장은 영향이 없다. 실제 애플은 성명을 내고 “베이징시 당국 판결로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 중국 판매가 당장 영향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특허변호사 에드워드 리먼은 “애플이 특허 분쟁에서 어려운 싸움에 직면해 있다. 이미 작년에 바이리와의 특허 무효 소송에서 진적이 있기 때문에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내다봤다.

애플, 중국서 잇달아 시련...당국 규제로 곤혹

애플에 소송을 제기한 바이리는 무명 기업이다. 웹사이트조차 없다. 이런 기업이 어떻게 세계최고 IT기업이면서 지식재산(IP) 분야도 세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 아이폰 판매 중지 명령을 이끌어 냈을까.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이 해답을 유추할 수 있는 몇가지 사실을 내놨다. 저널은 바이리가 바이펀즈바이(Digione)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바이펀즈바이는 샤오미처럼 저가 스마트폰업체로 이름이 알려진 스타트업이다. 두 회사 간 법적 관계는 아직 안 알려졌다. 하지만 두 회사 사장은 모두 쉬궈시앙(Xu Guoxiang)이라고 저널은 소개했다. 바이리가 제기한 소장에도 바이펀즈바이가 언급돼 있다. 쉬는 2006년 바이펀즈바이를 창립했다. 이전에 화웨이의 글로벌 휴대폰 사업 마케팅 임원이었다. 중국 최대 인터넷업체 바이두가 2013년 바이펀즈바이에 투자, 최대 지분을 갖고 있다. 바이두 창업자 로빈 리(Robin Li)는 중국 중앙 정부의 정치자문위원이기도 하다. 바이리 뒤에 바이두와 바이펀즈바이, 쉬궈시앙이 있는 것이다.

애플은 중국 시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미국을 제칠 날이 얼마 안남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중국에서 지재권 분쟁을 겪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애플은 아이패드 상표권 매입에 6000만달러를 지불한 바 있다. 또 지난달 베이징 법원은 지갑에 `IPHONE` 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한 중국업체와 애플 간 상표분쟁에서 중국업체 편을 들어주었다. 지재권 분쟁뿐 아니라 서비스 일부도 중도하차했다.

지난 4월 온라인 서점 `아이북스`와 온라인 음악 서비스 `아이튠스`를 중단했다. 중국 당국이 서비스에 필요한 라이선스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폐쇄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애플은 중국 당국의 규제 사슬에 한발 비켜나 있었다. 중국 당국이 서버와 라우터 같은 네트워크 제품에 규제 칼날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최고 실력자 시진핑이 최근 하이테크 기술과 콘텐츠의 엄격한 통제를 주문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애플도 예외 없이 규제 칼날에 상처를 입고 있다. 수년간 급성장하던 스마트폰 판매도 줄었다. 지난 3월 26일 끝난 분기에서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애플이 13년만에 처음으로 분기 매출이 감소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애플은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을 여러 차례 방문하는 등 중국 당국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쿡이 최근 몇년간 가장 많이 방문한 아시아 국가가 중국이다. 중국 당국의 환심을 사기 위한 그의 `외교적 노력`은 워싱턴까지 이어졌다. 지난 9월 워싱턴에서 열린 시진핑을 위한 만찬 모임에 시진핑과 함께 헤드테이블에 앉았다. 쿡은 칭화대가 운영하는 경제스쿨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지난달 중국 차량호출서비스(카헤일링) 업체 디디에 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한 것도 당국 환심을 사기 위한 것으로 관측통들은 본다. 당시 쿡은 디디를 치켜세우면서 “중국서 혁신이 일어나는 본보기”라면서 “중국 판매량이 줄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이 시장규모면에서 미국을 제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