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2조5000억 규모 E6 3단계 투자 '속도 조절'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6세대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생산할 E6 생산라인의 3단계 투자를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3단계 라인은 애플에 공급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지만, OLED 공급 규모가 확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캐논도키, LG PRI를 비롯해 주요 전공정 장비 기업에 발주한 E6 3단계 투자 구매의향서(LOI)에 대해 '발주 연기'를 통보했다. 당초 발주 취소 가능성까지 검토했으나 연기 쪽으로 가닥을 잡고 언제까지 연기할지 고민하고 있다.

한 장비기업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로부터 E6 3단계 투자 LOI에 대해 전화로 '무기한 연기'를 통보받았다”며 “구체 사유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른 장비기업 관계자도 “LG디스플레이에 E6 3단계용 장비 LOI를 받고 제품 준비를 논의했는데 급작스럽게 연기 통보를 받았다”며 “기한이 언제까지인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측은 “주요 협력사에 투자 일정을 지연한다고 통보했으나 구체적으로 투자 일정이 얼마나 늦춰질지 아직 시기를 결정하지 못했다”며 “조만간 결정해 관련 업체와 소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LOI는 정식으로 장비 구매 품목을 발주하기 전에 필요한 품목과 물량 정보를 협력사에 제공하기 위해 발주한다. 계약 강제성은 없지만 LOI를 발주하면 정식 장비 구매로 이어지는 게 관례다. 장비 기업은 LOI를 바탕으로 제품에 필요한 부분품을 마련하고 제작 일정을 조율한다.

발주 기업이 LOI를 연기·철회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입을 모았다.

한 장비기업 관계자는 “일정대로 제품을 만들었는데 구매를 미루면 재고를 둘 공간이 부족해질 수 있다”며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LG디스플레이가 협력사에 일부 비용을 보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투자를 공식 지연하거나 철회할 경우 협력사에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높은 보상금뿐만 아니라 협력사와 신뢰 관계 때문에 향후 필요한 제품을 적기에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

E6 3단계는 파주 P10에 들어서는 첫 플렉시블 OLED 라인이다. 기존 E6 1단계 투자는 파주 P10이 아닌 별도 E6 라인으로 월 1만5000장 규모 1조9990억원을 투입했다. 내년 하반기 가동을 시작한다. 지난 7월에는 E6 2단계 투자로 월 1만5000장 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기존 확정한 3만장 생산능력 외에 E6에 1만5000장 생산능력을 추가하는 3단계 투자를 준비해왔다.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증착기를 공급하는 캐논도키가 내년에 3단계 투자분용 장비를 납품키로 했다. 박막봉지(TFE), 검사, 세정 등 주요 전공정 장비에 걸쳐 3단계 투자 LOI를 발주해 관련 기업이 물량을 준비해왔다.

E6 3단계 투자가 지연되면서 애플용 플렉시블 OLED 사업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로부터 설비 투자금 일부를 지원받고 플렉시블 OLED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벌여왔다.

이번 투자 지연 배경 이유를 놓고 업계서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애플이 2018년 이후 OLED 아이폰 수요를 확신하지 못한 게 가장 유력한 이유로 꼽힌다.

애플이 OLED 아이폰 수요를 공격적으로 제시하지 않자 삼성디스플레이는 신공장 투자에 대해 보수적 분위기로 바뀌었다. LG디스플레이도 공격적으로 애플향 투자를 준비했으나 수요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형 투자를 하면 자칫 단가가 하락해 공급 협상에 불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플렉시블 OLED 품질 향상 속도가 더뎌 애플이 일본 재팬디스플레이(JDI)와 중국 BOE 같은 다른 선택지에도 눈길을 돌린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한 관계자는 “BOE가 애플에 LG디스플레이가 제안한 단가보다 약 30% 저렴하게 제시한 걸로 안다”며 “아직 BOE 기술력이 부족하지만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받는 패널 가격까지 낮추기를 원하고 있어 전략적으로 BOE 키우기에 나설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