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28>창업 준비시 설문조사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28>창업 준비시 설문조사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한국의 기업가는 어느 나라보다 분석적인 의사결정 스타일을 보이고 있다. 연세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국내 기업체 과장급 이상자들을 대상으로 의사결정 유형을 파악하기 위한 '인지 스타일 척도(CSI)'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 관계자의 CSI 점수는 평균 45.5점(최저 11점∼최고 68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평균(41.8점)보다 3.7점 높은 결과로, 국내 기업 리더는 다른 나라 경영자보다 분석적인 의사결정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멕시코 벤처 사업가는 45점, 중국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42.8점, 호주 IT 설계자는 41.9점, 미국 벤처 사업가는 40.7점을 기록했다. 이러한 여타 국가의 CSI 지수 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우리 기업 리더는 의사결정 방식으로 분석적 스타일을 크게 선호하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많은 예비창업자들이 사업계획서를 논리적 구조와 분석적 자료만으로 가득 채워오는 경우가 많다. 시장을 바라보는 남다른 직관 내지 자신만의 관점보다는 시장 현황 분석, 경쟁사 분석, 소비자 수요 조사 등만 열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직관 등을 활용한 의사결정 스타일 내지 감성적인 의사결정 스타일이 분석적인 의사결정 스타일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각각의 의사결정 스타일마다 나름 장단점이 있다. 따라서 창업가가 유념해야 할 것은 자신의 의사결정 스타일이 어떠한지를 명확히 이해하고, 이러한 의사결정 스타일이 내포하고 있는 장단점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있다. 더 나아가 자신의 의사결정 방식의 근거자료가 내포하고 있는 한계점을 인지해야 한다.

분석적인 의사결정을 선호하는 국내 기업가 내지 창업가의 경우 가장 크게 의존하는 근거자료는 다름 아닌 설문조사 내용이다. 일견 설문조사 결과는 나름 신뢰할 수 있는 자료라 생각하기 쉬우나 설문 결과를 무조건 맹신해선 안 된다. 특히 소비자의 개인적인 취향을 물어보는 질문에 대해서는 방어 기재가 작동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이혼 사유 1, 2위는 경제적인 이유와 성격차이 정도로 구분된다.

하지만 실제 이혼 상담을 수행해 본 많은 이혼변호사들이 설문조사 결과보다 경제적인 이유가 더 크다고 설명한다. 이는 설문 시 돈 때문에 이혼한다고 대답하는 것보다 성격차이 때문이라고 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방어 기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결국 제품 기획 내지 마케팅 전략 수립 과정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이 들어나는 질문으로 조사된 설문조사 결과들은 응답자의 방어 기재로 인해 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설문조사 결과를 무작정 신뢰하기 힘든 또 다른 이유로는 인지적 한계성도 꼽을 수 있다. 사람들은 특정 질문에 대해 '실제로 그들이 하는 일'보다는 '그래야 한다'는 당위를 바탕으로 상상한 현실(imagined reality)을 두고 답변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뉴욕타임스에서 화장실에 다녀온 뒤 손을 씻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95%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미국미생물협회가 미국 다섯 개 도시의 붐비는 화장실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실제로는 여성의 67%, 남성의 58%만 손을 씻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상에서 열거한 일련의 사실은 소비자들이 설문조사에 임할 때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함(social desirability)'을 고려해 '의도된 답변'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결국 예비창업자가 기억해야 할 것은 소비자는 자신의 실제 심리 내지 성향과 무관하게 '사회적으로 옳은' 답을 할 수도 있으며, 설문 기획자의 의도에 맞춰서 응답하는 사례도 많다는 점이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