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26>가장 큰 난관은 '인사문제'

창업 후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 가장 먼저 직면하게 되는 난관 중 하나는 인사문제다.

창업 초 영세한 규모였을 때 모집했던 직원들에 비해 이제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뒤에 지원하는 직원의 역량이 훨씬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직원이 5명도 안 되는 작은 규모의 회사였을 때 지원하는 사람과 직원이 50명 남짓 되는 규모의 회사였을 때 지원하는 사람의 역량은 분명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26>가장 큰 난관은 '인사문제'

신규 채용한 직원의 역량이 기존 직원들의 역량보다 높다고 해서 이들을 상급자로 채용하거나 입사 이후 곧바로 승진시키기도 어렵다. 그렇게 될 경우, 창업 초기부터 오랫동안 동고동락해 온 기존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 심지어 회사에 배신감마저 갖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렇게 될 경우 이는 단순히 해당 직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 전반적인 분위기와 성과 창출 측면에 있어서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 어떤 사람도 자신의 역량이 다른 사람에 비해 부족하다거나 회사에 기여한 바가 적다고 자평하고 수긍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자신이 회사에 기여한 부분은 크게 해석하고 다른 사람들이 회사에 기여한 부분은 상대적으로 작게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인 행태다.

그렇다고 기존 직원의 입장만을 고려할 수도 없다. 회사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보다 역량 있는 인재를 수혈해 한 단계 높은 성과들을 창출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많은 벤처기업 중에는 기존 직원은 높은 직급으로 승진시켜 주는 대신, 역량 높은 경력직 신규 직원에게는 직급은 낮지만 높은 수준의 연봉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부장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는 대리 내지 과장들을 종종 마주치게 되는 것이 벤처기업의 특성이다. 현재 많은 급성장하고 있는 신생기업이 공통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이 이 부분이다.

사실 승진 문제는 기존에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한 기업조차도 쉽게 풀기 어려운 난제다. 가장 주된 이유로는 승진 메커니즘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구조적 모순에 기인한다. 승진은 낮은 직급에서의 업무 성과를 바탕으로 높은 직급의 업무 적합자를 선정하는 프로세스다.

하지만 하위 직급에서 요구되는 역량 내지 지식과 상위 직급에서 요구되는 역량 내지 지식은 전혀 다를 때가 많다. 예를 들어 하위 직급에서는 일명 '잡무'라 표현되는 단순 문서 처리, 행정처리, 결제처리 등의 업무가 주를 이룬다. 그리고 이러한 업무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덕목은 성실함, 꼼꼼함 등일 것이다.

하지만 상위 직급에서는 전혀 다른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요구되는 역량 또한 달라진다. 하위 직급에서는 중요시 여기지 않았던 측면인 리더십, 직관, 의사결정능력, 대외교섭력 등의 역량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역량은 꼼꼼하다고 해서, 성실하다고 해서 자연발생적으로 얻어질 수 있는 역량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는 고민에 빠진다. 리더십이나 문제해결능력, 의사결정능력 등의 소양은 다소 부족하지만 성실함과 꾸준함을 갖춰 낮은 직급에서 높은 성과를 거둔 사람을 승진시키는 것이 옳은 일인지 아니면 하위 직급에서는 매번 덤벙거리고 꼼꼼함이 부족해 문서 처리 하나 못했지만 특유의 리더십과 소통능력, 문제해결능력을 겸비한 사람을 승진시키는 것이 적합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이 문제는 결코 쉽게 답을 내기 어려운 문제다. 세계적인 경영학자 내지 경제학자 누구도 이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하지는 못했다.

이상에서 설명한 구조적 모순은 급속히 성장하는 신생기업의 경우에는 더욱 첨예하게 직면하게 되는 문제다. 기존 직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신규로 채용하게 되는 직원까지 가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신생기업은 아직까지 인사관리의 노하우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슬기롭게 풀 수 있는 역량마저 미흡한 경우가 많다. 지금 적지 않은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이 있다면, 조만간 이상에서 설명한 딜레마에 직면하게 됨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