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44>아마존을 주저하게 하는 '쿠팡'

[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44>아마존을 주저하게 하는 '쿠팡'

최근 유니콘 기업 변화 가운데 한국으로서는 아주 반가운 소식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회사인 블루홀이 9월에 유니콘 기업으로 신규 등극한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최근 쿠팡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조원 넘게 투자를 받아 기업 가치가 90억달러(약 10조3000억원)로 껑충 뛰었다는 소식이다. 현재 192개 유니콘 기업 가운데 기업 가치 19위로 올라섰다. 국내 언론은 최근 3년 동안 매년 5000억~6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쿠팡이 기사회생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런 걱정은 피상에 불과한 일이다.

왼쪽부터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와 김범석 쿠팡 대표
왼쪽부터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와 김범석 쿠팡 대표

거대한 혁신 유통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투자와 인프라 건설이 필요하다. 전자상거래 효시이자 선두 주자 아마존도 1995년 설립과 1997년 상장에도 2003년이 되어서야 흑자로 돌아섰다. 그 과정에서 제프 베저스 최고경영자(CEO)는 미래 성장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당장의 이익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매출 성장과 고객의 꾸준한 증가 및 충성도에 주목했다. 그 결과 아마존은 지금 시가 총액에서 세계 2위를 달린다. 이익도 기하급수로 증가하고 있다.

쿠팡도 그동안 꾸준한 혁신으로 한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했다. 초기에는 미국 그루폰을 흉내 낸 소셜커머스 회사로 시작했다. 쿠팡의 성공은 지금 그들이 벤치마킹한 그루폰 기업 가치와 비교하면 자명해진다. 그루폰 주가 총액은 약 2조원으로, 쿠팡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쿠팡의 일차 성공은 일부 큰 할인 품목만 취급하는 소셜커머스에서 일반 전자상거래 회사로 전환하고, 고객이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통찰력으로 로켓배송을 도입하면서였다. 30대 주부이자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젊은 직장 여성의 바쁜 일상에 주목, 그들이 긴급히 원하는 상품을 주문 몇 시간 만에 배달해 줌으로써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이후 외부 걱정과 달리 쿠팡은 고객의 꾸준한 증가와 높은 유지율, 늘어나는 평균 매출액을 제시하면서 투자자 신임을 쌓아 왔다. 쿠팡은 한국의 지리 및 사회 특성을 적극 활용, 세계에서 가장 빠른 배송을 하는 회사다. 한국은 이미 세계에서 다섯 번째 큰 전자상거래 시장이고, 곧 일본과 영국을 제치고 세계 3위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 예상된다. 이튿날 배송으로 소비자를 감격시키는 아마존도 한국 시장 진출을 망설이는 이유다.

쿠팡은 초기에 국내 유통회사 임원을 대거 영입했지만 그들은 김범석 쿠팡 대표의 사업 모델을 이해하지 못하고 떠났다. 김 대표가 일궈 가고 있는 회사는 정보기술(IT) 회사고 빅데이터 회사다. 모든 의사결정은 데이터로 증명돼야 한다. 지금 임원진 대부분은 글로벌 IT 기업 경험이 많은 외국인으로 구성돼 있다. 빅데이터는 데이터 기반 과학 경영을 하는 회사에서만 쓸모가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거대한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창업자 자질과 혁신 아이디어다. 김 대표는 글로벌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좋은 경험과 배경이 있다. 대기업 해외 주재원으로 있던 아버지를 따라 중학생 때 미국에 가서 명문 고교를 졸업했고, 하버드대 정치학과 재학 중에 교환학생으로 서울대 법대도 다녔다. 그리고 학생 시절인 1998년 20세가 되던 때에 잡지 '커런트'를 창업, 3년 후 뉴스위크지에 매각하고 잠시 컨설팅 회사를 다녔다. 2004년에 명문대 출신을 위한 월간지를 제작하다가 2009년에 매각하는 등 김 대표는 연쇄 창업가이다. 두 번째 회사 매각 후 하버드대 경영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치고 하버드에서 만난 동료들과 쿠팡을 창업했다.

이는 연쇄 창업가 전형이다. 글로벌 다문화 경험이 있거나 우수한 팀으로 글로벌 투자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을 갖췄다. 물론 쿠팡은 한국의 척박한 사업 환경에서 많은 도전에 직면해 왔다. 택배기사 이익을 대변하는 화물운송법에 의해 끊임없이 도전을 받아 왔다. 그래서 택배기사를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하는 비용 부담도 있다. 공유경제 모델에 의해 물류를 싸게 활용하는 해외 전자상거래와 대비되는 일이다.

이제 쿠팡은 더 튼튼한 혁신 인프라를 구축할 총알을 마련했다. 쿠팡이 속도에 익숙한 한국 고객을 상대로 만들고 있는 혁신 모형을 가다듬어 아마존의 국내 진입을 막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오프라인 유통회사에 위협이 되면서 해외 시장에서 아마존을 위협하는 당당한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은 김범석 대표의 꿈과 비전이다. 그러나 그렇게 성장하도록 우리 사회가 함께할 것인지 지금처럼 이해 집단의 지대 추구 행위를 뒷받침하는 규제로 계속 들볶을 것인지는 우리사회가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기를 성공할 수 있을지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