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삼성 `엣지` 스마트폰 전면 등장…엣지 디스플레이 `빅뱅` 예고

삼성전자가 차기 갤럭시S 시리즈에 듀얼 엣지 디스플레이를 전면 도입하는 것은 기술과 시장성 모두에서 자신감을 쌓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험 시도에서 출발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총칭) 기술이 이제 세계 정상 수준에 오르고 스마트폰 시장의 주류로 떠오르자 삼성만의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이다.

◇엣지 디스플레이 `메인`으로

삼성전자가 가장자리가 휘어진 화면, 이른바 엣지 디스플레이를 스마트폰에 처음 적용한 것은 지난 2014년 9월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공개한 갤럭시노트4였다.

당시 삼성전자는 필기가 가능한 갤럭시노트4를 공개하면서 갤럭시노트4엣지라는 이름의 별도 제품을 추가로 내놨다.

노트4엣지는 휘어진 화면 위로 메뉴, 알림, 문자 메시지를 보여 줬다. 하나의 디스플레이임에도 마치 별도의 스크린이 장착된 것처럼 동작, 눈길을 끌었다.

이후 엣지 디스플레이는 `듀얼`로 발전했다. 화면 양쪽이 휜 듀얼 엣지 디스플레이가 2015년 3월 공개된 갤럭시S6 시리즈에 쓰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때도 평면 화면과 엣지 제품 두 가지를 내놨다.

올해 나온 갤럭시S7 시리즈에서도 이 같은 공식이 이어졌다. 평면 화면인 갤럭시S7과 듀얼 엣지 스크린이 적용된 갤럭시S7엣지가 동시에 출시됐다.

삼성은 플래그십 스마트폰에서 이른바 `병행전략`을 추진했다. 화면이 평평한 일반 스마트폰과 양 측면이 휜 듀얼 엣지 스마트폰 두 가지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했다. 디스플레이의 모양과 크기를 달리해 전체 스마트폰 디자인에 변화를 주고 다양한 소비자 취향을 만족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그러나 이제 이 공식이 완전히 깨졌다. 삼성은 평면과 엣지 투 트랙을 버리고 듀얼 엣지 하나로 가기 때문이다. 내년에 나올 갤럭시S8(가칭)의 화면 크기는 5.1인치와 5.5인치가 유지되지만 디자인은 듀얼 엣지로 통일된다.

◇듀얼 엣지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는

변화의 조짐은 노트7에서부터 엿보였다. 실험 판이던 노트4엣지를 제외하곤 노트 시리즈는 평면을 유지했다. 그러던 삼성이 올해는 듀얼 엣지 디자인의 노트7만 출시했다.

삼성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노트7 이후 플래그십 모델에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즉 엣지를 쓰기로 방침을 정했다”면서 “듀얼 엣지 스마트폰 성공이 가장 큰 이유”라고 전했다.

기대 이상의 성과에 듀얼 엣지 쪽으로 과감히 선회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고동진 사장도 듀얼 엣지 디스플레이의 성공을 지목했다.

고 사장은 지난달 초 노트7 기자간담회에서 “처음에는 듀얼 엣지 디스플레이에 호불호가 엇갈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차별화된 디자인과 뛰어난 그립감 등으로 소비자 반응이 좋아졌다”고 밝혔다. 시장에 차별화된 디자인과 만족도를 줬다는 것이다.

기술 자신감도 듀얼 엣지를 전면에 도입한 배경으로 보인다. 삼성은 갤럭시S6엣지를 출시한 2015년에 수율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엣지 패널 수율 문제로 제품 공급에 차질을 빚은 것이다.

하지만 약 2년이 지난 현재 수율 문제는 개선됐고, 양산 능력도 뒷받침되고 있다. S6엣지 이후에 내놓은 플래그십 모델만 세 가지(S6엣지플러스, 갤럭시S7엣지, 갤럭시노트7)다.

고 사장은 8월 기자간담회에서 “갤럭시S6에 엣지 디자인을 처음 도입하고도 수율이 낮아 시장에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면서 “품질 개선을 꾸준히 해 온 결과 이제는 엣지 디자인을 갤럭시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로 가져갈 수 있겠다고 판단, 앞으로 전략 제품의 엣지 비중을 가능하면 늘려 나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또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듀얼 엣지 디스플레이를 생산할 수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디스플레이를 외부에서 조달하지 않아 신속한 시장 대응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외부에 의존할 일이 없다.

◇엣지 디스플레이, 당분간 삼성 독점 사용할 듯

삼성전자가 엣지 디스플레이를 자사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아이덴티티로 내세우면서 관심은 삼성디스플레이에 쏠린다.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의 듀얼 엣지 디스플레이 사용을 사실상 독점할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듀얼 엣지 디스플레이를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에 공급하게 되면 삼성전자만의 색깔이 희석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있다.

단 이 경우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와의 거래 비중이 커져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 삼성전자라는 대형 거래처를 확보하는 대신 고객사 다변화 기회를 잃을 수 있다.

그러나 애플은 예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에 듀얼 엣지 디스플레이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듀얼 엣지지만 애플만의 디자인 변화가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에 대응하는 건 그만큼 `거대 바이어`이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 전용 라인을 구축, 디스플레이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