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고전서사와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고전서사와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풀어 말하자면 예로부터 전해 온 이야기라는 뜻이다. 고전서사는 문화콘텐츠이자 그 자체로 스토리텔링이다.

저자는 고전소설을 전공했다. 고전문학이 연구실에 박제된 화석이 아니라는 믿음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변주되는지 관심을 갖고 연구했다. '고전서사와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은 이명현 중앙대 교수가 10년간 연구해온 결과물을 엮은 책이다.

'홍길동전' '별주부전' '장화홍련' '전우치'처럼 우리가 익히 아는 이야기는 현대에 들어와 영화, 만화, 게임으로 재해석됐다. 최근 인기를 끈 웹툰 '신과 함께'는 죽음과 관계된 한국 전통신화가 모티브다. 웹툰이 인기를 얻으며 영화도 제작 중이다.

이 책은 현대에 와서 바뀐 옛날 이야기들이 어떤 뿌리를 가졌는지 찾아본다. 원형과 시대상에서 파생한 이야기가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는 과정을 설명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병자호란을 거치며 청나라에 끌려갔다 돌아온 여인을 '환향녀(화냥년)'라고 부른다. 저자는 정절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핍박받은 이들이 90년대 들어 '원귀' 형태로 재현됐다고 말한다. 원귀 이미지가 대중매체에 등장한 것은 일제강점기 위안부 문제가 공식화되던 시기와 맞물린다.

이 교수는 1997년 '환향녀', 2008 '환향녀', 2011년 '환향-쥐불놀이' 세 편 드라마를 통해 '원귀' '훼손된 누이' 이미지가 어떻게 변주되는지 추적한다.

1997년 드라마가 사회구조적 문제보다 민족주의 관점에서 개인적 차원에서 용서와 화해의 결말을 추구했다면, 위안부 문제가 공론화 됐던 2008년 드라마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파국을 맞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2011년에는 '마을 사람들의 연대를 통한 복수'로 환향녀, 위안부 등 소수자를 공동체 안으로 끌어들인다. 시대와 사회상에 따라 이야기는 다른 생명력을 가진다.

'구미호'를 소재로 한 애니매이션 '천년 여우비'를 통해 시대에 따라 서사의 시점이 바뀌는 과정을 설명한다. '공포'와 '한'의 대명사인 구미호를 입체적으로 바라보자, 인간과 같이 어울리는 존재로 새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중세를 배경으로 한 온라인게임 '리니지'나 영화 '반지의 제왕'은 옛날 이야기가 몽환적, 낭만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대표 사례다.


책은 이런 예를 펼쳐 놓는다. 저자는 고전문화 계승은 단순히 옛것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늘날 사유와 인식을 접촉해 새로움을 가져야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고 강조한다. 과거의 것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박제'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신간]고전서사와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