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멍청한 특허" 표현 놓고 '명예훼손 vs 표현의 자유' 법적공방

전자프론티어재단(EFF)과 호주 특허관리전문업체(NPE)의 '특허 혹평'을 둘러싼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한쪽은 '명예훼손'을, 다른 한쪽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각각 호주와 미국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미국 IT매체 아스테크니카는 디지털 권리보호 단체인 EFF가 호주 NPE 글로벌에퀴티매니지먼트SA(GEMSA, 이하 겜사)발 명예훼손 소송에 맞고소로 응수했다고 1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EFF는 지난해 6월 겜사 데이터 저장 관련 특허(US 6,690,400)를 '이달의 멍청한 특허'로 선정했다. 지난 1999년 출원(신청)된 해당 특허가 컴퓨터 데이터 보관소를 도식화한 그림에 불과하다는 판단에서다. 겜사가 해당 특허를 무기로 미국 혁신업체 수십여 곳을 제소했다는 점을 강하게 지탄했다.

EFF가 지난해 6월 '이달의 멍청한 특허'로 선정한 겜사(GEMSA)의 데이터 저장 관련 특허(US 6,690,400) / 자료: 미국 특허상표청(USPTO)
EFF가 지난해 6월 '이달의 멍청한 특허'로 선정한 겜사(GEMSA)의 데이터 저장 관련 특허(US 6,690,400) / 자료: 미국 특허상표청(USPTO)

겜사는 EFF측 평가에 앞서 에어비앤비와 우버,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이베이 등 최소 37개 업체를 특허침해로 제소했다. 각 업체 웹사이트 디자인이 자사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겜사는 주장했다.

EFF는 “만료가 3년밖에 남지 않은 고루한 특허를 내세워 첨단 업체를 공격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특히 NPE 선호지역인 텍사스동부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한 점과 침해 주장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들어 '업계에서 추방해야 할 행태'라고 강하게 공격했다.

겜사는 자사 특허가 '멍청한 특허' 꼬리표를 단지 넉 달 만인 지난해 10월, 호주 법원에 EFF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해당 게시물이 자사 평판을 크게 훼손했고 특허 라이선스 협상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쳤다는 게 겜사 측 주장이다.

남호주대법원은 겜사의 손을 들어주며 게시물 삭제를 명령했으나 EFF는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겜사가 지난 1월 게시글 삭제와 함께 75만달러(약 8억5000만원) 배상액을 추가로 청구하자 이번에는 EFF가 14일 캘리포니아북부지방법원에 호주 금지명령 무효화를 청구했다.

EFF는 “겜사가 게시글 삭제를 강요한 것은 미국 헌법 1조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미국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면 해외법은 이를 강제로 집행 조치할 수 없다. EFF는 '멍청한 특허'(Stupid Patent)라는 표현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된다고 주장했다. EFF 측 맞고소로 이번 분쟁은 일종의 해프닝에서 '명예훼손과 표현의 자유의 싸움'으로 번졌다.

EFF는 지난 2014년 8월부터 매달 '이달의 멍청한 특허'를 선정해왔다. IBM을 필두로 다양한 업체 특허를 혹평했지만 소송에 휘말린 경우는 이번이 두 번째다. 2015년 접수된 첫 명예훼손 소송은 원고 측 소송 철회로 끝났다.

외신은 이번 분쟁으로 겜사가 '특허괴물'로 낙인찍혔다고 평가했다. 미국 내 특허괴물 제재 강화 여론이 심해지는 환경에서 특허괴물로 유명세를 탄 이번 사건이 겜사에 독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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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소영 객원기자 ysy367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