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욱 한국반도체산업협회회장은 23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연례 정기총회에서 “4차 산업혁명에 반도체 산업 역할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선도적인 혁신과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상생과 동반성장”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대표 상생프로그램으로 `패턴웨이퍼 지원사업`을 꼽았다. 패턴웨이퍼 지원사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동부하이텍 등 반도체 소자업체의 패턴웨이퍼를 국내 중소·중견 장비·소재 업체에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박 회장은 “패턴웨이퍼 사업으로 개발된 장비, 소재가 반도체 제조업체 구매로 이어지거나 수출 품목이 확대되는 등 중견·중소업체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전환점이 마련됐다”면서 “올해도 반도체 업체간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역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패턴웨이퍼는 미세한 패턴이 그려져 있어 새로운 장비나 소재의 공정 테스트에 사용된다. 2015년에 시작한 패턴웨이퍼 지원사업은 2015년 1630장, 2016년 2000장, 올해 2500장으로 지원 규모가 늘었다.
박 회장은 SK하이닉스 대표(부회장)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 관련 “아직 공식적으로 딜 조건이나 일정을 받지 못했다”면서 “제안이 오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반도체사업부 분사예정인 신설법인 19.9% 지분 인수제안서를 지난 3일 제출했다. 인수제안서에 3조원 이상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미국 원자력발전사업에서 입은 7조원 이상 손실을 메우려 반도체 사업부 신설법인 지분 19.9%를 매각하기로 한 당초 계획에서 50% 이상을 팔기로 방향을 튼 것으로 일본 외신이 전했다. 일본에서는 20% 이상 지분으로 경영 참여가 가능하다. 지분 50% 매각가격은 10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날 총회에서 최창식 동부하이텍 대표, 임민규 SK머티리얼즈 대표가 신규 임원으로, 손보익 실리콘웍스 대표는 변경 임원으로 선임됐다
총회 전 열린 반도체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호황이 끝났다는 얘기가 일부 나오지만 기우일 뿐”이라면서 “이번 반도체 호황은 퇴출 없이 판가상승 구간에 진입하는 등 이전과 다른 호황 사이클 양상을 보이며 길게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 핵심은 생각하는 기계”라면서 “머신러닝, 인공지능(AI) 등에는 버퍼메모리, 스토리지 등이 필수”라고 말했다. 올해 D램과 낸드 플래시 메모리 수급은 각각 -1.7%, -2.5% 공급부족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2위인 도시바가 손실을 메우느라 신규 투자 여력이 없을 것”이라면서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투자가 확대돼도 판가가 오르는 이례적 상황을 경험하며 호황 사이클을 두 번 거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반도체 산업 투자 우려에는 “중국 정부의 파격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반도체 업체와 치킨게임 양상으로 가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인텔, 퀄컴 등 미국 업체 사례와 같이 중국이 따라오지 못할 고성능 제품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준기자 1964wint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