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LED 양산, 한국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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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는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시대 개막이 임박했다. 국내 중견 LED 전문 업체인 루멘스가 마이크로 LED 생산에 착수했다. 그동안 마이크로 LED 사업화의 가장 큰 난제로 꼽히던 양산 기술을 확보했다. 마이크로 LED는 100마이크로미터(㎛) 이하 초소형 LED를 뜻한다. 크기가 워낙 작아 제조가 까다롭고 양산성이 떨어지는 점이 한계였다.

루멘스는 13일 '마이크로 LED' 양산 기술을 완성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정태홍 루멘스 사장은 “마이크로 LED 양산 라인을 갖추고 현재 시양산을 시작했다”며 “헤드업디스플레이(HUD)용과 사이니지(전광판) 시장을 겨냥한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를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루멘스가 준비한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는 크게 두 가지다. 0.57인치 크기 초소형 제품과 100인치 이상 사이니지 등에 쓸 수 있는 중대형 디스플레이다. 각각 쓰임새는 다르지만 두 디스플레이 모두 마이크로 LED로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마이크로 LED가 각각의 픽셀(화소)이 돼 영상을 표현한다. 구체적으로 0.57인치 크기 디스플레이에는 8㎛ LED가, 중대형에는 가로 300㎛, 세로 100㎛ 크기 LED가 촘촘히 탑재됐다.

루멘스는 올해 초 마이크로 LED 시제품을 개발했다. 회사는 당시 기술적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를 양산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정 사장은 “양산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모든 화소가 동작하는 패널을 만들고 신뢰성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본지 2017년 2월 6일자 3면 참조>

핵심은 마이크로 LED를 대량 처리하는 기술이다. 마이크로 LED로 디스플레이 하나를 만드는 데 수십에서 수백만개 LED가 쓰인다. 일례로 0.57인치 디스플레이에 탑재되는 LED수만 92만1600개에 달한다. LED 하나하나를 붙여 만드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루멘스는 이를 극복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웨이퍼 상에서 디스플레이 크기에 맞게 LED를 통째로 떼어내는 기술과 대량의 LED를 한꺼번에 전사(Transfer)하는 기술이다. 전자는 1인치 이하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를 만드는데 적합하고, 후자 방식은 중대형 디스플레이 제조 목적이다. 이 중 대량 전사 기술은 인쇄물을 찍는 것과 유사한 '롤' 방식을 기본 원리로, 전사속도를 기존보다 100배가량 향상시켰다. 기존 전사 기술로 UHD TV를 만들려면 월 0.42대 생산하는 데 그치는 반면에 루멘스 기술은 월 40대를 생산할 수 있다.

정태홍 사장은 “수십만개 LED를 배치하고 컨트롤해야 하기 때문에 미세 공정 기술과 배열하는 기술 등이 어려웠다”면서 “소형은 백플레인(회로)과 본딩(접합)하는 기술이 핵심”이라고 전했다.

루멘스의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모듈. 이 작은 디스플레이 안에 92만개가 넘는 LED칩이 배치돼 있다.
<루멘스의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모듈. 이 작은 디스플레이 안에 92만개가 넘는 LED칩이 배치돼 있다.>

마이크로 LED는 크기가 작으면서 전력 소모량이 적어 디스플레이의 저전력화, 소형화, 경량화를 구현할 수 있다. 발광 효율과 수명 등에서 약점을 보이는 유기발광 다이오드(OLED)와 달리 효율과 수명이 월등하고, 영하 20도 이하와 100도 이상 극한 상황에서도 작동이 가능하다.

이 같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서의 가능성 때문에 애플과 오큘러스 등 글로벌 기업들은 마이크로 LED 업체를 인수하며 기술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데, 연구개발 단계를 뛰어넘어 양산에 뛰어든 사례가 우리나라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만 국책연구기관인 산업기술연구소(ITRI)는 자국 최초로 마이크로 LED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내년 3분기부터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양산 기술 개발은 삼성이나 LG와 같은 대형 디스플레이가 업체가 아닌 LED 전문업체의 도전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루멘스는 삼성전자 TV에 LED 백라이트를 공급한 기업이다.

마이크로 LED가 아직 LCD나 OLED 대비 가격이 비싸고, 장비 등 인프라 개선도 더 필요해 대중화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향한 진일보가 실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향후 TV와 같은 대중적인 가전 제품 적용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도 마이크로 LED를 주목하고 연구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루멘스는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2108'에서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를 선보이며 글로벌 무대에 기술력을 선보일 계획이다.

(자료: Ref. Semiconductor Today Compound & Advanced Silicon, Vol. 6 Issue 6, July/August 2011)

'마이크로 LED 양산, 한국이 한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