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가요 View] ‘괴물 신인’ 메이커 YG, 제조만 하고 관리는 뒷전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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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에서 투애니원(2NE1)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걸그룹 블랙핑크가 최근 베일을 벗었다. 블랙핑크의 노래는 공개 직후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순식간에 음원차트 1위를 싹쓸이했다.

각종 매체는 YG가 또 한 팀의 괴물 신인을 탄생시켰다며 연일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06년 데뷔한 빅뱅부터 투애니원, 위너, 아이콘, 블랙핑크까지 10년 동안 선보이는 그룹마다 시작부터 대중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이들뿐만 아니라 SBS ‘K팝스타’를 통해 발굴한 악동뮤지션, 이하이 등도 YG에서 성공적인 가수 신고식을 치렀다. 여기에 아직 정식으로 데뷔하지 않았지만 대중에 이름이 알려진 장한나, 문수아 같은 연습생들도 언제든지 선배 가수들의 뒤를 이을 ‘괴물 신인’ 재목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데뷔만 멋있게 한다고 해서 꼭 성공가도를 달리는 것은 아니다. 신인일수록 더 많은 활동 기회를 부여받으며 음악적 역량을 발전시켜야 하지만 YG의 탄탄한 아티스트 라인업 사이에서 그러기란 쉽지 않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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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YG는 신인 아티스트들을 데뷔만 화려하게 시켜놓고, 장기간 활동 없이 방치해놓는 경우가 있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위너다. 지난 2014년 데뷔하자마자 ‘공허해’, ‘컬러링’, ‘끼부리지마’ 등 한꺼번에 여러 개의 노래를 히트시켰던 이들은 당시 빅뱅의 뒤를 잇는 YG 대형 신인그룹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위너는 다음 앨범 ‘EXIT : E’를 발매하기까지 약 1년 반이라는 긴 공백기를 가졌다. YG는 위너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보다 아이콘 데뷔에 더 많은 공을 들였고, 이로 인해 위너는 한 단계 위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오랜 기다림 끝에 지난 2월 두 번째 미니앨범을 발매했지만 YG는 위너의 활동을 한 달 만에 마무리시켰다.

활동 종료 후 위너는 3개월 동안 JTBC 예능프로그램 ‘반달친구’에 출연해 브라운관에 계속 모습을 비추며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했다. 그러나 팬들이 정작 보고 싶어 하는 건 아이들을 돌보는 멤버들의 모습이 아닌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위너의 모습이었다.

이하이도 지난 2013년 정규 1집 ‘퍼스트 러브(First Love)’를 발매한 후 다음 앨범 ‘서울라이트(SEOULITE)’를 공개하기까지 3년이 걸렸으며, 악동뮤지션 또한 데뷔 앨범 ‘플레이(PLAY)’ 이후 다음 앨범 ‘사춘기 상(思春記 上)’이 나오기까지 2년을 소비했다.

물론 가수의 공백기가 항상 짧을 수만은 없다. 비활동 기간에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음악적 발전을 도모한다면 그 시간을 헛되게 보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이하이와 악동뮤지션이 가진 능력과 포텐셜을 생각한다면 YG가 줬던 강제 휴식기는 본인들에게나 팬들에게나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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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은 아니지만 투애니원 멤버였던 공민지가 YG를 떠난 이유도 이런 원인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투애니원은 지난 2014년 2월 발표한 정규 2집 ‘크러쉬(CRUSH)’ 이후 여러 가지 내부 사정이 겹치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투애니원 완전체 활동이 당장 불가능했더라도 소속사가 CL이나 산다라박처럼 공민지를 조금이나마 서포트 해줬다면 서로 얼굴을 붉히며 결별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괴물이라도 신인은 신인이다. 미디어에서 노출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대중의 관심은 금방 식게 되고, 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잃게 된다.

끊임없이 ‘괴물 신인’을 만들어내는 화수분 역할에만 힘을 쏟을 게 아니라 이들이 더 무서운 괴물로 성장할 수 있게끔 먼저 데뷔한 신인 아티스트 관리에도 더욱 신경을 써야 할 때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