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27> 성공 사업가의 목적은 사익이 아닌 다른 데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성공한 벤처기업가 모습을 떠올려 보라는 요구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비범함과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정장과 구두보다 청바지와 스니커즈를 즐겨 입는 20~30대 초중반 청년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래리 페이지, 마윈, 손정의 등이 처음 창업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이런 편견이 형성된 것이다.

[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27> 성공 사업가의 목적은 사익이 아닌 다른 데 있다

성공한 벤처기업가에 대한 터무니없는 편견은 일반인뿐만 아니라 유관 분야 전문가 사이에서도 종종 목격된다. 기업가정신과 리더십을 연구하는 학자 중에서는 성공한 최고경영자의 공통점을 찾고자 그들의 개인적인 공통점을 조사하여 발표한 바 있다.

일례로 미시간대학 연구팀은 성공한 CEO 대부분은 부모가 이혼하지 않은 중산층 가정 출신 장남이며, 이들은 일반적으로 키가 크고, 술은 즐겨 마시지만 흡연 비율은 평균보다 낮다고 발표했다. 해당 연구팀은 이들은 평균 이상의 교육 수준을 갖췄지만, 아이비리그와 같은 최고 수준의 명문대 출신이기보다는 주립대 출신이 많고, 학창 시절 소액이라도 자신이 직접 벌어서 학비를 충당한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상에서 열거한 사실들은 창업을 통해 성공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CEO의 덕목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우리 주변에 성공한 CEO 대부분은 놀라울 정도로 공통점이 없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부터 통상적인 수준의 학력과 지식을 보유한 사람들까지, 높은 덕망과 인품을 가진 CEO부터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이케아(IKEA)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 제트블루 창업가 데이비드 닐먼과 같이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ADHD)를 겪고 있는 CEO도 있다.

그렇다고 남다른 창의력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아니다. 남들이 이미 개발한 약을 복제해 만든 약을 판매해 커다란 성공을 거둔 기업인도 있으며,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한 커피숍을 세계적인 체인점으로 만들어 성공한 기업인도 있다.

그렇다면 성공한 CEO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성공적인 창업가의 첫 번째 공통점으로 사업에 대한 열정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열정의 근간이 큰 돈을 벌겠다거나 큰 명예를 얻겠다는 등 사리사욕과 같은 개인적 목적에 있는 것이 회사 설립과 운영을 통해서 환경 보호에 기여하겠다든가, 국가와 지자체 발전에 기여한다든지, 기술을 통한 삶의 편리성을 높이겠다는 등의 공적인 목적 아래 유발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는 지금 창업을 꿈꾸는 우리나라의 예비창업가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표면적으로는 우리나라 역시 1990년대 이후 공익 재단 설립이 본격적으로 이뤄져 현재 등록된 것만도 5000개가 넘는다. 수치만 보면 사회적 활동에 관심이 많은 기업가 내지 자산가들이 많은 듯하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들 재단 법인 대부분은 편법 상속과 절세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5000개에 달하는 공익재단 중에서는 절반 이상의 재단 홈페이지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공익적 목적의 선한 열정만으로 창업에 성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선한 열정은 이후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적인 열정으로 무장한 CEO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게 만든다. 단순히 돈이 목적인 사업가라면 거래처를 속이거나 소비자를 속이려는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있다. 또 협력회사와 지속적인 상생모델 구축보다는 어떻게든 자신의 이익 규모를 늘리기 데만 관심을 둘 것이다.

지금 창업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이 창업하고 싶은 이유 중 선한 목적이 얼마나 담겨 있는지 반드시 되돌아보길 바란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