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北 화성-15형 ICBM 왜 무섭나

북한의 '화성-15형' 미사일 발사로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번 미사일은 기존 미사일과 성능, 구조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동안 북한 미사일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보기에 '2%' 부족했다면, 화성-15형은 사거리 면에서 ICBM으로 분류하기에 손색이 없다. 재진입 기술을 논외로 하더라도 미국 본토에 도달하기에 충분한 성능이다. 미국은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낸다.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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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달 29일 새벽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공언했다. 북한 발표에 따르면 이 미사일은 고각 발사 때 역대 최고인 4475㎞까지 올라가 950㎞를 53분 간 비행했다. 정상각으로 발사하면 미국 동부 워싱턴까지 사정거리에 넣을 수 있는 성능이다.

지난 7월 '화성-14형' 미사일의 2차 발사 때보다 고도가 800㎞나 높아졌다. 북한은 7월 4일 화성-14형 1차 발사 때 최대 고도가 2802㎞, 28일 2차 발사 때 고도가 3724.9㎞라고 밝혔다. 비행거리는 933㎞, 998㎞였다.

미사일 고도는 탄두 중량을 줄이는 방법으로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화성-15형에서 주목하는 건 새로운 엔진이다. 화성-15형은 미사일 덩치 자체가 커졌다. 2단 추진체의 너비가 더 두터워졌고, 보조엔진도 보이지 않는다. 탄두 중량을 줄이는 '꼼수'가 아니라 실제 추진 성능이 향상됐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마이클 두이츠먼 제임스마틴핵무기확산방지연구센터(CNS) 연구원은 “단지 '북한' 미사일로서 큰 수준이 아니라 일반 기준으로 봤을 때도 매우 큰 미사일”이라면서 “화성-14형에 비해 2단 추진체의 너비가 훨씬 넓다. 이 정도 미사일을 만들고 작동시킬 수 있는 나르는 많지 않다”고 CNN방송에 말했다.

화성-15형을 실은 이동식 발사 차량의 변화도 미사일 제원의 변화를 뒷받침한다. 북한은 이전에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로 8축 트럭을 썼다. 이번에는 9축 트럭을 썼다. 미사일이 더 크고 무거워지면서 발사대 제원까지 변경한 것이다. 우리 군 당국도 여러 정황을 종합해 화성-15형을 신형 미사일로 판단하고 있다.

화성-12·14형의 엔진과 화성-15형의 엔진은 뿌리는 같다. 이른바 '백두산 엔진'은 러시아의 RD-250 엔진을 모태로 한다. RD-250 엔진은 원래 쌍발(트윈) 엔진인데, 이를 단발(싱글)로 다운그레이드해 복제 개발한 것이 화성-12·14형 엔진이다. 이번에는 RD-250 엔진의 원형에 좀 더 가까운, 쌍발 엔진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RD-250 엔진은 원래가 트윈 엔진이지만 그 동안은 이 엔진을 반으로 잘라 싱글 엔진으로 써온 것”이라면서 “이번에는 트윈 엔진 두 개를 다 쓴 걸로 보인다. 이론 상 추력이 두 배가 된다”고 설명했다.

싱글 엔진의 경우에는 600㎏ 탄두를 싣는다고 가정했을 때 7000~8000㎞ 사거리가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완벽한 ICBM으로 보기 어렵다. 트윈 엔진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같은 조건에서 1만2000㎞까지 비행이 가능하다. 미국이 화성-15형 발사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2단 추진체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는 점이다. 화성-15형 2단 추진체는 외견상으로도 기존 미사일보다 훨씬 두껍다. 더 많은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ICBM이 일단 대기권을 벗어난 후의 비행 거리를 대폭 늘릴 수 있다.

장 교수는 “일단 대기권을 벗어난 뒤 미사일이 날아가는 데는 2단 추진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면서 “2단 추진체가 커졌다는 것은 추진제를 훨씬 많이 넣을 수 있다는 뜻이고, 이는 미사일 사정거리가 대폭 늘어난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화성-15형의 다탄두 탑재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ICBM에 여러 탄두를 장착하면 미사일 요격을 회피할 수 있어 더욱 위협적이다. 화성-15형 탄두 부분이 이전보다 뭉툭해졌고, 일본 방위상도 다탄두 가능성을 시사해 논란이 커졌다. 하지만 실제 다탄두 장착에 필요한 별도의 추진 시스템, 정밀유도 시스템은 북한이 확보하기 어려운 기술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동성과 은폐성이 떨어지는 것도 한계다. 미사일이 크고 무거워지면 이동식 발사대 차량이 낼 수 있는 최고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도로의 곡선 구간을 통과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북한이 화성-15형을 실제 전력화하더라도 이번 시험 발사처럼 이동식 발사대를 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