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자본, 유럽최대 데이터센터 인수 협상…안보 우려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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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본의 거침없는 공격적 인수합병(M&A)이 유럽 최대 데이터센터도 노리고 있다. 이에 대해 유럽에서는 안보 우려도 나왔다.

영국 더 타임스는 4일(현지시간) 중국 대형 데이터센터 제공업체 `데일리 테크(Daily Tech)` 주도 컨소시엄이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스위치(Global Switch)` 지분 50%를 인수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데이터센터제공업체 지분 절반이 중국에 매각되는 것을 놓고 영국에서 안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자본, 유럽최대 데이터센터 인수 협상…안보 우려 제기

영국인 데이비드·사이먼 루벤 형제가 소유한 `글로벌 스위치`는 영국 런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호주 시드니, 싱가포르 등 유럽과 아태지역 10곳에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역내 최대 데이터센터 제공업체다.

더 타임스는 글로벌스위치 모회사인 앨더스게이트인베스트먼트(Aldersgate Investments)가 데일리테크컨소시엄과 매각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데일리테크 컨소시엄에는 중국 국영 중국항공공업집단공사(AICC) 자회사인 `아빅 트러스트(Avic Trust)` 등 아시아계 투자자 10여곳이 참여했다. 데일리테크는 알리바바 그룹과 이베이의 인터넷 서버를 유치해 운영 관리하고 있는 중국 대형 데이터센터 기업이다.

유럽 최대 데이터센터 매각 움직임에 보안 전문가들은 우려감을 드러냈다. 하원 상임위원회 정보안보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말콤 리프킨드 영국 전 외무장관은 “영국 정보기관이 이번 매각의 잠재적 위험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는 이번 매각과 관련해 아무런 위험이 없다는 점을 확인해야 하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 안보와 관련돼 있다면 영국 기업을 매각하려는 이는 누구라도 영국 정부의 조언을 주의깊게 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글로벌스위치 대변인은 “중국 투자자가 경영이나 일상적인 회사 운영에 개입하지 않을 뿐 아니라 데이터센터에 있는 고객사 정보에도 접근할 수도 없다”면서 “나머지 지분 50%를 추가로 넘길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가 중국 정보기관에 몰래 해킹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중국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영국 남부에서 중국 기술로 원자력발전을 건설해 운영하는 프로젝트의 승인을 국가 안보를 이유로 연기,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 중국 자본은 유럽 항공, 원자력발전 등 인프라 분야를 비롯해 화학, 에너지, 부동산, 오락 등 전방위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선진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이 부각되고 로봇과 자동화설비 등 첨단기술 분야 투자도 활기를 띠고 있다.

올 상반기 중국 자본이 유럽에 투자한 규모는 724억달러로 집계됐다. 독일은 중국 기업의 집중적인 타깃이 되고 있다. 조사기관 EY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기업의 독일 투자는 108억달러, 총 37개 독일 기업을 인수했다. 지난해 전체(39개)에 육박하는 수치다. 올해 중국기업의 유럽 기업 매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중국 독일 투자액(10억달러) 자료:파이낸셜타임스, EY)
중국 독일 투자액(10억달러) 자료:파이낸셜타임스, EY)

이처럼 중국 투자자들이 인수합병을 선호하는 것은 인수합병을 통해 유럽 기업 브랜드와 기술력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데다 해외 경쟁력을 강화해 신흥시장개척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