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에너지 프로슈머, 답은 블록체인이다

[월요논단]에너지 프로슈머, 답은 블록체인이다

'에너지 프로슈머'는 에너지에다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인 프로슈머(Prosumer)로 이뤄진 용어로, '에너지 생산에 직접 참여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가정에서 지붕 위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전기를 생산해서 사용하고 남은 전기는 전기사용량이 많은 이웃에게 판다. 누구나 이웃에게 전기를 팔아서 수익을 얻고, 이웃은 누진요금 부담을 줄이는 에너지 프로슈머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소규모 재생에너지 보급 및 에너지 프로슈머 확산을 위해 태양광 생산 전력에서 남는 전기를 이웃에게 판매하는 프로슈머 전력 거래 온라인 서비스를 개시했다. 그러나 에너지 프로슈머의 전력 시장 참여는 저조한 상황이다. 참여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다.

에너지 프로슈머의 전력 시장 참여를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답은 '블록체인'에서 찾을 수 있다.

비트코인으로 잘 알려진 블록체인 기술은 각각의 개별 정보를 네트워크에 분산시키고 이를 연결, 관리하는 기술이다. 정보가 중앙기관에 통합되지 않고 블록 형태로 분산되기 때문에 정보의 임의 변경은 불가능하고, 블록 간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이러한 분산형 기술의 장점을 전력 시장에 적용한다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간편하고 안전한 전력 거래가 이뤄질 것이다.

먼저 전력 생산에서 송전, 소비에 이르기까지 기존 전력 거래 시스템의 복잡한 절차를 생략할 수 있고, 전력 거래에 필요한 정보를 블록체인을 통해 실시간 공유하면 확인 및 증빙 절차를 축소할 수 있어 간편하고 신속한 전력 거래가 가능하다.

중계자의 개입 없이 프로슈머 간 안전하고 투명한 직접 거래 기회가 열린다. 전력 거래 진입 장벽이 낮아져서 소규모 에너지 프로슈머의 전력 시장 참여를 촉진시키는 훌륭한 유인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 전력 시장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여러 요건이 있다. 우선 유틸리티의 중계 없이 이웃 간 직접 거래가 가능한 근거가 되는 법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전력 시장 구조도 소수의 대규모 생산자로부터 다수의 소비자에게 에너지를 전달하는 소수 단방향 전력 계통 구조에서 다수의 프로슈머가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는 다수 양방향 전력 계통 구조로 개편돼야 할 것이다.

미국은 에너지 프로슈머 모델의 하나인 상계거래제도를 1983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소비자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로 전기를 생산, 사용한다. 전력회사는 소비자가 사용하고 남은 전력량만큼 상계해서 요금을 매긴다. 2009년 이후 참여자가 매년 약 50% 비율로 증가했으며, 2015년에 100만가구를 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전력 시장에서 제3자에게 직접 전력을 판매할 수 있다. 직접 거래 참여가 가능한 발전 용량 기준이 낮아짐에 따라 소규모 발전사업자를 비롯한 에너지 프로슈머가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늘고 있다.

우리도 장기 안목에서 태양광발전소 같은 소규모 분산 전원이 쉽게 에너지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에너지 혁명을 이끌 에너지 프로슈머를 활성화해야 할 시점이다.

강남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nhkang@energy.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