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삼성과 파운드리 결별…7나노 생산 TSMC에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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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스냅드래곤 AP. 14나노, 10나노 제품은 삼성전자가 생산했다.
퀄컴 스냅드래곤 AP. 14나노, 10나노 제품은 삼성전자가 생산했다.

퀄컴이 차세대 7나노 반도체 칩 생산을 삼성전자 대신 대만 TSMC에 맡겼다. 삼성과 퀄컴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동맹이 깨졌다. 앞서 애플도 삼성전자와 거래를 끊고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생산을 TSMC에 몰아줬다.

삼성전자는 최대 고객사 두 곳을 TSMC에 뺏겨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올해는 수주해놓은 퀄컴 10나노 AP, 모뎀칩 생산 물량으로 연간 실적에 큰 변화가 없겠지만, 신규 거래처를 확보하지 못하면 내년부터는 공장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퀄컴은 TSMC가 배포한 칩 개발 툴을 활용해 차세대 7나노 스냅드래곤 AP를 설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개발은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9월 TSMC에서 첫 가공을 마친 테스트 웨이퍼가 나오면 패키지 설계와 검증 작업 후 연말과 내년 초 사이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 매출은 5조원 초반으로 추정된다. 퀄컴 AP와 모뎀칩 위탁생산으로 거둬들이는 매출액은 2조원 안팎으로 전체 40% 비중을 차지한다. 이 물량이 다 빠지면 실적도 크게 꺾일 수밖에 없다.

7나노 물량을 뺏긴 이유는 삼성전자 공정 개발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TSMC는 10나노를 '거쳐가는 공정'으로 생각하고 차세대 7나노 공정 개발에 집중했다. 애플 외에는 10나노 고객사를 받지 않았다. 그 사이 수요는 16나노를 살짝 뜯어고친 12나노 공정을 개발해 대응했다. 삼성전자는 10나노에 집중했다. 10나노가 '장수 공정'이 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7나노 공정 개발에는 힘을 쏟지 않았다.

이 같은 전략이 빗나가면서 대형 고객사 이탈로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10나노와 7나노 사이에 8나노 공정을 새롭게 추가했다. 8나노는 10나노에서 큰 변화 없이 일부 회로 선폭만 줄인 '마이너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개발 툴도 동일하다. 내년 초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양산을 시작할 차세대 엑시노스 AP는 8나노로 나온다. 삼성 7나노 칩 양산은 신형 갤럭시노트 시리즈가 나오는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TSMC는 작년 하반기 7나노 공정 프로세스 키트를 고객사에 제공했으나 삼성전자는 올해 7월에야 첫 번째 베타 버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이미 지난해부터 칩 생산처를 삼성전자에서 TSMC로 갈아탔다. 아이폰7용 16나노 A10 AP 생산을 전량 TSMC에 맡겼다. 하반기 출시될 신형 아이폰용 10나노 AP A11(가칭)도 TSMC가 생산한다. TSMC는 전공정 경쟁력에 더해 후공정 패키지 분야에서도 성능과 두께를 줄일 수 있는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FoWLP) 기술을 업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전·후공정 생산 서비스를 일괄 제공해 애플 물량을 통으로 받아갔다.

현재 팬아웃 패키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업체는 TSMC가 유일하다. 애플이 지난해부터 AP에 팬아웃 패키징 기술을 적용한 이상 그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패키징 기술로 내려올 가능성은 없다. 삼성전자는 삼성전기와 협력해 동그란 웨이퍼에서 이뤄지는 팬아웃 패키징보다 생산 효율이 높은 팬아웃패널레벨패키지(FoPLP) 기술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AP에 이 패키징 기술을 적용하려면 1~2년 이상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 안에 애플 물량을 다시 받아오긴 힘들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이미 올해 초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새로운 고객사 발굴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면서 “그간 애플이 떨어져나간 빈 자리를 퀄컴 물량으로 메워왔으나 내년에는 그마저 힘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