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게임 심의, 검열과 서비스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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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부터 민간이 게임물 이용 등급을 매기는 자율 등급 시대가 열린다. 게임물 자체등급분류 제도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성인용 게임과 일부 아케이드를 제외한 모든 플랫폼 기반 게임물이 대상이다.

이미 모바일게임은 자체등급분류 제도가 정착됐다. 구글, 애플 등 글로벌 사업자가 주도한다. 민간이 자정 능력을 갖추고 사후관리(AS)를 핵심으로 콘텐츠를 유통한다.

게임물 자체등급분류 제도는 직접 효과보다 간접 효과가 크다. 사전 검열 시대가 저무는 것이다. 게임을 만드는 이들의 창작성을 보장하는 첫 단추다. 게임을 문화와 예술 영역으로 격상시키는 등용문이다.

글로벌 시장과 사업자에 비해 시작은 늦었지만 게임의 사회 위치가 유독 약한 한국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김시소 기자
<김시소 기자>

게임업계와 정부기관에 크나큰 책임감이 요구된다. 민간 자율로 콘텐츠 등급을 매기라는 것은 공공 책임을 민간 사업자에게 지우는 것이다. 게임업계는 자율을 방종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사회 합의와 상식선에서 마음껏 콘텐츠를 만들라는 것이다.

일부 업체가 선을 넘으면 게임 생태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기껏 찾은 권리를 다시 내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지금 게임업계를 이끄는 사람들이 보는 피해는 문제도 아니다. 다음 세대의 게임인에게 엄청난 부담을 지우는 일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같은 정부 기관은 서비스 정신을 갖춰야 한다. 심의 기관으로서 게임업계와 힘겨루기를 하려는 태도나 마음이 남았다면 이 기회에 떨어내야 한다. 여전히 게임업계는 게임위의 눈치를 본다. 이런 관계는 콘텐츠 산업 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게임위는 게임 산업을 보조하고 육성하는 조력자 역할을 자처해야 한다. 시행 초기에는 부작용과 돌발 상황이 있을 수밖에 없다. 게임위는 경찰이 되기보다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한다.

게임위와 게임업계는 무엇보다 대화를 더 많이 해야 한다. 최근 불거진 '리니지2레볼루션' '리니지M'의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 사태에서 게임위와 게임업계의 관계 발전 가능성을 봤다. 과도기 상황에서 혼란이 있었지만 어쨌든 당사자들은 긴밀하게 대화했다. 게임위는 원칙을 지키면서 유연성을 발휘했다. 사업자는 당장 서비스를 중지하지 않아도 됐다.

반면에 성인 게임의 결제 한도 개선이 늦춰지는 것에서 한계를 본다. 여전히 둘 사이가 어려운 관계라는 증거다. 게임업계 밖 여론이 좋지 않더라도 이것이 명분 없는 '멍에 씌우기'라면 인식 개선에 힘을 합쳐야 한다.

게임업계와 게임위는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게임 산업 발전이라는 공통 목표를 향해 함께 달려가는 한 몸이 될 때다. 동지 관계가 어울린다.

한국 게임 산업은 그동안 많은 산을 넘었다. 20년 동안 시총 10조원을 넘거나 바라보는 기업이 3곳이나 나왔다. 지금도 수많은 젊은이가 자신의 꿈을 게임에 투영시키고 있다.

한국 게임 산업이 성장기를 지나 완숙기에 접어들었다는 평도 나온다. 전통 관점에서는 맞다. 그러나 게임은 회춘이 가능한 산업이다. 한국 게임 산업 생태계를 이끌어 온 1세대 게임인과 정책 결정자들의 책임이 무겁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