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급감한 디스플레이 국책R&D 숨통 틔었다...예타사업 5230억원 확정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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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0억원 규모 디스플레이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 조사 사업이 최종 심사를 통과했다. 디스플레이 산업계와 학계 후방 생태계 조성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디스플레이 국책 과제 신규 예산은 매년 줄어 올해 15억원까지 축소됐다. R&D 국책 과제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신성장 동력 발굴이 어렵다는 우려가 높았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한 디스플레이 예비타당성 조사 사업이 5230억원 규모로 최종 심사를 통과했다.

당초 산업부는 8410억원 규모로 제안했다. 경제성 평가를 거치면서 인프라 구축 등 사업 전반이 조정돼 60% 수준으로 결정됐다. 통상 예비타당성 사업이 경제성 평가 과정에서 절반이나 3분의 1 수준까지 크게 줄어드는 경향을 감안하면 상당히 성공한 결과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예타 사업은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비롯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확보, 후방산업 경쟁력 강화, 다품종 소량 생산 체계 정립 등을 목표로 기획됐다. 이를 바탕으로 2025년까지 생산 원가 50% 이상 감축, 시장 점유율 70% 이상 달성, 기술 격차 3년과 생산 격차 5년 확보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7년 동안 추진하는 예타 사업이 통과함에 따라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인 2세대 규격의 일괄공정 R&D 라인도 조성하게 됐다. 후방 기업이 대기업 생산 라인에서 제품을 테스트할 기회를 갖기 어려운 점을 감안, 예타 사업으로 충남에 2세대 규격의 R&D 라인을 조성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재료, 부품 등 다양한 분야 중견·중소기업이 해당 라인에서 자유롭게 테스트하며 기술을 보완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충남 일괄공정 R&D 라인에는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도 적극 동참했다. 단가가 높은 핵심 공정 장비를 기증하는 등 예타 사업 완성도를 높이는데 동참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미 3세대 규격 노광기를 기증했다. 정부는 이 장비를 2세대 규격으로 개조, 사용키로 했다.

정부는 추후 상세 사업기획안을 마련해 예타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사업 기획, 시장 의견 수렴 등을 거치면 실제 사업은 내년 중순께 시작된다. 사업 첫 해인 내년도 관련 예산은 100억원 규모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과기혁신본부를 출범하고 예타 사업 심사 기간을 최소화하는 등 R&D 사업 혁신을 추진하면서 이번 예타 사업에도 긍정 영향을 미쳤다. 통상 심사 기간이 1년 훌쩍 넘게 걸렸지만 이번 사업은 최종 심사 통과까지 약 6개월이 걸렸다. 예산도 시장 의견을 반영, 축소 범위가 크지 않았다.

서광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은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이 중국의 위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번 사업을 바탕으로 신기술을 개발, 중국과 격차를 벌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면서 “백화점식, 나눠먹기식 국가 R&D가 아니라 시장 기반으로 업계가 주도해서 세부 사업을 기획·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