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온고지신]현장에 맞는 우수 연구원 제도가 필요하다

최근 국회에서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주관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 우수연구원 정년 연장에 관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우수연구원 제도는 출연연 특성에 따라 정원 10% 이내에서 우수연구원을 선발, 65세까지 정년을 보장하는 제도다. 2년 전부터 출연연 사정에 따라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2015년 말 공공기관에 일률적으로 적용한 임금피크제를 출연연에도 적용하면서 모습을 나타냈다.

출연연 연구원 정년은 원래 65세에서 62세로 줄었다. 그런데 정부는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출연연 정년은 줄인 상태 그대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자 했다. 연구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정부는 기존 우수연구원 제도 적용 비율을 15%로 늘리는 것으로 무마하고자 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수연구원 제도는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우수연구원 제도를 보상 차원에서 볼 것인지, 연구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볼 것인지를 두고 논의했다.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우수연구원 제도는 연구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보는 게 맞다.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우수한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연구자를 선발해야 한다.

연구 경쟁력 기준을 어떻게 세울 것이냐도 문제다. 논문과 특허만이 출연연 우수연구원을 가리는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출연연은 대학과 달리 집단연구가 주류를 이룬다. 이런 환경에서 우수 연구원을 뽑아 내기는 쉽지 않다.

예를 들어보자. 한국항공우주원에서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하는 연구자는 300명이 넘는다. 이들 가운데 누구 하나라도 실수하면 발사체는 공중에서 폭발하고 말 것이다. 나사 하나, 밸브 하나가 원인이 될 수 있다. 한국의 발사체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몇 명의 연구자가 아니라는 얘기다. 결과에 따라 연구현장에 있는 모두가 우수연구원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우수연구원으로 뽑히는 이는 대부분 원장을 비롯한 주요 보직자다. 하지만 이들이 우수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연구원은 보통 40대에 가장 왕성한 연구 활동을 한다. 이 때 우수한 능력을 보이면 연구책임자가 되고, 나아가 주요 보직을 맡게 된다.

연구원이 보직을 맡게 되면 연구 능력을 상실한다. 3년만 지나도 연구현장에서 큰 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연구 경쟁력만 따진다면 보직자는 우수 연구원이 될 수 없다. 출연연 연구원 가운데 10%나 15%를 우수 연구원으로 뽑아 이들만 정년을 연장해 준다는 제도 자체가 연구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우수 연구원 처우도 논란거리다. 10~15% 안에 드는 우수 연구원이라면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것 외에는 없다. 65세가 되면 연봉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럴 바에는 우수 연구원 제도는 없는 게 낫다. 공연히 연구원들 사기만 떨어뜨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연구 능력이 검증된 우수 연구원이라면 정년에 관계 없이 충분한 대우를 받으며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능력 있는 과학자의 경험과 노하우는 국가 차원에서도 귀중한 자산이다. 반면 임금피크제는 이들의 능력을 유통기간 지난 싸구려 상품으로 취급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언제쯤 우리 연구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현장감 있는 과기정책을 볼 수 있을지 답답한 시절이다.

[사이언스 온고지신]현장에 맞는 우수 연구원 제도가 필요하다

양수석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 총연합회장 ssyang@ka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