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고 스마트공장이 중국에...지멘스 청두공장 가보니

베이징 국제공항에서 국내선으로 2시간 40분 남짓 비행 후 내린 중국 남서부 디지털도시 청두. 연중 200일이 넘게 구름낀 날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현지 직원의 설명 그대로 구름으로 뒤덮힌 하늘이 펼쳐졌다. 부모님께서 얼마나 해를 보고 싶었으면 자신의 이름을 `써니(Sunny)`라고 지었겠냐는 우스갯소리를 들으며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한 시간쯤 달려 도착한 지멘스 청두공장.

지멘스 중국 청두공장 내부.
지멘스 중국 청두공장 내부.

독일 암벡공장의 자매 공장인 이 곳은 독일 외 설립된 최초이자 독일 지역 외에 유일한 지멘스의 스마트공장이다. 암벡공장은 전 세계 스마트공장의 롤모델로 꼽히는 곳이다. 이곳은 2013년 9월 공식 가동을 시작했다.

청두공장은 암벡공장을 1대1 매핑(Mapping)해 기계와 소프트웨어 툴을 비롯해 처음부터 끝까지 가상 단계에서 전체 생산 공정을 기록하고 제어하는 시마틱 IT 제조 실행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동일하게 만들었다.

독일 암벡공장을 방문했던 경험이 있는 기자는 `과연 중국에서 어떻게 암벡공장과 버금가는 수준의 스마트공장을 꾸몄을까`라는 기대를 안고 공장으로 들어섰다.

처음 진입한 곳은 지하 부품 공급라인이다. 이곳에는 근로자가 아무도 없고 컨베이어밸트를 통해 윗 층 각 생산라인에 필요한 부품이 자동으로 공급된다. 특이한 점은 컨베이어벨트는 하나인데 그 위에 올라 있는 부품의 모양은 제각각이다. 서로 다른 기종의 제품이 윗 층 하나의 라인에서 조립되기 때문에, 각 제품에 필요한 부품이 필요한 위치로 자동으로 공급된다.

지멘스 중국 청두공장 내부.
지멘스 중국 청두공장 내부.

청두 공장에 들어오는 모든 부품과 재료, 제품에는 일련번호가 부여된다. 각각의 생산설비에는 센서와 측정장치가 부착됐다. 수 많은 센서는 수 천 만개의 정보를 주고받으며 스스로 작업 지시를 내린다. 이 때문에 한 라인에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100종류 이상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게 리용리 청두공장 공장장의 설명이다.

리용리 공장장은 “청두공장에서는 칩, 인쇄회로기판(PCB) 등 모든 재료에 레이저로 고유 일련번호(ID)를 새겨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한다”며 “재료에 이상이 생기면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용리 공장장이 관리자 패널을 터치하자 각각의 ID가 부여된 부품이 몇 시에 어떤 라인에서 조립됐고 현재 어떤 공정을 밟고 있는지, 다른 제품들과 연결 상태는 어떤지 등 세부 정보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 공장이 가장 자랑하는 것은 낮은 불량률이다. 청두공장의 공정 수율은 99.99885%로, 100만개당 불량품이 10개 정도에 불과하다. 첫 번째 공정 검사에서도 평균 99.5% 이상의 제품이 합격처리를 받을 만큼 낮은 불량률을 자랑한다. 이는 독일 암벡공장과 버금갈 정도로 낮은 불량률로, 암벡공장이 수십년 만에 해낸 일을 불과 3년만에 따라잡은 셈이다.

지멘스 중국 청두공장에서 근로자가 일을하는 모습.
지멘스 중국 청두공장에서 근로자가 일을하는 모습.

높은 수준의 품질 관리는 모든 공정 과정이 디지털화돼 기록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공정과정에서 매일 1300 만여 개의 데이터가 생성되고 이 빅테이터는 전체 공정을 확인하고 품질확인을 하는데 활용된다.

리용리 공장장은 “보통 공장의 불량률이 0.03%인 것을 감안하면 청두 공장 불량률 0.001%는 획기적인 수준”이라며 “가장 중요한 점은 불량률이 시스템에 의해 낮아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멘스 청두공장은 실제 제조 공정의 디지털화를 확인할 수 있는 중국 내 유일한 공장이다. 이 곳은 완전 통합된 디지털 방식으로 제조 과정을 기록·모니터링·분석·최적화해 연간 약 270만개에 이르는 컨트롤러 등 부품과 산업용 PC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10초당 1개 제품 유닛을 생산하며 청두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60%는 아시아 시장에 공급되며 나머지 40%는 유럽 시장에 공급된다. 청두공장은 디지털화를 통해 제품의 시장 출시 시간을 50% 넘게 단축시켰다. 일반적으로 공장을 디지털화 하면 적어도 30% 이상 단축할 수 있다는 통계를 뛰어넘는 수치다.

다만 독일 암벡공장과 자매공장이라고해서 모든 부분이 똑같지는 않았다. 암벡공장 자동화율은 75%가 넘기 때문에 공장 내에 근로자가 거의 없고 `로봇팔` 등 자동화설비가 많았던 반면, 청두공장은 암벡공장보다 약 두 배정도 더 많은 근로자가 일을하고 있었으며, 로봇팔 등 자동화설비 비중이 낮았다. 디지털화 부분은 독일 그대로 가져오고, 물리적인 일을 처리하는 부분은 중국 현지에 적합한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멘스 중국 청두공장 내부.
지멘스 중국 청두공장 내부.

청두공장에는 45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0분의 1 가량은 R&D 인력이다. 이곳은 또 미국 친환경건축물인증제 `LEED`에서 `골드` 등급을 받기도 했다. 공장의 디지털화뿐만 아니라 뛰어난 에너지 절감·효율성도 겸비했다.

청두(중국)=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