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머리가 궁금하다. 뇌지도 제작 전쟁이 시작됐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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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과 다리를 잃은 장애인이 생각만으로 인공 팔을 움직이고, 가고 싶은 곳으로 휠체어를 운전해 간다. 뇌-컴퓨터 접속기술로 일컫는 '뇌·기계 인터페이스(BMI·Brain Machine Interface)' 기술은 21세기에 탄생한 모든 기술을 능가하는 최첨단 기술로 손꼽힌다.

BMI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환자 의도와 판단을 분석하는 새로운 형태의 뇌-기계 인터페이스 'MMI(Mind Machine Interface)'는 인간이 새롭게 진화하는 혁신적 기술로 여겨지고 있다.

BMI와 MMI 기술 시작은 뇌로부터 출발한다. 인간 뇌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성과 없이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은 뜬구름 같은 상상에 불과하다.

선진국에 비해 다소 늦었지만 정부는 지난해 5월 핵심 뇌기술 조기 확보와 뇌연구 생태계 조성을 위한 '뇌과학 발전전략'을 수립했다.

뇌연구의 구심점 역할을 할 한국뇌연구원(KBRI)은 뇌과학 발전전략의 일환으로 지난해 대뇌피질융합연구단을 출범하고 올해부터 초정밀 뇌신경망 지도 제작을 위한 연구에 돌입했다. 생명체 유전정보를 담은 인간 게놈프로젝트는 이미 늦었지만 뇌지도 블루오션은 놓칠 수 없다는 전략이다. 올해가 우리나라는 뇌연구 신흥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원년이 되는 셈이다.

인간의 뇌는 약 1000억개의 신경세포로 구성돼 있다. 신경세포 사이에 일정 간격으로 끊어진 틈이 시냅스다. 시냅스는 전기·화학 신호를 전달하면서 인지, 운동, 기억, 학습 등 기능을 수행한다. 신호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각종 장애가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뇌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뇌 연구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알파고에서 보듯 인공지능(AI) 최고 지향점이자 4차산업혁명 출발점 역시 인간 뇌다.

뇌로부터 발생하는 각종 장애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단초는 뇌지도에 있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국가 연구개발(R&D) 사업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고유 사업으로 뇌지도 작성기술 관련 연구를 수행해 왔다.

현재 기초과학연구원(IBS) 이미징연구단이 연간 150억원 예산으로 치매환자 뇌영상을 통한 진단 및 예측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뇌연구원, 고려대 등은 연간 53억원의 예산으로 뇌투명화 기술 기반 발달장애 진단 및 멀티스케일 기능의 커넥토믹스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이와 관련해 KIST 뇌과학연구소는 지난달 신경 회로망들이 복잡하게 연결된 뇌조직을 실제 세포 배양에 쓰이는 생체재료 내에서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수많은 신경회로망들이 서로 복잡하게 연결된 뇌 조직을 체외 환경에서 재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연구는 사실 부분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5월 뇌과학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향후 10년간 3400억원의 예산을 투입, 2023년까지 뇌연구 기술 수준을 선진국 대비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총 사업비 가운데 뇌지도 작성, 초정밀 장비 구축,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 특화 뇌지도 구축에 19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뇌과학 발전전략은 최근 예비타당성조사 기술성 평가를 마치고 경제성 평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타당성을 통과하면 내년 4월부터 사업이 시작된다.

뇌과학 발전전략 핵심은 특화된 뇌지도 제작이다. 뇌지도는 뇌의 구조적, 기능적 연결성을 수치화, 시각화한 DB를 말한다. 정밀한 뇌지도는 특정 뇌부위, 뇌회로 변화와 긴밀하게 연관돼 있는 뇌질환 정밀 진단과 치료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어떤 뇌부위 자극이 뇌질환 치료에 필요한지에 정확한 뇌 내비게이션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뇌지도이다.

뇌지도 구축과 관련해 우리나라는 현재 나노매핑, 뇌투명화기술, 신경세포의 시냅스 생성활성 모니터링 기술, 시냅스 형성 여부 전자현미경 관찰법 등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대뇌피질(후두정엽) 설계도 확보를 위한 고위 뇌기능 특화지도와 노화뇌질환 특화뇌지도 DB를 2023년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한국뇌연구원이 보유한 3D 전자현미경. 연구원들이 뇌지도 제작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뇌연구원이 보유한 3D 전자현미경. 연구원들이 뇌지도 제작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뇌연구원은 뇌과학 발전전략 일환으로 올해 뇌지도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지난해 출범한 대뇌피질융합연구단은 올해부터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등 뇌연구 전문가들과 협력해 뇌신경망 지도 제작에 착수했다.

대뇌피질은 전두엽, 두정엽, 후두엽, 측두엽으로 나뉜다. 연구단은 두정엽의 후두정피질 부위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후두정피질은 신체에 들어온 감각정보를 통합하고 판단하는 곳으로 뇌에서 가장 고차원 기능을 맡는 곳이다.

연구단은 의사를 결정하는 특정 뉴런 및 신경회로의 활성 과정에 대해 규명하고 뇌신경망 지도와 동물 행동 분석 모델을 결합, 감각정보통합이 의사결정을 어떻게 끌어내는지 종합적으로 밝혀낼 계획이다.

올해 연구사업비로 정부 자금 20억원도 확보했다. 국내 주요 대학과 연구기관, 병원, 산업체 등과 융·복합 협력 연구도 한다. 우선 올해는 디지스트와 고위 뇌기능 이해 기반 장애 극복 기술개발에 나선다. 감각정보 융합을 통한 의사결정 기능을 총괄하는 후두정피질의 구조, 기능 회로도를 확보, MMI 개발을 위한 기반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광학-공학 기반 고해상도, 광역 이미징 기술, 마이크로 스케일 이미징 등 부족한 연구는 경북대, 울산과기대, 광주과기원, 포스텍 등과 협력해 연구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대뇌피질 연구를 위한 필수 장비인 대규모 3차원 전자현미경(연속블록면 주사전자현미경) 한 대를 추가로 구축한다. 현재 한국뇌연구원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자현미경 한 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뇌신경 세포 하나하나의 연결망을 파악해 두뇌 전체를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두 대 이상은 구축해야 한다.

한국뇌연구원 대뇌피질융합연구단을 총괄하는 라종철 뇌신경망연구부 박사는 “전자현미경 분석시스템 구축과 국내 뇌연구 대학 및 연구기관 간 협력연구를 통해 뇌신경망 지도를 구축하면 뇌구조와 기능을 지금보다 정밀하게 규명할 수 있어 신경회로를 이용한 정서장애, 뇌질환 조절기술, 뇌손상 제어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슈분석]머리가 궁금하다. 뇌지도 제작 전쟁이 시작됐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65세 이상 한국노인 치매 유병률 및 치매 환자수 추이(2012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전국치매역학조사)]

2012년 54만명 9.18%

2013년 57만6000명 9.39%

2014년 61만2000명 9.58%

2015년 64만 8000명 9.8%

2016년 68만5000명 9.99%

2020년 84만명 10.39%

2040년 196만명 11.9%

2015년 뇌질환 관련 사회경제적 비용 23조원(The Neurotechnology Industry 2016년 Report)

[뇌과학 발전전략 사업 규모]

2018년~2017년(10년간) 3400억원

특화 뇌지도 구축비 1900억원(지도작성, 초정밀장비, DB구축)

2017년 뇌지도 작성, 미래선점 뇌융합챌리진지 기술 시범사업 사업비 100억원

[뇌연구 선진국 대비 기술수준]

2014년 72%

2019년 80%

2023년 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