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익그룹이 원익IPS와 테라세미콘의 합병을 재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원익홀딩스가 테라세미콘 지분 20% 이상을 확보하면서 장비, 재료 회사를 거느린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7일 원익그룹 고위 관계자는 “원익홀딩스가 지주사 요건을 맞췄기 때문에 원익IPS와 테라세미콘간 합병 작업은 잠정 중단됐다”면서 “각사가 주력 사업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익홀딩스는 작년 4분기 테라세미콘 지분 2.21%를 시장에서 매입했다. 지난 2월에는 테라세미콘 2대 주주인 삼성디스플레이 보유 지분 전량(지분율 11.5% 128만5858주, 316억원 규모)을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입했다. 이로써 원익홀딩스의 테라세미콘 지분율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11.5%에서 현재 25.09%로 늘어났다. 원익홀딩스가 테라세미콘 지분을 늘린 이유는 지주회사 전환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 2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원익그룹은 작년 4월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하고 원익IPS를 쪼개 원익홀딩스(존속회사)를 지주회사로, 원익IPS(신설회사)를 사업회사로 분할했다. 이후 원익IPS가 테라세미콘을 흡수합병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합병 비율에 불만을 제기한 테라세미콘 주주가 많아 합병안은 부결됐다. 원익홀딩스가 테라세미콘 지분율을 늘리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였다.
원익 관계자는 “원익홀딩스를 중심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재료 등 주력 사업군을 거느린 지주회사 진용이 갖춰졌다”면서 “원익IPS와 테라세미콘간 합병 필요성이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양사 합병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따른 경쟁력 강화, 연구개발(R&D) 역량 제고 등 시너지 효과가 있음을 감안해 장기적으로 합병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원익IPS는 플라즈마화학기상증착장비(PECVD), 원자층증착장비(ALD) 등 반도체 증착 장비가 주력 제품이다. 테라세미콘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 열처리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장비군 매출 비중이 70% 이상으로 높다. 양사 모두 올해 실적 전망이 좋다. 원익IPS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투자 확대로, 테라세미콘은 삼성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투자 확대로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합병 이슈가 사라졌기 때문에 원익IPS와 테라세미콘 모두 회사 본연의 사업 실적이나 성장성으로 주가가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