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난 테슬라 배터리'...한국·일본 원통형전지 '없어서 못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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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소닉 물량마저 테슬라에 몰아주며 수요 감당 못해

미국 테슬라 전용 배터리 공장인 기가팩토리의 생산 지연이 세계 원통형전지 품귀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파나소닉이 일본 생산 물량 대부분을 테슬라에 몰아주면서 크고 작은 원통형 배터리 수요 기업이 삼성SDI, LG화학, 무라타(옛 소니) 등으로 몰리고 있다.

미국 네바다주에 위치한 테슬라 배터리 전용생산시설 '기가팩토리(GigaFactory)' 전경
미국 네바다주에 위치한 테슬라 배터리 전용생산시설 '기가팩토리(GigaFactory)' 전경

한정된 생산량 탓에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IT, 비(非)IT, 전기자동차, 가전 업계가 수개월째 배터리를 구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원통형전지가 극심한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삼성SDI, LG화학, 파나소닉, 무라타 등이 원통형전지(규격:18650·21700)의 80% 이상을 생산한다.

2017년 이전부터 공급 계약을 체결한 세트업체를 제외하고 올 3분기 들어 추가 구매 발주가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 상반기까지도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

일본 현지 배터리 유통업체 관계자는 “일본 내 원통형전지를 구하는 건 불가능한 일로, (파나소닉) 대리점에선 더 이상 원통형을 팔지 않겠다는 통보까지 받았다”면서 “한국 삼성, LG 배터리는 물론 중국에서 생산된 한국(삼성·LG) 제품조차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원통형전지는 최근 IT·가전뿐만 아니라 전기차, 전동공구, 전기자전거, 무선청소기, 전자담배, 파워뱅크 등 수요처가 늘고 있다.

테슬라 기가팩토리의 가동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파나소닉이 현지 물량까지 조달하는 구원 투수로 투입됐다. 파나소닉은 일본 생산 물량까지 미국 테슬라 전기차에 공급한다.

업계에 따르면 기가팩토리는 공장 운영에 필요한 전력 공급 불안정과 극심한 인력난으로 수개월째 정상 가동을 못하고 있다. 테슬라 '모델S' 1대에 들어가는 배터리(100㎾h)로 전기자전거 200대를 생산하는 만큼 종전의 거래처가 받는 타격이 적지 않다.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일본, 글로벌 세트업체 공급 문의가 늘었다”면서 “전동공구, 전기차, 전자담배 등으로 원통형전지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 공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는 당초 미국 네바다주 사막 한가운데 기가팩토리를 구축해 자체 태양광발전시설로 전력을 공급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불균형 등으로 공장 정상 가동이 어렵다. 사업장 접근성 문제로 인력난도 겪고 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