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드라이브]마세라티 '뉴 기블리', 가슴을 뛰게 하는 스포츠 세단

마세라티 뉴 기블리 SQ4 주행 모습.
마세라티 뉴 기블리 SQ4 주행 모습.

사막의 열풍을 뜻하는 '기블리'는 이탈리아 명차 마세라티 100년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스포츠 세단으로 꼽힌다. 억대의 가격에도 지난해 국내에서만 800대 이상 팔려 나갔다.

기블리 국내 판매 가격은 1억1000만~1억4000만원 수준. 평균 2억원을 웃돌던 기존 마세라티 차량의 진입 문턱 낮췄지만, 고성능을 표방하는 마세라티의 정체성을 유지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독일 3사 차량에 식상함을 느낀 고객들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었던 이유다.

마세라티의 성공을 이끈 기블리가 새 얼굴로 돌아왔다. 지난달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를 거쳐 국내에 출시된 고성능 스포츠 세단 '뉴 기블리'를 타봤다.

마세라티 뉴 기블리 SQ4 외관.
마세라티 뉴 기블리 SQ4 외관.

외관은 시선을 빼앗을 만큼 강렬하다. 날카롭게 눈을 치켜뜬 LED 헤드램프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상징하는 삼지창 엠블럼이 마세라티 가문의 일원임을 나타낸다. 잘 다듬은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은 단순히 멋을 내는데 그치지 않고, 공기저항 계수를 0.29cd로 7%가량 낮추는 데 일조했다. 차체 크기는 전장 4970mm, 전폭 1945mm, 전고 1455mm, 축간거리 3000mm로 기존 모델과 동일한 수준이다.

마세라티 뉴 기블리 SQ4 실내.
마세라티 뉴 기블리 SQ4 실내.
마세라티 뉴 기블리 SQ4 뒷좌석.
마세라티 뉴 기블리 SQ4 뒷좌석.

실내는 호화롭다.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된 대시보드는 직관적인 조작을 유도한다. 최고급 가죽을 사용한 시트는 부드러운 촉감에 편안한 자세를 만들어준다. 큰 차체에 비해 뒷좌석 무릎 공간이 좁다는 점이 아쉽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실내에 다양한 추가 사양을 적용했는데, 가격이 웬만한 소형차 한 대 값이다. 카본 인테리어 트림 390만원, 알칸타라 헤드라이닝 270만원, 후면 차음 유리 180만원, 헤드레스트 삼지창 스티치 80만원, 최고급 가죽 인테리어 580만원 등 모두 1500만원에 이른다.

마세라티 뉴 기블리 SQ4 주행 모습.
마세라티 뉴 기블리 SQ4 주행 모습.

시승차는 국내에 판매되는 뉴 기블리 세 가지 라인업 중 가장 강력한 가솔린 엔진과 네 바퀴 굴림 방식을 적용한 'SQ4'다. V6 3.0ℓ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430마력의 최고출력과 59.2kg·m의 넘치는 힘을 발휘한다. 제원상 최고속도는 286km/h이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마세라티 엔지니어가 작곡한 웅장한 배기음을 들려준다. 가속을 시작하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가슴을 뛰게 한다. 마세라티 오너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도심에서는 주행모드를 노멀로 설정했다. 배기음이 줄어들고 차량 반응이 부드러워져 일반적인 고급 세단처럼 편안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마세라티 뉴 기블리 SQ4 주행 모습.
마세라티 뉴 기블리 SQ4 주행 모습.

자동차 전용도로에 진입해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했다. 배기음이 커지면서 본격적으로 달릴 태세를 갖춘다. 변속 시점이 늦춰지고, 스포츠카처럼 운전대가 한결 무거워지며 즉각적인 가속 반응을 보인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 시간은 4초 후반에 불과했다. 가속력을 좌우하는 최대토크는 엔진 회전수 2500rpm에서 4250rpm까지 고르게 뿜어져 나온다. 다만 고속 주행 시 발생하는 풍절음은 차량 가격을 생각하면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핸들링은 직설적이다. 급격한 코너에서 운전대를 조작하는 만큼 정직한 반응을 보인다. 차체를 지지하는 서스펜션은 전륜 더블 위시본, 후륜 멀티링크 방식으로 전자제어 시스템을 채택했다. 네 바퀴에 장착한 센서를 통해 주행 성향과 도로 상태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 지면에 닿은 압력을 스스로 조절한다.

마세라티 뉴 기블리 SQ4 전면.
마세라티 뉴 기블리 SQ4 전면.

잘 달리는 차량인 만큼 안전성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뉴 기블리는 유럽 신차 안정도 평가인 유로 NCAP에서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획득했다. 첨단운전자보조장치인 ADAS도 업그레이드했다. 기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에 차선 유지 어시스트, 액티브 사각지대 어시스트, 하이웨이 어시스트 시스템 등을 추가해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

서울 도심과 외곽도로 약 100km를 시승한 뒤 계기판으로 확인한 연비는 ℓ당 7km 수준이었다. 다만 60~70km/h로 정속 주행 시에는 ℓ당 10km 수준의 연비를 유지했다. 430마력을 발휘하는 고성능차란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수치다. 뉴 기블리 SQ4의 공인 복합연비는 7.4km/ℓ이다.

마세라티 뉴 기블리 SQ4 후면.
마세라티 뉴 기블리 SQ4 후면.

뉴 기블리는 마세라티 라인업 중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하지만, 결코 만만한 가격은 아니다. 이날 시승한 뉴 기블리 SQ4 최고급 사양은 차량 가격만 1억4080만원이다. 시승차에는 익스테리어와 테리어 패키지 등 무려 2930만원에 달하는 추가 사양을 더했다. 최종 가격은 1억7010만원에 달한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