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과학향기]2차 전지의 왕좌에 있는 리튬이온전지

바야흐로 2차 전지 전성기다. 스마트폰, 노트북 등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전자기기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전기차 등이 모두 2차 전지를 핵심 부품으로 하고 있다. 1차 전지에 비해 2차 전지가 각광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한 번 쓰면 폐기해야 하는 1차 전지와 달리 여러 번 충전해 사용할 수 있다는 막강한 장점 때문이다. 만약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마다 매번 건전지를 갈아 끼워야 한다고 상상해보자. 과연 스마트폰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

[KISTI 과학향기]2차 전지의 왕좌에 있는 리튬이온전지

#리튬의 우수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동력

2차 전지는 충전물질에 따라 니켈전지, 이온전지, 리튬이온전지, 폴리머전지, 리튬폴리머전지, 리튬-황전지 등으로 나뉜다. 이 중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는 전지는 단연 리튬이온이다. 리튬이온전지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리튬이온을 전해질로 쓰고 있는 전지라고 말할 수 있다. 크게 양극, 음극, 전해질의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는 리튬이온전지의 작동하는 원리는 단순하다. 전지는 전자들이 전해질을 타고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면 충전되고 반대로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면 방전된다.

리튬이온전지에 쓰이는 리튬은 니켈, 카드뮴, 납 등 다른 전지 재료에 비해 가벼우면서도 에너지 밀도가 높다. 이런 장점 덕분에 리튬이온전지는 스마트폰, 노트북과 같은 전자제품에서부터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까지 다양한 방면으로 그 활용도를 넓혀가고 있다. 리튬이온전지는 자연 방전이 잘 안 되고 수명이 길다는 장점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군사 장비, 자동화 시스템, 항공 분야 기기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리튬이온전지는 드론, 사물인터넷 등과 관련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동력원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 공학자들은 영하 60도에서도 작동하는 리튬전지를 개발했다. 출처 :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 공학자들은 영하 60도에서도 작동하는 리튬전지를 개발했다. 출처 :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진화하는 리튬이온전지

리튬이온전지 관련 기술개발도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 공학자들이 영하 60도에서도 리튬전지가 우수한 성능을 보이며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전해질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액화 플루오로메테인 가스(liquefied fluoromethane gas)라는 액화가스용제로 새로운 전해질을 만들어 낮은 온도에서도 잘 얼지 않도록 했다. 현재 사용되는 리튬전지는 영하 20도 이하에서는 작동하지 않아 특정 상황에서 사용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된 기술을 바탕으로 리튬전지가 기상기구, 인공위성처럼 기온이 낮은 곳에서 작동하는 기기에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경제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도 한창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지역에 위치한 24M테크놀로지사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리튬이온전지의 권위자로 통하는 옛밍 치앙 MIT 교수가 설립한 이 회사에서는 반고체 리튬이온전지를 개발해 세계 배터리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얇은 전극판을 여러 겹 쌓아 만드는 현재 리튬이온전지는 코팅, 건조, 절단, 압축 등 많은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소모된다. 하지만 24M테크놀로지사 연구팀은 신소재를 넣은 전해질을 사용해 전지코팅, 건조, 절단 과정을 없앴다. 전극판을 겹겹이 쌓는 대신 특수 물질을 액체 전해질에 섞어 전극을 만드는 것이다. 이 결과 공정 과정과 재료가 줄어들어 기존 리튬이온전지생산비의 1/3 정도로 리튬이온전지를 만들 수 있다고 24M테크놀로지사는 말한다.

이 외에도 화재, 폭발 같은 고질적인 안정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리튬이온전지는 에너지 밀도가 높기 때문에 강한 전류가 흐르거나 고온 환경에 노출되면 화학 반응이 일어나 가스나 열이 발생하고 폭발이나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실제 리튬이온전지를 사용하는 전자기기의 폭발 사례가 간간히 발생하고 있다.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높은 열을 가해도 가스가 발생하기 어려운 전해질을 개발하거나 보호회로를 탑재해 본체 온도가 어느 수준 이상 올라가면 자동으로 전원을 끄는 기능을 넣는 식의 방법이 있다.

리튬이온전지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강한 전류나 고온 환경에 취약하다. 출처 : shutterstock
리튬이온전지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강한 전류나 고온 환경에 취약하다. 출처 : shutterstock

#2차 전지 왕좌의 게임, 언제 시작될까

리튬이온전지의 뒤를 이을 다른 2차 전지의 도전도 거세다. LG경제연구원 '개발 경쟁 가속되는 차세대 2차 전지' 보고서에 따르면 리튬이온전지를 왕좌에서 끌어내릴 리튬-황전지, 리튬-공기전지, 전고체전지 같은 다양한 후보들이 기업, 대학, 연구소 등에서 개발되고 있다.

리튬-황전지는 에너지밀도가 리튬이온전지보다 3배 이상 높고 제조단가가 낮다. 리튬-공기전지는 리튬이온전지보다 싸고 가볍게 만들 수 있으며 전고체전지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한 것으로 기존 리튬이온전지의 액체 전해질이 갖고 있는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 이 외에 나트륨/마그네슘이온전지는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값싼 원재료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후발주자들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리튬이온전지의 왕좌는 아직 건재하다. 리튬이온전지가 더 가볍고 더 작고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아직까지는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후발주자들의 제작공정 및 기술 신뢰성이 확실하게 확보되지 않았기도 하다.

앞으로도 2차 전지 왕좌의 게임은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리튬이온전지가 얼마나 버틸지, 리튬이온전지를 꺾을 강력한 도전자가 언제쯤 등장할지 예상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글 : 김청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