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방송 View] 드라마 VS 올림픽, 딜레마에 빠진 방송사

사진=MBC, SBS 제공
사진=MBC, SBS 제공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브라질 리우 올림픽이 지난 6일 개막한 가운데 각 방송사도 올림픽 모드에 돌입했다.

한국시각으로 오후 9시부터 올림픽 경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각 방송사도 이 시간대 이후부터 올림픽 주요 경기들을 중계한다. 이로 인해 기존 오후 9시 이후 방송하는 프로그램들은 올림픽 기간에는 대부분 결방할 예정이다.

각 방송사는 오후 11시 이후 방송하는 심야 예능을 줄줄이 결방했고, 오후 10시부터 방송하는 드라마들도 결방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예능프로그램과 달리 드라마의 결방은 상황에 따라 신중하게 검토되고 있다.

지난 8일과 9일 방송 3사의 월화드라마 중에서는 SBS ‘닥터스’만 이틀 연속 정상적으로 전파를 탔다. MBC ‘몬스터’는 지난 8일 하루 결방했고, KBS2 월화드라마는 ‘뷰티풀 마인드’가 지난 2일 종영했다. 후속작 ‘구르미 그린 달빛’은 22일 첫 방송할 예정이며 15일과 16일 드라마 방송시간대는 올림픽 중계로 대체된다.

수목드라마가 전파를 타는 10일과 11일에는 SBS ‘원티드’가 결방하고, KBS2 ‘함부로 애틋하게’는 이틀 연속 정상 방영한다.

문제는 MBC 수목드라마 ‘W’다. ‘W’를 2안으로 편성했던 MBC는 지난 10일 7회를 정상 방영했지만 11일에는 결방을 확정했다.

올림픽이 개막하면서 드라마 편성이 불규칙해지자 드라마 애청자들은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똑같은 경기를 방송 3사가 중계하는 건 전파 낭비일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드라마 팬들은 올림픽 중계와는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예정된 시간에 본 방송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갑작스럽게 결방 소식이 전해지기라도 하면 방송사를 향한 시청자들의 성토가 빗발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사진=엔터온뉴스 DB
사진=엔터온뉴스 DB

올림픽은 아니었지만 지상파 방송사의 스포츠 중계방송 때문에 드라마 팬들이 단체로 뿔난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MBC는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4차전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를 생중계했었다. MBC는 당시 중계방송이 끝나는 대로 ‘뉴스데스크’,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이하 ‘라디오스타’)를 순차적으로 방송할 예정이었지만 예상보다 경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결국 ‘그녀는 예뻤다’를 결방했다.

당시 MBC에는 드라마를 기다렸던 시청자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방송국 홈페이지 게시판은 비난글로 도배됐다. 당시 팬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그녀는 예뻤다’와 달리 정상적으로 방송한 ‘라디오스타’와 경기 시간이 길어지는 빌미를 제공했던 넥센 투수 조상우에게까지 원색적인 비난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드라마 결방에 시청자들의 반발이 심해지는 이유는 높아지는 드라마 인기에 비해 올림픽의 인기와 관심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올림픽이나 월드컵은 국가적 행사라는 개념이 있었고, 모든 국민들이 다 경기를 시청해야하는 시대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단적인 예로, 이번 올림픽 중계방송 시청률이 크게 낮아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예전 올림픽 중계방송은 기본적으로 20~30% 이상의 시청률이 보장됐지만 이제는 10%도 나오지 않는 만큼 올림픽은 이제 국민적 관심사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MBC, SBS 제공
사진=MBC, SBS 제공

실제로 이번 리우 올림픽 중계방송 시청률은 썩 좋지 못하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8일 방송한 리우올림픽 중계방송 중 가장 높았던 시청률은 전국기준 7.7%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날 방송한 ‘닥터스’는 21.3%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거액을 들여 올림픽 중계권을 계약한 이상 방송사는 드라마 때문에 올림픽 중계를 포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기대와 달리 리우 올림픽을 향한 국민들의 관심이 저조하면서 올림픽 중계방송은 점점 ‘계륵’으로 변하고 있다. 드라마 정규 방송과 올림픽 중계 사이에서 방송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