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의 성공경제] <57>베스트(Best)와 퍼스트(First)

[이장우의 성공경제] <57>베스트(Best)와 퍼스트(First)

뛰어난 선발 주자라 하더라도 최고를 지향하는 후발 추격자에게 한순간에 따라잡힐 수 있다. 그래서 `최고가 선두를 꺾는다(best beats first)`라는 말이 생겼다. 이 말을 가장 잘 실천한 회사가 바로 삼성이다. 지난 30년 동안 삼성전자는 제일주의를 지향하며 기술 기업으로서 전 세계를 상대로 가장 흥미로운 성공을 이뤄 냈다.

한국식 현대 경영을 완성한 `삼성웨이(Samsung Way)`는 한국 기업이 당면하는 갈등 관계의 경영 요인을 효율 높게 결합함으로써 속도 경쟁력을 대폭 높였다. 그 결과 대규모 조직임에도 주요 사업 분야에서 재빠르게 전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삼성웨이는 한국의 미래 경영에는 미치지 못한다. 스피드 경쟁력을 살리는 융합 혁신이 미래에도 계속 필요하지만 한계에 봉착한 한국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새로운 혁신 방식이 요구된다.

퍼스트가 베스트에 의해 한순간 추월될 수 있듯 베스트 역시 현재 먹거리에 안주해서는 새로운 선발 주자에게 기존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 삼성은 베스트, 즉 빠른 후발 추격자 전략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스마트폰 사업에서 보듯 현재 중국과 애플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수직 및 위계형 의사결정 구조와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하는 획일화된 조직 문화는 조직 구성원에게 창의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한국의 미래 경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사업에서 세계 선발 주자 반열에 오른 네이버웨이(Naver Way)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네이버는 한국을 대표하는 선발 주자로서 `라인`이라는 세계 3위의 모바일 메신저 사업을 키워 냈으며, 시가총액이 29조원을 상회함으로써 국내 4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선발 주자 신화를 써 낸 네이버웨이를 살펴보면 기존 경영 방식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첫째 건강한 지배 구조를 갖추고 있다. 내부 지배 구조를 보면 창업자는 회사 미래와 기업 전체 전략을 조언하는 자문역을 맡고 일반 경영은 전문경영인, 사외이사는 수평 위치에서 의견을 제시하는 협력 형태를 취하고 있다. 외부 지배 구조 측면에서는 네이버가 자회사 지분을 100% 소유하는 투명한 형태를 보인다. 창업자 개인이나 가족 누구도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총수 일가가 순환출자에 의해 계열사를 지배하는 기존의 대기업 방식과는 구조가 다르다.

둘째 진화형 전략 수립 방식을 채택한다. 네이버에는 전략기획 부서가 공식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전략 수립은 개별 사업부에서 현장 경험을 기반으로 각자 스스로 알아서 진행한다. 이러한 방식은 불확실성의 정도가 극한으로 높은 사업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셋째 유연한 조직 구조를 지향한다. 네이버 셀 조직은 기획, 개발, 디자인 등 해당 서비스 개발 및 운영에 필요한 모든 인력과 자원을 자체 보유하며, 의사결정을 독자로 할 수 있는 자기 완결형 형태다. 네이버는 셀 조직 단위를 소규모화, 초기 벤처기업의 절박함과 기업가 정신을 구현하고자 한다.

넷째 인간에 대한 긍정 가정을 바탕으로 직급제를 폐지, 조직을 수평화했다. 전통의 교육 방식은 모두 폐지하고 일을 통해 지식을 공유하는 데 중점을 둔다. 직원은 자신이 원하는 다른 부서로 전직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며, 각 부서는 스스로 자원 배분의 우선 순위를 정할 수 있는 자율성이 주어진다.
이와 같은 네이버웨이는 한국식 미래 경영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앞으로 한국식 미래 경영은 네이버와 같은 선발 주자 도전과 실험으로 완성돼 나갈 것이다.

[이장우의 성공경제] <57>베스트(Best)와 퍼스트(First)

이장우 경북대 교수·전자부품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