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한국산 대형 변압기에 예비판정의 20배에 달하는 반덤핑 관세를 확정했다. 트럼프 신정부 출범 이후 한국산 제품에 대한 보호무역조치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관세부과 대상 업체 3곳 중 1곳만 예비판정에 비해 과도한 판정을 받아 업체별 대응에 따른 조치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최근 현대중공업이 수출하는 대형 변압기에 61%의 반덤핑 관세 최종 판정을 확정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9월 예비판정에서 현대중공업 3.09%, 일진 2.43%, 효성 1.76% 등 한국산 변압기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최종판정에서 현대중공업에 대한 관세율이 무려 20배로 늘어났다. 효성은 2.99%를 부과받았고, 일진도 예비판정과 비슷한 수준으로 부과됐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 8월 예비판정과 비교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최종판정으로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며 “미국 국제무역법원(CIT) 제소 등 법적인 절차를 통해 관세율 조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 관세율이 크게 높아진 배경에 미국 신정부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은 국내 1위 변압기 제조업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변압기 제조업체가 자국 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 등 외국 기업을 지속해서 견제해왔다”며 “트럼프 신정부가 표방하는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고관세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상무부가 개정 관세법의 `AFA(Adverse Facts Available:불리한 가용정보)`를 이용해 고관세를 결정했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 조항을 활용하면 피소업체가 제출한 자료와 통계를 사용하지 않고, 피소업체에 최대한 불리하게 덤핑마진을 산정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과 효성, 일진 등 한국 기업의 미국 변압기 수출액은 연간 2억달러(약 2300억원) 규모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