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과학자]김두헌 KERI 나노융합기술연구센터 선임연구원

[대한민국 과학자]김두헌 KERI 나노융합기술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인체에 적용할 소재는 안전 검증에서 임상 시험, 인허가까지 철저해야 합니다. 개발 초기부터 지금까지 안전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내가 개발한 기술이 곳곳에서 쓰이고 우리의 삶을 개선시켜 준다면 과학자로서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있겠습니까.”

김두헌 한국전기연구원(KERI) 나노융합기술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전기화학 나노 표면처리' 분야에서 국내 최고 역량을 갖춘 과학기술인이다.

그는 최근 치과용 임플란트 표면을 나노미터(㎚)급으로 거칠게 만들 수 있는 나노 표면처리 기술을 개발, 기업에 이전했다. 나노급으로 표면 처리된 임플란트는 골유착성을 비롯한 생체 적합도가 높아 시술 후 환자의 치유기간을 크게 단축시켜 준다.

기존 임플란트는 샌드블라스팅 과정을 거쳐 황산이나 염산을 이용한 에칭공정으로 표면을 거칠게 만들었다. 강산을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떨어졌고, 표면 거칠기도 마이크로미터(㎛)급 이상만 가능했다.

레이저 가공, 나노 임프린팅, 양극산화 방식 등 최근 등장한 공정기술은 나노 수준의 거칠기를 구현할 수 있지만 수십억원에서 수백억 원에 달하는 고가 장비가 필요하다. 가공 시간도 오래 걸려 대량생산 공정에 적용하기 어렵다.

김 연구원은 '전기화학 나노 표면처리 기술'을 개발해 이러한 문제를 한번에 해결했다.

이 기술은 전기화학적 처리 공정으로 임플란트 표면 거칠기를 나노급으로 만들 수 있다. 강산을 사용하지 않아 표면에 불순물이 남지 않는다. 저비용 공정이라는 장점과 함께 대량생산, 입체가공에도 문제가 없는 신공정기술이다.

김두헌 선임연구원(왼쪽)은 전기화학 나노 표면처리 기술 개발 공로로 '이달의 KERI인상'을 받았다. 오른쪽은 최규하 KERI 원장.
김두헌 선임연구원(왼쪽)은 전기화학 나노 표면처리 기술 개발 공로로 '이달의 KERI인상'을 받았다. 오른쪽은 최규하 KERI 원장.

그는 2007년 독일 유학 시절, 나노구조가 생체적합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금속 표면에 나노급 패턴을 입힐 수 있는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국내 업체들을 만나보니 나노 표면처리 기술을 임플란트에 적용하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의료 분야라서 선제 적용에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이를 설득해 기술 개발에 참여시키고 기술을 이전하기까지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 기술을 먼저 치과용 임플란트 표면처리 공정에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정형외과용 임플란트, 스텐트, 인공심장 등 다른 생체금속의 표면처리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어 전기, 전자, 기계산업의 특수 금속처리 분야와 자동차, 선박, 항공 등 대면적 표면처리로 응용 영역을 넓혀간다는 목표다.

김 연구원은 “치과용 임플란트 표면처리 기술 특허를 국내외에 출원했다. 지식재산권을 확보해 해외에도 이 기술을 적극적으로 알려 국산 임플란트 수출에 기여하겠다”면서 “올해부터는 나노 표면처리 기술의 적용 분야와 응용 확대를 위한 중장기 연구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