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투자 호황에 장비기업 채용 '쑥쑥'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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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기업이 일제히 채용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호황으로 설비 투자가 급증하면서 낙수 효과를 누린 셈이다. 생산 공장과 제작 인력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한국과 중국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투자가 동시에 늘어나면서 채용을 크게 늘려도 장비 공급 일정을 맞추기가 빠듯할 정도다.

전자신문이 주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상장사의 2017년도 상반기 현황인 반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매출 상위 15개 기업이 모두 채용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도 설비 투자가 활발해 인력을 늘리는 추세였고,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많이 채용했다. 적게는 6%, 많게는 40%대까지 채용을 확대했다.

장비 기업은 전방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의 투자 계획에 따라 실적 부침을 겪을 수밖에 없는 실과 바늘 관계다. 지난해와 올해 반도체 시장에서 D램, 낸드플래시, 시스템반도체 투자가 고르게 활발했다. 디스플레이는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10.5세대 초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중국의 설비 투자 공세가 잇따르면서 많은 장비 기업이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생산 공장을 확대하는 투자를 집행하거나 임대 공장을 숨 가쁘게 계약하는 등 급증한 물량을 눈코 뜰 새 없이 소화하고 있다.

상반기 매출 상위 15개 기업 가운데 올해 상장한 필옵틱스를 제외하면 두 자릿수로 채용을 늘린 기업이 8개사다. 상반기 매출 1위인 에스에프에이는 지난해 상반기에 620명에서 684명으로 10.3%, 2위인 세메스는 1602명에서 1730명으로 7.9% 각각 채용이 증가했다.

채용 성장률이 가장 높은 기업은 AP시스템으로 나타났다. 삼성디스플레이에 플렉시블 OLED용 레이저결정화(ELA) 장비와 레이저리프트오프(LLO)를 단독 공급하면서 실적이 급증하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채용 폭을 크게 늘렸다. 지난해 상반기 386명에서 올해 547명으로 인력이 47.7% 증가했다.

두 번째는 아이씨디다. 삼성디스플레이에 식각 장비를 대량 공급하면서 실적과 채용이 함께 증가했다. 아이씨디는 2015년 상반기 182명에서 2016년 249명으로 인력이 36.8% 늘었고, 올해 331명으로 32.9% 증가했다.

디스플레이용 물류자동화 장비와 라미네이션 장비를 공급하는 톱텍도 올 상반기 채용이 큰 폭으로 늘었다. 2015년 상반기 326명에서 2016년 349명으로 7% 늘었지만 올해 448명으로 28.3% 급증했다. 검사장비 기업 HB테크놀러지는 지난해 상반기 채용을 26.6% 늘렸고, 올 상반기에는 21.4% 늘렸다.

매출 상위 15위에는 들지 못했지만 사업이 성장하면서 채용을 큰 폭으로 늘린 기업도 다수 눈에 띄었다.

LG디스플레이 핵심 협력사 가운데 한 곳인 인베니아는 지난해 상반기 242명에서 올 상반기 314명으로 29.7% 인력을 확대했다. 디스플레이 레이저 리페어 장비 전문인 참엔지니어링은 262명에서 304명으로 16% 채용을 늘렸다.

3년 연속 전 직원을 정규직으로 둔 기업도 눈에 띈다. 톱텍, 케이씨텍, 아이씨디, 테스, 주성엔지니어링, 참엔지니어링, 유진테크 등은 채용 폭을 10~20%대로 확대하면서 3년 연속 전 직원이 정규직으로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비 기업은 앞으로 2~3년 동안 반도체 디스플레이 설비 투자 증가를 예상하고 채용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설비 투자가 줄면 직원 수 유지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공급 물량이 급증했고, 일시 호황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장비기업 대표는 “실적이 나빠졌다고 해서 마냥 직원을 해고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적이 성장해도 채용할 수밖에 없다”며 “전방산업 투자 사이클 변화에 따른 실적 감소를 최소화하고 최대한 경영 환경 안정화 마련을 위해 고객과 제품군을 다변화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 2017년 상반기 주요 장비 기업 인력 변화 추이 (자료: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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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