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LGD, OLED 파상공세...중견·중소 협력사 성장 기회

[해설] LGD, OLED 파상공세...중견·중소 협력사 성장 기회

LG디스플레이가 10.5세대 초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와 8세대 OLED 생산능력 증설을 동시 추진하는 것은 대형 OLED TV 시장을 빠르게 확대하기 위한 초강수다. 6세대 플렉시블 OLED까지 동시에 투자하면서 막대한 설비 투자 부담을 안게 됐지만 중국 정부의 투자 지원과 주요 고객사의 설비 지원금으로 OLED 파상 공세에 나설 수 있게 됐다.

LG디스플레이는 매년 3조~4조원대 설비를 투자했다.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에만 집중 투자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대형과 중소형 OLED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형 OLED 패널을 양산하지만 이는 경쟁력인 동시에 시장 확산의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한정된 연간 투자비로 대형과 중소형 OLED 사업을 모두 키우는 게 무리라는 시각도 있었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시장 확대를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형 OLED 수율이 안정됐고 수익이 발생하기 시작한 만큼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려 시장을 키울 시기를 맞았다. 8세대 OLED에 우선 투자해 투자비를 마련한 뒤 10.5세대에 투자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중국 정부 투자를 유치해 8세대 OLED 이익을 극대화하고 10.5세대에 동시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중국 광저우시는 8.5세대 OLED 라인 투자비의 상당 수준을 지원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투자 유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8.5세대 OLED를 생산하면 첨단 기술이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미미한 분위기다. 중국에서 LCD 라인을 운용하는 동안 인력이나 기술 유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되레 국내 생산라인보다 더 철저하게 보안 유지를 하고 있어 OLED 라인 운용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니가 내놓은 OLED TV가 좋은 반응을 얻었고 중국과 유럽 TV 제조사들이 OLED TV 제품군을 늘리고 싶어 하지만 패널 공급량이 제한적이어서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국에서 8.5세대 OLED를 만들면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어 시장 확산과 이익률 확대를 모두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형 OLED에서 초격차 전략을 가동한다면 6세대 플렉시블 OLED는 선두인 삼성디스플레이와 격차를 좁히는 포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에 제2 공급사로 아이폰용 OLED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파주 E6와 P10 신규 라인에서 애플에 공급할 OLED를 생산할 계획이다.

증착기를 공급하는 일본 캐논도키가 생산능력을 확대한 만큼 장비 수급도 원활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이미 P10 내 E6 확장 라인용 6세대 플렉시블 OLED 설비 일부를 발주했다. 최대한 단기간에 수율을 안정시키는 게 과제로 남았다.

LG디스플레이가 대규모 투자 집행에 나서면서 관련 장비·재료·부품 협력사들이 향후 수년간 투자 수혜를 누리게 됐다. 국내 투자는 물론 중국 설비 투자에도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만간 LG PRI가 인도에 LCD 플랜트 수출을 확정하면 LG디스플레이와 함께 현지 시장에도 대응해야 한다.

한 관계자는 “P10은 10.5세대를 비롯해 잉크젯 프린팅 등 차세대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양산하는 첨단 기지 역할을 하게 됐다”며 “국내 협력사들이 8세대 OLED에 이어 10.5세대 OLED를 함께 준비하면서 다시 한 번 성장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OLED가 미래라는 확신으로 TV와 플라스틱(플렉시블) OLED 동시 투자라는 의미 있는 결정을 하게 됐다”며 “이번 투자는 LG디스플레이가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이며 국내 일자리 창출과 국내 디스플레이 전후방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