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5>캘러닉의 야성과 우버의 '원칙 있는 항거'

한국에 진출한 우버의 차량 공유 서비스는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자가용 영업 행위로, 위법에 해당한다. 우버 애플리케이션(앱)은 '위치 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최고경영자(CEO)와 우버 한국법인이 기소됐다. 지난해 여름 캘러닉은 '법정에 출석해서 사건을 빨리 마무리하고 싶다'는 뜻을 법원에 전달한 뒤 돌연 출석을 하지 않았다고 언론이 크게 다뤘다. 왜 우리 언론은 기업 가치 80조원의 글로벌 거대 기업 CEO가 200만원 벌금의 사소한 재판에 출두할 것이라고 기대했을까.

이에 앞서 캘러닉의 험난한 창업 과정과 도전하는 삶을 소개했다. 우버의 사무실에는 '원칙 있는 항거'(Principled Confrontation)라는 글이 걸려 있다. 우버의 가치관이다.

더 자세하게는 '우리는 우버가 도시를 더 좋게 만든다는 것을 굳게 믿는다. 이러한 미래가 빨리 오려면 때때로 세상 및 제도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 방법에 긍정 자세를 취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강력하게 방어할 수 있는 원칙이 절대 필요하다'라고 설명돼 있다.

한마디로 우버가 추구하는 미래를 위해, 세상과 제도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자신들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항거하기에 주저하지 말라는 것이다. 통상 기업이 내세우는 가치 선언문보다 공격성이 강하다. 창업가 정신에 야성이 강하게 내재돼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5>캘러닉의 야성과 우버의 '원칙 있는 항거'

아쉽게도 우리 기업은 관치와 사회의 공동선을 앞세우는 사회 압력에 짓눌려 이러한 야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임자, 해봤어?”라는 정주영 전 현대 회장의 어록만이 전설로 회자된다.

캘러닉의 공격성 및 야성이 두드러진 태도는 다른 일화에서도 잘 나타난다. 2015년에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택시업계의 반발로 뉴욕시내 우버 기사 허용을 중단하는 규제 계획을 발표했다.

우버는 뉴욕시장을 조롱하기 위해 우버 앱에 더블라지오 모드를 추가했다. 이 모드를 택하면 맨해튼에서 25분을 기다려야 차를 탈 수 있게 했다. 외곽 지역에서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기능을 올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카카오 택시 앱에 서울시가 발표한 지브로 앱을 조롱하기 위해 박원순 모드를 만들고 행선지를 숨겨서 택시가 오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우버가 단기간에 성장한 비결 가운데 하나는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 전략도 한몫했다. 우버는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때마다 기존 법규와 이익 집단 간 대결을 주저하지 않았다. 오히려 뉴스를 만들어서 별도의 광고비용 없이도 시민이 우버의 진출을 다 알게 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우버의 전략은 얕은 마케팅 술수만이 아니다. 제도와 이해 집단에 맞서기 위해서는 소비자라는 우군이 필요하다. 이해 집단과 규제 기관의 저항을 극복하려면 소비자가 기업 편에 서서 여론전에 가담해야 한다. 우버는 초기부터 광고 없이 샌프란시스코의 벤처 행사 등에서 참가자들에게 무료 시승권을 나눠 주는 구전 마케팅을 전개했다. 한 번 이용해 본 사람은 친구를 추천했고, 소셜 미디어에서 극찬했다.

규제 당국이 규제를 시도할 때마다 소비자의 아우성이 그들을 굴복시켰다. 영국 런던에서 택시 면허가 취소되자 일주일도 안 돼 100만명이 넘는 시민이 항의했다. 캘러닉의 개성과 기업 문화는 우리나라에서 왜 혁신 기업의 도전이 이해 집단과 규제 당국을 넘지 못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당당한 소비자 권리는 창업 기업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이다. 우리가 반기업 정서를 극복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5>캘러닉의 야성과 우버의 '원칙 있는 항거'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