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소기업 상생이 위태롭다. 자율합의에 의존한 나머지 반복되는 권고와 미약한 강제수단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과 대기업 분쟁 불씨가 상존한다. 제재 강화 등 대안 마련 필요성이 제기된다.
11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중기청은 대형 유통업체인 코스트코 송도점 사업 일시정지 이행명령을 검토 중이다. 중기청은 지난해 말 지역 소상공인과 코스트코 간 자율합의를 이유로 송도점 개점연기를 요청했지만 코스트코가 당초 일정을 이어가며 문제가 불거졌다. 중기청은 4일 사업개시 일시정지를 권고했지만 송도점은 결국 9일 개점을 강행했다.
이에 따라 중기청은 최고 5000만원 과태료를 코스트코에 물릴 예정이다. 또 코스트코가 내달 2일 발표 예정인 사업조정 권고안에 불복하면 최고 1억5000만원 벌금을 추가로 적용한다. 코스트코는 영업 일시정지를 제외한 사업조정 권고안은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과 분쟁에 직면한 중소기업·소상공인 입장에서는 그나마 강제성을 갖는 사업조정 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다. 중기청 사업조정은 소비자, 지방자치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해 조정안을 내놓는 제도다. 이마저도 대기업이 불복하면 과태료와 벌금 포함 최고 2억원을 부담하면 정상 영업을 할 수 있다. 여론의 뭇매가 부담이지만 대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지 않은 액수다.

2006년 제정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이 있지만, 대기업이 과태료를 감수하고 영업을 강행할 시 이를 견제할 수단도 마땅찮다.
중기청 관계자는 “200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649건 사업조정했고, 대기업도 여론 부담 때문에 사업조정 권고안을 무시한 적은 현재까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자 자율합의만으로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하는 동반성장위원회 역시 대-중소기업계 상생 추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동반위는 중소기업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과 대·중견기업 계열 MRO업계 간 상생협약을 두고 업계 2위 아이마켓코리아의 참여를 추진 중이다. 자율합의를 전제로 하지만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3년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새로 등장했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2일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소상공인 적합업종을 법제화해 권고 수준이 아닌 강제사항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현행 제도는 권고, 협의 도출을 기본으로 해 소상공인 보호에 한계가 있다”면서 “법안이 통과되면 법제화를 토대로 기존 대기업에 영업정지, 사업철수 등 시정명령, 이행강제금 부과가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중소기업 간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방향으로 대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대·중소기업 갈등은 제로섬 게임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면서 “법적 조치를 부과하기 전에 대기업 스스로가 업계 리더로서 중소기업을 끌어줘야 장기적으로 양자 모두 상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