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계약금 100억원의 비밀

김시소 기자
김시소 기자

최근 100억원을 넘긴 모바일게임 판권 계약료 사례가 속속 보고된다.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게임도 판권 확보에 100억원을 썼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다.

모바일게임 몸값이 높아지는 추세로 읽힌다. 국내 모바일게임에서 가장 높은 계약금을 받은 공식 게임은 넷게임즈가 만들고 넥슨이 출시한 `히트`다. 넥슨은 2015년 한 해 동안 배급권 확보에만 55억원을 썼다.

2년 사이 계약금을 두 배 높게 받을 정도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과 산업계 가치가 올라간 것일까.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근 알려진 계약금은 대부분 옵션이 포함된 금액이다. 일정 조건을 달성해야 받거나 현금 대신 받는 마케팅 지원을 합친 규모다. 미니멈개런티는 `히트` 시절에서 나아지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장르는 더 낮은 금액이 계약됐다.언뜻 보기에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외형은 성장하는 모양새다. 게임 하나로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는 기간이 짧아지고, 10조원 기업 가치가 거론되는 회사도 나왔다. 매출 2조원을 넘기는 회사도 곧 두 곳이나 나온다.

부익부 빈익빈이다. 잘 안 풀리는 기업이 99%다. 잘나가는 기업도 불안하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은 최근 “(게임회사는)신작 한 편을 만들 때마다 승부가 난다”며 위기감과 절실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계약금 100억원이 쉽게 거론되는 것은 상장을 준비하거나 상장한 게임회사가 많아진 탓이다. 투자 시장과 그 주변 `입`들이 한몫했다. 배급 계약 없이 자체 서비스를 준비하는 한 회사는 본인들 의지와 상관없이 100억원 계약설에 합류했다.

덩치를 키워야 투자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외부 평가와 평판도 신경 써야 한다. 물론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거품을 조심해야 한다. 언제나 땅에 발을 붙이고 있어야 한다. 게임 같은 흥행 산업은 더욱 그렇다. 억지로 올린 호가는 시장 전체에 부담이다. 이미 중국 게임 몸값은 예년에 비해 상승 추세다. 현실을 직시하고 내실 있는 사업을 꾸려야 한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