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View | 가요] 윤종신이 윤종신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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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015B 콘서트 오프닝 때 윤종신이 등장하자 20대 중반 관객들은 술렁거렸다. 방송인으로 활동하던 시기였다. 30대 이상의 팬들은 반가웠다. 그들에게 윤종신은 사랑을 노래한 가수였다. 이후 매월 윤종신은 그것을 증명했고, 올해도 증명한다.|


사진=엔터온뉴스 DB
<사진=엔터온뉴스 DB>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무려 7년 전인 2010년부터 월간 윤종신은 현재까지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윤종신이 매달 한 곡씩 음원을 발표하는 월간 윤종신은 긴 시간 동안 많은 가수의 목소리를 담아냈을 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윤종신의 감성과 감정 그리고 생각의 흐름을 보여준다.

간혹 사람들은 말한다. 안그래도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윤종신인데, 빠르게 음원을 내야 하는 상황 속 과거 윤종신의 감수성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냐며, ‘돌아오라’고 한다. 미스틱엔터테인먼트의 수장으로, 방송인으로, 가수로, 작곡·작사가로 살아가는 윤종신의 하루는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2015년 월간 윤종신 2월호 ‘버드맨(Birdman)’이라는 곡이 있다. ‘잔뜩 멋 부린 내 모습을 좋아해준 그대들/다 어디 갔나요’로 시작되는 노래는 ‘이제 좀 지겹다고/그대의 변덕 맞추기에/난 모자란 듯해요’ ‘나 이게 전부예요/내가 제일 잘하는 그거/시간이 흘러서 이제야 그럴듯한데/덜 익은 그때가 좋대’로 이어진다.

노래 속 윤종신은 자신의 날개를 발견한다. 오랫동안 괴롭혔던 고통이 살을 뚫고 나온 날개다. 윤종신은 그래도 괜찮다고 한다. 날개를 펼 수 있어서 뭐든 참을 수 있다고, 높은 곳이 아니어도 어디든 뭐든 좋다며 쇠잔한 날개를 쓰다듬어달라고 한다.

창작자로서 윤종신의 괴로움과 심적 고통이 잘 드러나는 노래다. 대중이 윤종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가질 때, 윤종신도 마찬가지다. 내면을 들여다보고 본질을 고민한다. 어찌 보면 수 십 년을 활동해오며 가장 혼란스럽고 어려울 사람은 본인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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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윤종신은 자신의 솔직한 심경을 노래로 담아내면서도, ‘내가 제일 잘 하는 그거’라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소신을 지니고 있다. 월간 윤종신이 7년간 지속될 수 있던 이유이기도 하다.

2017년의 포문을 연 월간 윤종신인 1월호 ‘세로’가 공개됐다. 오롯한 윤종신을 담아낸 노래다. 창작물을 바라보는 시선과 외로움을 향유하는 마음을 담았다. 먼저, 윤종신은 ‘세로’라는 형태를 서열과 순위, 즉 수직적인 구조로 바라봤다.

윤종신은 ”언제부턴가 가로로 퍼져있던 콘텐츠들이 세로로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순위가 매겨지면서 위아래가 나뉘고, 불필요한 경쟁을 하게 되고, 또다시 순위에 목을 매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많은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아니라 다수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일을 한다“고 말했다.

노래 역시 ‘누군가 세로로 세우려 해/나란히 가로가 어울린 우릴/사다리를 주며 빨리 올라 따라잡으라해’라는 가사는 창작자를 향한 잘못된 잣대를 꼬집는다. 윤종신은 “창작물의 완성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완성도가 높다고 더 가치 있는 작업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면서 창작물들이 세로가 아닌 ‘가로’로 놓여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세로로 움직이지 않아도 될 것들이 자꾸 남을 밟고 위로 가려고 몸부림을 치니까 우리가 새로운 걸 만들면서도 행복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결국 세로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들은 결국 행복하지 않은 것들인 셈이다.

더 나아가 윤종신이 생각하는 세로는 외롭고 첨예하다. ‘꿈틀대는 모난 삐딱함은/나를 울타리 밖으로 내던지네/아직 쉴 자격이 없는 나라며’라는 가사는 얼핏 보면 세로의 시선을 지닌 타인에 의해 고통 받는 모습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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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노래를 듣다 보면 이내 윤종신은 또 다른 외로움도 노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울리는 피아노 멜로디 위로 쓸쓸한 목소리로 ‘다 모여 떠들었던 시간은/내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홀로 가슴 후벼 파면 그제서야 날이서/이것저것 잡다하게 듣는 건/나날이 더 많아지고/세상은 날 더디다고 비웃어’라는 가사를 얹었다.

윤종신은 사람들이 세로의 시선을 거두어들일 때 비로소 탄생하는 자신 안의 뾰족함을 발견한다. 혼자만의 힘든 시간 속에서 좋은 작품이 탄생한다는 것. 윤종신은 “외로움을 추구하는 건 아닌데 경험상 나를 몰아세워야 좋은 곡이 나온다. 격려와 조언이 오히려 나를 무디게 만든다”고 자신만의 창작 스타일을 밝혔다.

자신이 만들어낸 홀로만의 공간은 윤종신에게 고통이자 위로다. 주변의 것이 사라진 무(無)의 상태로 돌아가야,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꺼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노래를 수도 없이 만들어냈던 윤종신은, 오랜만에 자신을 향한 위로의 곡을 내놓았다.

‘세로’를 들었던 리스너들은 ‘예전의 윤종신이 돌아왔다’고 감격한다. 하지만 윤종신은 묵묵히 자신만의 고요 속에서 꾸준히 자신의 감정을 노래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달려드는 날카로운 시선들에 마음을 찔려가며, 창작의 고통을 겪으면서 말이다. 윤종신은, 윤종신을 노래하고 있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