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의 성공경제]<56>선발주자들의 특성

[이장우의 성공경제]<56>선발주자들의 특성

오늘날 세계 경제는 수많은 선발 주자가 만들어 낸 새로운 가치 위에서 진화·발전해 왔다. 경제 사회를 이끌어 온 이들에게 있는 특성과 함께 영향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선발 주자들은 극한의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존재다. 극한의 불확실성이란 미래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예측 난망의 상황을 말한다.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극지를 탐험하는 존재에 비유할 수 있다. `뜻있는 곳에 길이 있다`라는 격언에 의지, `이루고자 하는` 자신의 신념에 길을 물으며 미래를 헤쳐 나가는 존재다. 이들은 도전 과정에서 필연으로 겪게 되는 위기 상황을 지혜로운 전략으로 돌파한다. 그래서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을 스스로 찾아내곤 한다.

이에 따라 선발 주자에게는 명확한 비전과 고유의 문화가 있다. 이러한 비전과 문화는 주로 창업자에 의해 주도된다. 그렇다고 오너 경영에 의해서만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오너 창업자의 독주보다는 비전과 문화를 시스템으로 이어 가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가업 승계로 비전과 문화를 이어 갈 수 있지만 창업자, 전문경영인, 외부 이해관계자 등이 협력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건강한 지배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지속 가능 경영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둘째 선발 주자들은 독특한 혁신 활동과 경영 방식을 실천한다. 예를 들면 전광석화 같은 개발 능력이 있어도 기회가 올 때까지 수십 년 동안을 연구개발(R&D)에 매진할 수 있는 전략 차원의 인내심과 끈기가 있다. 그 과정에서 무수한 실험과 반복 투자는 일상이다. 심지어 대를 이어 반복 실험을 하는 무한 추구 정신을 실천하기도 한다.

이들은 무한 추구를 위한 반복을 위해 일찍부터 생존 라인을 확보, 그 위에서 위험을 감수하는 지혜를 발휘한다. 그리고 운명을 건 의사 결정을 위해 세심한 과학 관리를 중시하며, 내부 역량에만 의존하지 않고 인수합병(M&A)이나 외부 인재 유입을 적극 활용한다. 특히 시장을 설득하고 후발 주자들의 추격에 맞서기 위해 유연한 경쟁 전략과 창의 마케팅에 힘을 쏟는다.

셋째 선발 주자들의 성공과 실패는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성과와 경험이 축적, 지역 사회와 국가 범위로 확산된다. 선발 주자들의 본산지인 미국 실리콘밸리는 결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만들어 낸 정책 산물이 아니다. 휴렛팩커드와 스탠퍼드대라는 선발 주자가 만들어 낸 국가 자산이다. 미국은 이러한 자산에 기초, 미래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원래 선발 주자는 황무지나 다름없는 지역에서의 열악한 여건을 극복하면서 세계 기업으로 명성을 떨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성공이 주변으로 확장돼 그 지역이 명소가 되고, 국가 경쟁력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은 선발 주자들의 영향력을 믿는다면 경제 정책의 틀을 근본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

우리는 국가 경제 정책이라 하면 하향식 접근만을 생각해 왔다. 정부가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투여해 산업을 일으키고, 그 위에서 기업이 부를 창출하고 그 속에서 국민이 경제 삶을 영위하는 것이 곧 국가가 할 일이라고 여긴다. 하향식 경제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는 영역은 자꾸 감소할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미래는 행복 및 창의력 강한 경제 주체가 기회를 잡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지역과 국가가 부강해질 수 있다. 상향식 경제 정책을 생각할 때다.

넷째 한국 경제에서 성공한 선발 주자들의 특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장 중요한 특성은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 탈피, 글로벌 시장에서 비전을 추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공 요건이 된다. 그리고 한 번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계속된 도전과 투자가 장기 생존에 중대한 기여를 했다.

현재 한국의 선발 주자들은 정보기술(IT) 제조와 인터넷·모바일은 물론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등 특정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수직식 통제와 족벌 경영 체제에서 벗어난 한국식 미래 경영을 실험하고 있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전자부품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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