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18>창업의 성패는 시제품의 시각화에 달려 있다

[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18>창업의 성패는 시제품의 시각화에 달려 있다

창업 준비 과정에서 고객 실체를 파악하는 과정이 마무리 됐다면, 그 다음에 해야 할 일은 고객 요구에 부합하는 시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때 시제품 제작 과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방법은 구상하고 있는 시제품을 '시각화'하는 데 있다.

많은 기업이 자신이 파악한 고객 요구에 부합해 기획하는 시제품을 단순히 개념적인 차원, 관념적인 차원에서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관련 내용을 구체적 형태로 공유하고자 한 기업조차도 단순히 문서로만 공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처럼 피상적인 수준에서 제품 내용을 공유하면 이후 본격 생산과정에 이를 때까지 많은 어려움에 직면한다.

시각적인 결과물로 정리해 공유할 경우 향후 전개될 여러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먼저 시각화 과정을 통해 거둘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으로는 단순 구상 단계에서는 파악하기 어려운 새로운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고객 요구에 따라 작고 가벼운 제품을 만들기로 구상했지만, 시각화 과정에서 정작 전원 및 기능 버튼을 놓을 공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쇼핑몰을 기획한 회사의 경우에는 본인이 메인 화면에 담고자 했던 내용을 첫 페이지에 전부 담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도 있다. 각각의 메뉴를 클릭했을 때 다음 페이지에 어떠한 내용이 나와야 하는지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생각할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이처럼 시각화 과정은 단순히 개념 내지 문서로만 구상됐을 때는 파악하기 어려운 새로운 사실을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준다. 심지어 시각화 과정에서 초기 구상한 방향성이 잘못되어 전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경우도 많다.

시제품의 시각화 과정은 사내 직원의 업무 효율화 측면에도 유의미한 성과를 가져다준다. 시제품에 대해 줄곧 함께 회의하며 논의한 직원조차도 정작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제품 형태가 상이한 경우가 많다. 세부 설계 내지 도안 작업한 결과를 보고 논의한 내용과 다른 것 같다는 의견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는 회의 내용을 문서로 공유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직원이 서로 상이한 제품을 떠올리면서 업무를 수행하면, 결국 실제 사업화 과정에서 잦은 마찰과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고객 수요 조사 및 사내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구상한 제품을 시각화해 공유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시제품을 시각화하는 과정은 투자자에게도 유용하게 쓰인다. 전문 투자자의 경우에는 문서상 내용과 해당 내용을 실제 구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내용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이 구상한 내용을 단순히 문서로 제시하기보다는 구체적인 구성안을 시각적 자료로 제시할 경우 보다 설득력을 갖추게 된다.

외부 협력회사와의 업무 공조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본격 제품 양산을 위한 세부 설계에 들어가기 앞서, 생산 과정에서 참여할 여러 협력업체에 구상안을 공유하면 현재 구상하는 내용이 실제 구현 가능한 내용인지를 사전에 확인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단순 금형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제품이라든가, 마지막 열처리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구상안이라든가 제품 구성에 대한 다양한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이상에서 열거한 성과를 얻기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여해 완성도 높은 도안 작업을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향후 여러 차례 수정 보완하는 과정에서 초기 도안은 온데 간데 없어지기도 해 자칫 낭비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세부 설계 과정은 이후 별도의 과정으로 구분하여 생각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말하는 시각화란 다소 조악스런 모양이라도 누구나 결과물을 동일하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형태이면 충분하다. 시각은 오감 가운데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