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명함이 남달랐다. 이름 석 자와 휴대폰 번호, 이메일 주소가 전부다. 이름도 자신이 쓴 손글씨다. '소통 도지사' '디지털 도지사'로 불리는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명함은 여백의 미가 돋보였다.
내년 2월 9일 개막을 앞두고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최 지사를 1일 오전 10시 강원도 춘천시 강원도청 통상상담실에서 만났다. 강원도는 모든 행정력을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에 집중시키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도청 옥상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가 춘천 시내를 내려다보며 서 있었다. 통상상담실 벽에도 상황판이 설치돼 있어 교통, 숙박, 붐업, 홍보, 경관 개선 등 분야별 진행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최 지사는 관운이 좋다. 기자로 출발해 MBC 사장과 국회의원을 거쳐 고향에서 도지사 재선에 성공했다. 최 지사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 '평화올림픽'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이번 올림픽은 세계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올림픽”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 지사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한국이 5세대(5G) 이동통신 세계 표준화를 선도, 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서는가.
▲현재 성화가 지방을 돌고 있다. 내년 1월께 나도 성화를 봉송한다. 물론 뛰는 거리는 길지 않다.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 상황은 어떤가.
▲경기장은 100% 완공한 상태다. 12개 경기장 가운데 스키점프, 바이애슬론 등 6곳은 기존 시설을 보완했다. 정선 알파인, 강릉 하키 등 6개 경기장은 신설했다. 모두 세계 최첨단 시설이다.
-동계올림픽에서 선보일 첨단 ICT 서비스로는 어떤 것이 있는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세계 최첨단 ICT 올림픽으로 치르기 위해 5대 중점 분야에 힘을 쏟고 있다. 우선 세계 최초로 5세대 이통인 5G올림픽을 구현한다. 5G 통신을 기반으로 홀로그램과 가상현실(VR) 같은 다양한 첨단 서비스를 선보인다. 또 스마트폰을 이용해 입국에서 출국까지 교통, 숙박, 경기 관람, 관광, 의료까지 개인맞춤형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동안 올림픽 경기는 카메라 2대로 중계했다. 이번에는 카메라를 100대 설치해서 감동의 초고화질(UHD)서비스를 내보낸다. 지금까지 인류가 보지 못한 현장의 감동을 영상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 한국어·영어 등 8개 외국어를 자동 통·번역 서비스하고, 인공지능(AI)콜센터 운영으로 세계인이 언어 장벽 없이 올림픽을 즐길 수 있다. 주요 관광지와 스키, 봅슬레이 등을 VR로 체험할 수 있다. 한마디로 평창 올림픽은 세계 최첨단 ICT 올림픽이다.
-5G 서비스 후 과제는 무엇인가.
▲5G 국제 표준을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 우리가 5G 표준을 주도하려면 기술력과 더불어 정치력을 발휘,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지금 중국과 일본이 함께 경쟁하고 있다.
-동계올림픽 향방을 좌우할 과제는.
▲북한 참가 여부다. 또 추위, 시설물 사후활용, 대회 흥행 등이 과제다.
-동계올림픽 이후 경기장 활용 대책은 수립했는가.
▲동계올림픽 특별법 개정을 통해 11개 시설은 관리할 주체에 소유권을 이전해서 경기장시설, 주민체육시설, 복합레저시설 등으로 활용한다. 아직 관리 주체를 정하지 못한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 하키센터 등 3개 시설은 연말까지 활용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북한이 동계 올림픽에 참가할 것으로 보이는가.
▲올림픽은 정치와 무관한 지구촌 축제다. 지난 4월에도 북한 여자선수단이 강릉에서 열린 아이스하키 여자세계선수권에 참가했다. 강원도는 세계 유일의 분단 도(道)다. 북한에는 북강원도가 있다. 인구가 170만명이다. 정부 승인을 받아 앞으로 북강원도지사와 만날 계획이다.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해 평화올림픽의 의미를 더해 주길 바란다. 남북 상황이 유동성을 띠지만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할 것으로 낙관한다.
-숙박 요금 문제는.
▲강릉·평창 지역 호텔, 리조트, 콘도 등 양질의 시설은 조직위원회에서 대부분 확보·운영하는 바람에 공급이 일시 줄었다. 사전 계약으로 일시 병목 현상이 발생했다. 극히 일부 업소에서 비싸게 요금을 받았지만 숙박업계의 협조로 바가지요금 문제는 정상을 되찾고 있다.
-그동안 역점을 둔 정책은 무엇인가.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 준비에 주력했다. 올림픽과 연계한 강원도 경제 성장과 주민 소득 증대에도 역점을 뒀다. 하늘길, 땅길, 바닷길 개척에도 집중했다. 앞으로 '소득 2배 행복 2배, 하나된 강원도'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그동안 추진한 지역 정보화 사업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가.
▲강원도는 모바일 퍼스트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제는 컴퓨터 대신 스마트폰 하나로 관광이나 여행, 숙박, 음식점 예약과 결제를 다 처리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2015년에 정보화담당관실은 정보산업과로 개편했으며, 전자상거래팀과 ICT융합팀을 신설했다. AI, IoT, 블록체인, 클라우드, 3D프린팅, 빅데이터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강원도 내 정보화 마을 현황과 특징은.
▲강원도는 2000년에 전국 최초로 원주시 신림면 황둔리와 송계리에 정보화마을을 조성한 이후 현재 59개 정보화마을을 조성했다. 전국 시·도 가운데 정보화 마을이 가장 많다. 전자상거래와 정보센터 구축, 농촌체험관 등으로 주민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강원마트 온라인 쇼핑몰에 정보화마을 상품을 입점, 팔고 있다. 네이버 쇼핑에서 특산물을 판매, 대박난 주민이 많다.
-디지털 정당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 한국의 정당 구조는 직접 지배 구조다. 공천부터 중앙 집권 형태다. 이런 점을 앞으로 네트워크 정당으로 바꿔야 한다. 유럽의 정당은 정책별로 네트워크 연대를 하고 있다. 돈 안 드는 정치나 위민 정책을 위해서도 디지털 정당, 디지털 정부를 구축해야 한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역 화폐 '강원상품권'을 도입했다. 성과는 어떤가.
▲올해 1월 강원 상품권을 발행했다. 총 580억원을 발행, 연말까지 400억원 이상을 유통시킬 예정이다. 도가 발주하는 공사와 물품 구매 시 전체 3~8%를 강원상품권으로 구매하도록 권장하고, 강원일자리 특별지원사업비로는 강원상품권을 지급한다. 강원도에서 생산한 부와 가치가 수도권으로 거의 실시간 유출되는 현상을 막아 보자는 취지다. 지역에서 발생한 부는 일정 부분 지역에 재투자돼야 한다. 도내 읍·면·동의 60%가 소멸 상태에 놓였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으로의 경제력 집중을 막고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역재투자법, 지역화폐법, 지역은행 설립법 등 제정이 시급하다. 정부에 법 제정을 건의했다.
-강원도형 일자리 안심 공제의 성과는.
▲지난 7월에 시범 도입했다. 전국 최초다. 6개월 동안의 준비 기간을 거쳐 시범 운영한 결과 근로자와 기업 모두 좋아하고 있다. 한마디로 '꿀 복지' 정책이다.
-지자체장으로서 정부에 바라는 점은.
▲양양공항을 모기지로 하는 저가항공사 ㈜플라이양양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조기에 승인해 주기 바란다. 또 동계올림픽 시설인 스키점프대, 슬라이딩센터 같은 시설을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국가가 소유하고 운영해 주길 바란다. 남북관계를 개선해서 금강산 관광 재개, 강원교통망 확충 사업에도 정부 지원을 기대한다.
-재임 중에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재임 중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고 대회를 치르는 일은 내게 엄청난 행운이자 영광이다. 북한이 참가해서 남북이 평화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또 남고성군과 북고성군으로 갈라진 고성군을 홍콩처럼 남북공동통치구역으로 만들고 싶다. 그런 제안을 정부에 했다. 2008년 2월 MBC 사장 재임 때 미국 뉴욕 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인솔해 평양에 가서 공연한 적이 있다. 그 후 북미 간 수교 직전까지 갔다. 그와 같은 시즌2를 만들고 싶다.
-1등 동계올림픽을 위해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동계올림픽은 선진국만 개최하는 경기다. 이 대회가 한국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도록 국민의 지원과 성원, 참여를 바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자주 이용하는가.
▲내 글 팔로워가 15만명쯤 된다. 주위에도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3선에 도전하는가.
▲선거에 나가는 건 아내 허락을 받아야 한다. 다른 정치인들도 그럴 것이다.(웃음)
-좌우명과 취미는.
▲나폴레옹의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란 말과 흡사하다. “내 사전에 권력은 없다”가 좌우명이다. 취미는 마라톤이다. 기자 시절부터 마라톤을 했다. 알몸마라톤에도 출전했다. 이제 나이가 들어 풀코스는 못 뛴다.(웃음)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강원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문화방송 사장과 2008년 통합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2011년 4월 강원지사 보궐선거 당선 후 2014년 재선에 성공했다. 한국방송협회장과 민주당 유비쿼터스위원장을 거쳐 현재 대한체육회 부회장,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송건호언론상, 대한민국경제리더대상(가치경영부문), 대한민국 유권자 대상(광역단체장부문)을 받았다. 저서로 '감자의 꿈'이 있다.
이현덕 대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