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김은주 ITU 혁신협력국장 "한국이 글로벌 ICT성장 가교 역할 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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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김은주 ITU 혁신협력국장 "한국이 글로벌 ICT성장 가교 역할 맡아야"

그의 삶은 쉬운길을 마다한 도전의 연속이었다. 과거 체신부장관 자문과 학자로서 안정된 삶을 마다하고 태국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지역본부로 자원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을 극복하고, 인도와 네팔 오지를 찾아다니며 정보통신기술(ICT) 혁신 정책을 전파했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ITU 내 여성 최고위직에 올랐다.

김은주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혁신협력국장(Cheif Innovation and Partnership Department)을 만났다. 그는 ITU에 근무하는 관리자급 약 25명 중 단 2명뿐인 여성 국장이다. ITU 내 국제정책협력 분과인 'ITU-D'의 혁신 사업과, 글로벌 정책협력, 펀드 지원사업을 총괄한다.

글로벌 정부의 인프라 정보통신망, 애플리케이션, e-헬스, 교육, 규제정책을 논의하고 국제 조화를 이룰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지휘자다.

김 국장은 ICT가 저개발국가의 경제와 사회 전체의 혁신을 이끄는 기폭제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정부와 산업이 국제 영향력을 확대할 길은 ICT에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ITU 혁신협력국장으로서 ITU의 '이노베이션(혁신)' 활동은 무엇인가.

▲ITU는 지난 150년간 글로벌 혁신을 전담해온 UN 기구다. 전신에서 전화, 인터넷으로 기술진화가 이뤄지며 글로벌 사회와 경제를 혁신했다.

2014년 부산 ITU전권회의에서 한국이 제안하고 14개국이 공동 발의해 채택된 '커넥트 2020'은 △혁신·협력 △성장 △포용성 △지속성 네 가지 가치를 제시했다.

이 때 채택된 혁신의 구체적 의미는 글로벌 ICT 개발 아젠다를 만드는 역할이다. 글로벌 국가의 고른 성장을 위해 개발도상국 또는 저개발국가를 지원할 때 일회성 도움, 즉 물고기가 아니라 물고기를 잡을 낚시대를 지원한다.

전자정부, 인터넷 정보화사업과 같이 저개발 국가가 처한 상황을 분석, ICT혁신 가이드라인이 될 정책 제안을 개발한다.

-글로벌 이노베이션 사업 진행경과와 성과는.

▲2014년 커넥트 2020 결의문에 따라 한국이 펀드를 조성하고, 193개 ITU 회원국 중 대륙별로 6개 지역을 선정해 혁신 사업을 시작했다. 저개발국가 또는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혁신정책 수립단계다.

유럽에선 알바니아와 그리스, 독립국가연합(CIS)에서 몰도바, 아프리카에서 르완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태국, 미주지역 아르헨티나 6개국을 선정했다.

ITU혁신협력국과 미래창조과학부, 6개국 ICT 관련 부처가 공동으로 참여해 ICT 중심 혁신 정책 페이퍼를 작성한다. 현재 알바니아는 혁신정책보고서를 발표했고, 르완다는 이제 혁신정책을 시작했다. 몰도바와 태국, 아르헨티나는 보고서가 진행 중이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포함되는가.

▲혁신은 국가 잠재력을 끌어내는 과정이다. 그 나라의 수준에 맞게 맞춤형 눈높이에 따라 정확한 상황을 분석하고 진단해야 한다.

그 나라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가치를 도출하는 과정이 최우선이다. 많은 저개발 국가에서 정치적 의지, 비전,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정치적 안정과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는 과제를 도출하고, ICT로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르완다는 대통령이 국민 통합의 수단으로 ICT에 대한 비전을 갖고 정보화를 실행중이다. 방글라데시는 디지털방글라 전략을 세웠다.

알바니아의 경우에는 공공과 기업,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가장 필요한 과제가 무엇인지 도출했다. ICT가 중심이 되는 전자정부, 교육을 최우선 과제로 도출했다.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안, 스타트업 활성화 방안 등을 제시했다.

-글로벌 이노베이션사업에서 한국의 역할은.

▲한국은 ITU전권회의를 통해 글로벌 혁신사업의 가치와 실행방향을 제안했다. 자금도 지원했다.

더 중요한 건 개발도상국에 성장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오명 전 부총리와 윤동윤 전 체신부 장관이 그 대표적인 모델이다.

정치적 리더십과 정부 의지, 연구개발(R&D)이 조화를 이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파트너십이었다. 정치, 정부, 산업, 학계 등 산·학·연이 성공적 파트너십을 구축한 경험은 정책 개발 과정에서 중요한 나침반이 된다.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WTDC(World Telecom Development Conference) 의미는.

▲10월 9일부터 20일까지 아르헨티나에서 WTDC를 진행한다.

WTDC는 ITU 전 회원국과 회원사의 향후 4~5년 ICT개발정책과 전략을 총체적으로 검토하고 결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ICT 개발회의 중 하나다. 이 회의에서 혁신사업 진행결과가 보고될 예정이다.

ITU-R과 ITU-T는 기술 중심이라면, WTDC는 그 정책 중요성 때문에 정부 고위관계자가 가장 많이 참석하는 회의이기도 하다. 장·차관 등 150개국의 비중 있는 정책결정자가 참가한다.

한국이 제안하고 지원한 혁신 과제가 설립된 것은 3년 전이다. 이번 WTDC 회의에서는 차기 3년, 중장기 5년 등 더 구체적이고 맞춤화된 프로젝트가 논의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일자리 전망을 담은 보고서도 발간할 예정이다.

-중국, 일본과 비교해 우리나라 저개발국가 ICT 지원사업 현황과 위상은 어떤가.

▲활동하는 형태가 다르지만 한국의 경쟁력은 충분하다. 중국 화웨이를 예로 들자면, 정부와 기업이 밀접한 관계에서 인프라 지원 전략을 수립하고 정책을 수행한다.

시진핑 주석은 '일대일로' 전략을 내세웠다. 통신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프라 분야를 많은 시간을 들여 지원한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아프리카, 동남아 등 거대한 인프라 투자를 막강한 자금을 투입해 대규모로 진행한다.

그에 비하면, 일본은 대규모 인프라 방식 투자는 아니지만, 자국과 이해관계가 있는 나라를 중심으로 자이카(JAICA) 등 펀딩기구와 함께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자금력도 우수하다. ITU 분감금 규모는 미국과 함께 1위 수준이다.

반면, 한국은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필요한 국가를 찾아 '원-투-원' 방식으로 지원하는 사례가 많다. 한국은 펀드를 일부 지원하고, 중국에 비해서는 소규모이지만 장점은 충분하다. 인프라 위주 대규모 투자에 대해서는 위압감과 부담을 느끼는 시선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과거 어려움을 겪은 경험을 살려 정책방안에 대한 툴을 주고, 방안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르완다나 미주지역 국가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우리나라는 소프트파워적 접근과 정책, 기술, 인력 분야의 지원이 강하기 때문에 충분히 효율적이고, 경쟁력을 살려갈 수 있다.

-우리나라 ICT 외교 전략에서 부족한 부분은 없나.

▲국제 조화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ITU ICT개발지수(IDI) 1위권을 차지하는 현실을 보면, 우리나라의 기술력과 인프라는 세계 최상위권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한국이 쓰고 있는 용어와 문화가 국제적으로 호환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서 손해를 보는 부분이 많다.

2017년 수단과 스웨덴을 거의 동시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UN이 제시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 17개를 정부기관과 기업이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고, 경영, 정책 목표 슬로건으로 삼고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 지속가능개발목표라는 말 자체도 어렵다. 이렇게 해서는 지원 대상국을 갔을 때 그 나라와 통용이 안 된다.

글로벌 사회가 추진하는 정책과 호흡을 맞추고, 국제기구, 기업이 사용하는 언어를 생활 속에서 사용하고, 정부와 기업 내부에 체화할 필요가 있다. 모든 면에서 국제사회와 조화와 통합, 융합을 이룰 방안을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리정부의 ICT 외교전략과 관련해 우리나라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혼자 독주하는 방식은 곤란하다. 협상과 화해와 협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원하는 게 있으면 공동 컨센서스를 얻어내야 한다. 한국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바탕으로, 기여를 하면서 리드해나간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한국의 경험을 국제사회와 폭넓게 공유하면서, 실질적 도움을 주고 폭넓은 지지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작지만 장점을 살릴 수 있다.

한국이 작은 나라지만, 글로벌 사회의 가교이자 매개작용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어떤 주제 건 완충 작용을 할 수 있도록 전략적 역할을 찾아나가야 한다.

-저개발 국가를 비롯해 글로벌 국가 차원의 ICT 성장을 위해 4차 산업혁명 대응을 빼놓을 수 없다. ITU 차원의 4차 산업혁명 추진 방향은.

▲4차 산업의 중심은 '협력적 혁신'이다. 미래 산업은 모든 게 융합이 된다. 정책을 담당하는 국제기구와 국가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융합을 기반으로 '무에서 유'라고 할 만큼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글로벌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ITU는 글로벌 융합 프로젝트를 활발히 진행한다. 국제보건기구(WHO)와 e-헬스, m(모바일)-헬스 프로젝트를 구성한다.

참여 주체별로도 융합이다. 아프리카·아시아 국가 참여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정부와 국제기구, 통신업체와 보험. 의료산업이 대규모 파트너십의 사례로 융합 성공사례를 만들어낸다.

ITU는 월드뱅크, 게이트 재단과도 협력을 추진한다. 디지털금융과 핀테크를 글로벌과 지역 차원에서 발전시킬 방향을 고민한다.

-우리 정부가 4차 산업혁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그림을 크게 그려야 한다. 행정 차원에서 미래부니 기획재정부 등으로 나눠놨지만, ITU가 추진하는 것처럼 모든 건 하나라는 생각이 필요하다.

모든 것이 융합되는 게 미래 사회다 이른바 '스마트 사회'라고 부른다.

미래 사회에는 교육과, 농업, 교통. 바이오, 에너지 등이 단독으로 발전하기 쉽지 않아. 10~20년 후에는 좀 더 총체적인 융합이 다양하게 이뤄질 것 같다.

어느 부처가 됐건, 모든 산업이 통합적으로 융합이 되고 끊김 없는(심리스)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회가 온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테크놀로지가 원동력이 될 것이다. AI 활성화는 센서, 의학, 지능,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응용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을 칸막이를 뛰어 넘어 포괄적이고 전략적으로 활용해 융합할 능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국제사회의 4차 산업혁명 대응 논의에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국제적 흐름 속에서 맞춰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여성으로서 국제기구 최고위직에 올랐다.

▲ITU 관리자급 25명 중 나를 포함해 2명이 여성이다. 최근 전문가급으로는 여성이 많이 진출하고 있다.

ITU라는 분야 자체가 남성 중심이어서 여성이 진출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한국 체신부와 영국 런던대와 다국적 기업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개도국 현장에서 봉사하기 위해 태국 아태본부에서 ITU 정직원으로 자원했다. 본부장으로 13년간 근부하다 2014년부터 ITU본부로 발령됐다.

초기에는 아시아인에 여성이라는 점에서 차별이 심했다. 주요 업무는 주지 않고 제대로 된 사무실도 없었다.

그러나 ITU 차원에서 성평등, 여성 지위 향상 등 프로젝트를 폭넓게 추진하며 ICT 산업계 내에서도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있다.

남녀가 서로 도우면서 공통의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단계에는 (여성에 대해) 지원 해주고, 성숙이 됐을 때 자기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조화를 이루는 정책이 필요하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