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극비리에 개발하고 있는 자율주행 전기자동차에 우리나라 중소기업 배터리 기술이 활용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전혀 새로운 배터리 기술이어서 애플 미래 자동차 기술 혁신의 비밀병기 역할을 한국 기업이 맡게 될 지 주목된다.
8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한국 배터리 개발 업체 A사와 `프로젝트 타이탄(가칭)`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한 기밀유지협약(NDA)을 맺었다. 지난주 애플 전기차 배터리 개발 관련 부서 직원이 A사를 방문하는 등 올해 초부터 한국과 미국 현지에서 관련 실무 작업을 지속해 왔다.
업계는 애플이 배터리를 전담할 업체로 A사만 낙점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애플은 기존의 전기차 디자인이나 기능·성능면에서 출발부터 완전히 다른 개념이지만 혁신성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자율주행차에만 있는 독창성 강한 배터리 확보에 주완점을 뒀다는 업계 시각이 나왔다.
A사는 20명 안팎의 배터리 전문 기술자로 뭉쳐진 업체로 중공(中空) 배터리 국제 특허기술을 보유했다. 이 배터리는 손가락 두 개 만한 굵기의 원통형 리튬이온 이차전지로, 가운데 구멍이 뚫린 게 다른 배터리와 구별되는 특이점이다.
배터리는 화학반응상 제품 중앙부에서 가장 많은 열을 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중앙부에 통로를 내 공기 흐름과 냉각을 원활하게 만들었다. 별도 냉각장치나 발열 방지 설계를 최소화할 수 있다. 고출력에도 유리한 셈이다. 이 공간을 활용해 배터리 용량 확장을 위한 병렬 연결에도 유리하게 디자인됐다.
애플은 기존 전기차에 널리 쓰이는 규격화된 원통·각형 배터리를 택하지 않고, 이 회사 중공 배터리 기술을 기초로 전기차 전용 독자 규격을 개발할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A사 고위 관계자는 “애플과는 비밀유지협약(NDA)을 맺었기 때문에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밝힐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애플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가 외부에 알려진 것은 2015년 초다. 애플은 최근 `맥북 에어` `아이맥` `아이패드` 개발을 주도한 밥 맨스필드를 프로젝트 총괄로 새로 선임했으며, 테슬라 자동차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 출신 크리스 포릿 등을 포함해 테슬라·포드·BMW에서 영입한 전문 인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