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인터넷 세상]안방에서 차별당하는 토종 플랫폼

[기울어진 인터넷 세상]안방에서 차별당하는 토종 플랫폼

국내 동영상의 최강자는 유튜브다. 맞수가 없다. 시장조사 업체 DM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유튜브는 모바일 동영상 분야 점유율 40%대를 넘겼다. 전년 대비 5% 가까이 성장했다. 토종 인터넷 양대 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 플랫폼은 각각 15.4%, 4.6%에 머물렀다. 안방에서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애초부터 유튜브에 유리한 게임이다. 국내법은 해외에 서버를 둔 인터넷 업체의 눈치만 보고 있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해외 기업엔 솜방망이, 토종 기업엔 철퇴를 내린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전문가들은 법 집행력 차이가 역차별을 심화시킨다고 꼬집었다.

사진=전자신문DB.
사진=전자신문DB.

◇해외 플랫폼 사정권 넣고도 처벌 주저

우리 정부는 해외 플랫폼을 사정권에 넣었다. 2015년 말 구글과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운영하는 자율심의협력시스템에 가입시켰다. 수년 동안의 마라톤협상 끝에 얻어낸 성과다. 정부는 이 시스템을 통해 인터넷 환경을 정화한다. 국내법상 처벌 조항이 있는 콘텐츠가 발견되면 해당 업체에 이 같은 내용을 알린다. 이후에도 영상이 계속 방치돼 있으면 법정 절차를 밟는다.

그러나 해외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법 집행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말로만 주의를 줄 뿐 처벌에는 인색하다. 정부는 외국 회사에 국내법을 적용한다는 것이 부담이다.

눈치를 보는 건 국내 플랫폼뿐이다. 토종 기업은 정부의 뜻을 헤아려 내부 단속에 나섰다. 자율심의협력시스템 소속 국내 업체는 34곳이다. 2015년 이후 정부의 요구로 콘텐츠를 내린 횟수가 급격하게 줄었다. 한 해 동안 단 한 건의 문제도 일으키지 않은 플랫폼도 있다. 정부 말을 잘 듣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면에 해외 플랫폼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특히 우리 정부의 감시망에 아예 빠져 있는 업체도 많다. 이들이 불법 콘텐츠를 뿌려도 손 쓸 방법이 없다. 게임 동영상 분야에서 힘이 막강한 트위치TV, 텀블러 등은 아직 자율심의협력시스템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협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계가 느슨한 사이에 해외 플랫폼은 다양한 실험을 이어 가고 있다. 검색 결과와 광고 노출 화면을 자유롭게 설계하고 있다. 상상력을 그대로 서비스에 접목한다. 국내 포털 사업자는 규제 틀에 갇혀서 변화를 주기 어렵다. 검색 결과와 광고를 음영 처리로 구분해야 한다는 조항이 발목을 잡는다.

업계 관계자는 “법 집행력이 해외 기업엔 미치지 못하면서 국내 업체만 가두는 것은 역차별”이라면서 “가뜩이나 덩치 큰 글로벌 플랫폼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데 출발선마저 뒤로 당겨선 안 된다”고 토로했다.

◇국내 기업만 옥죄는 역차별 수두룩

역차별 논란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실시간 개인 방송도 직격탄을 맞았다.

아프리카TV는 지난해 수억원을 주고 'U-20 월드컵' 중계권을 구입했다. 인터넷 개인 방송 업체 중 유일했다. 대한민국 대 아르헨티나 경기가 아프리카TV를 타고 송출됐다. 그러나 같은 시간에 유튜브에서도 이 경기가 중계됐다. 한 유튜버가 몰래 방송을 내보냈다. 문제의 영상은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2만2000명 넘게 경기를 봤다. 아프리카TV 저작권을 명백히 침해한 것이다. 당시 사건은 조용히 묻히고 있다. 정부도 해결책을 제시하진 못했다. 유튜브의 허술한 모니터링 체계를 탓할 뿐이다.

아프리카TV는 직원 50여명을 모니터링 요원으로 배치했다. 전체 직원의 10%가 넘는 규모다. 방송 진행자(BJ)의 저작권 위반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회사 운영비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생방송은 현장을 잡아내지 않는 한 불법을 막을 마땅한 방법이 없다. 사업자의 모니터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해외 플랫폼 대부분은 모니터링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실시간 방송의 경우 모니터링 인원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 아동·청소년에게 악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결제 영역에서도 역차별의 단면을 볼 수 있다. 해외 플랫폼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는 한 번만 신용카드 인증 정보를 넣으면 다음부터 앱을 손쉽게 살 수 있다. 반면에 국내 플랫폼에서는 앱을 구입할 때마다 카드번호와 유효 기간 등을 입력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신용카드가맹점 표준약관 제18조 정보 유출 금지 규정에 따라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회원 카드번호를 보유할 수 없도록 했다.

불법 음란물 규제도 해외 플랫폼만 비켜 간다. 정부는 부가통신 사업자에게 불법 음란물 유통 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유튜브, 구글플레이, 페이스북, 트위터는 규제에서 빠졌다. 부가통신 사업자로 등록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국내 기업만 옥죄는 법이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