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16>혁신 탐문

1862년 조지 풀먼은 풀먼기차회사를 설립한다. 주 제품은 이른바 침대차였다. 접어 둔 위쪽 침상을 펼치고 승객 의자를 붙이면 넉넉한 침대칸이 됐다. 커튼과 카펫에다 독서 칸, 포커용 테이블까지 갖춘 혁신 제품이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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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칸에는 세면실, 킹사이즈 침대에다 칸마다 조절되는 에어컨까지 있었다. 당시 광고지의 삽화처럼 두 딸을 양팔에 안고 있는 남편과 그 반대편에서 뜨개질하며 웃는 아내의 모습은 풀먼을 상징했다. 비록 1987년 캐나다 항공기 및 열차 제조업체 봉바르디에에 팔려 지금은 사라졌지만 '안방 같은 안락한 여행'이라는 선전 문구는 아직도 장거리 가족여행을 추억하는 많은 사람의 기억에 남아 있다.

루크 리 미국 뉴욕대 교수는 경영학자라면 답하고 싶은 질문이 하나 있다고 말한다. 아이디어와 혁신이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공통점이 있을까. 그렇다면 무엇일까.

가장 흔한 방법은 '지식 찾기'였다. 쓸 만한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재조합하는 방법이다. 스포츠 음료를 예로 들어보자. 경기 내내 뚜껑을 돌려서 열고 닫기 불편하다. 손에 묻어 끈적여도 낭패다. 샴푸병 노즐은 안성맞춤 해결책이었다. 콜레스테롤 테스터는 CD플레이어에서 해답을 찾았다. 혈액 샘플을 시약에 떨어뜨리는 대신 스트립에 묻혀 측정기에 꽂으면 그만이다.

다른 한 가지 방법은 탐문이었다. 다른 종류로부터, 다른 세상으로부터 답을 찾지 않는다. 대신 해결책을 비교하고, 얘기를 맞춰 보고, 공통점이 뭔지 찾아 가는 방법이었다. 미국 민간 항공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우주여행을 생각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상용 로켓은 6500만달러나 했다. 10분의 1로 줄여야 했다. 결국 새 로켓을 개발하기로 한다. 간단한 2단 로켓에 재료도 저렴한 것을 찾았다. 연료도 값싼 액체 산소와 케로신을 썼다. 결국 700만달러에 팰컨 1 로켓을 만들어 낸다.

엔지니어이던 풀먼은 장거리 열차를 자주 탔다. 밤을 꼬박 새우기 일쑤였다. 승객들 모두 밤새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 풀먼은 유년 시절 종종 탄 패킷 보트를 떠올렸다. 자그마하지만 가족이 여행하기에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진 이것을 열차 칸으로 옮겨 보기로 한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리 교수가 찾은 혁신 경로도 동일하다. 실상 지식을 결합하는 방식은 두 가지 있었다. 한 가지는 다른 영역의 지식을 묶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더 깊이 이해해 나가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어떤 혁신은 탐색을 통해 나왔고, 다른 혁신은 탐문이란 방식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었다.

상식만큼 네트워크가 필수 요소도 아니었다. 많은 기업이 아이디어를 빌리는데 주목한 탓일 뿐 네트워크는 그 자체로 혜안을 주지 않았다. 사회학자 로널드 버트의 말처럼 지식은 누군가에게 모여서 다시 퍼져 나간다. 그러나 혁신과 창의성이 꼭 네트워크 브로커를 통하는 것도 아니었다.

한번 따져 보자. 우리는 어떤 혁신 방식을 정답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혹시 누군가의 방법을 성공 사례라 이름 붙여 찾고만 있지는 않은지. 기억해 두자. 혁신은 탐색만큼이나 탐문이란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