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과학향기]우리은하 옆에 숨은 괴짜 유령 은하가 있다?

◇우리은하의 '숨겨진' 위성은하 발견

우리은하 옆에서 발견되지 않고 숨어 지내던 거대한 '유령 은하'의 존재가 드러나 학계 주목을 받고 있다. 흔히 은하수로 불리는 우리 은하의 가장자리 뒤편에 최근 놀라울 정도로 희미한 왜소은하 하나가 숨어 있는 것이 발견된 것이다.

국제 천문학 연구진은 유럽우주국(ESA)의 '가이아 위성' 관측 자료를 검토하면서 예기치 않게 유령처럼 희미한 은하 '안틀리아2(Antila2)'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KISTI과학향기]우리은하 옆에 숨은 괴짜 유령 은하가 있다?

이른바 '안트2(Ant2)'라는 약자로 불리는 이 왜소은하는 우리 은하의 위성은하로, 공기펌프자리(constellation of Antlia) 방향으로 약 13만 광년 거리에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우리은하 크기의 3분의 1쯤 되는 이 안트2 은하는 지금까지 우리은하 근처에서 확인된 위성은하 60여개 중에서 가장 크다고 알려진 '대마젤란 은하'(LMC)만큼이나 크다. 그러나 밀도가 극도로 낮은 탓에 거기서 나오는 빛은 마젤란 은하에 비해 1만 분의 1 수준으로 어두워 지금껏 발견되지 않았다. 이런 연유로 안트 2는 '유령 은하'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이처럼 광도가 낮은 은하는 보통 별의 생성 속도가 아주 느리며, 초신성의 출현도 극히 희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틀리아2가 이제껏 발견되지 않고 있었던 이유는 단순한데, 이 은하가 놓인 자리가 지구에서 볼 때 관측하기가 지극히 어려운 장소라는 점 때문이다. 우리은하 평면에 가까운 이 지역은 짙은 우주먼지와 밀집한 밝은 별들이 이 은하의 발견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다.

지구에서 관측한 유령 은하 안틀리아2(점선 동그라미)와 우리은하(왼쪽 하단), 대마젤란 은하(오른쪽 하단)의 모습. (출처:가브리엘 토레알바, 바실리 벨로쿠로프, 세르주 브루니에/ESO)
지구에서 관측한 유령 은하 안틀리아2(점선 동그라미)와 우리은하(왼쪽 하단), 대마젤란 은하(오른쪽 하단)의 모습. (출처:가브리엘 토레알바, 바실리 벨로쿠로프, 세르주 브루니에/ESO)

◇우리은하의 주변 환경

우리은하도 우주 속에서 홀로 뚝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한 가족의 일원으로 존재한다. 그 가문의 이름은 국부 은하군이라 하는데, 지름 5백만 광년 범위 안에 우리은하를 포함해서 약 50~60개의 은하가 중력으로 묶여 있다. 국부 은하군 중 크기가 비교적 큰 은하로는 우리은하, 안드로메다 은하, 삼각형자리 은하 등이고, 그중에서 안드로메다 은하와 우리은하가 질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서로 중력으로 영향을 미치며 공전하고 있다.

국부 은하군보다 더 큰 단위로는 은하단이란 게 있다. 국부 은하군은 1만여개 이상의 은하로 이루어진 처녀자리은하단 끝 외곽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 은하단 중심부로부터 6500만 광년 떨어져 있다. 국부 은하군은 주위의 은하군들과 함께 초속 600km의 속도로 처녀자리 은하단의 중력에 끌려가고 있는 중이며, 그 방향은 바다뱀자리를 향하고 있다.

국부 은하군 속의 우리은하는 60여개의 왜소은하를 위성은하로 거느리고 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지름 2만 광년인 대마젤란 은하이고, 그밖에 용골자리 왜소은하, 용자리 왜소은하, 사자자리 왜소은하Ⅱ, 소마젤란 은하 등이 있다.

이론적 계산에 따르면 우리은하 주위에 백여개의 왜소은하가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까지 발견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은하가 성장하면서 과거부터 끊임없이 주위의 은하를 합병했거나, 은하수를 따라 관측 불가능 지역에 여럿 분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이아 위성을 통해 알아낸 유령 은하 안틀리아2(오른쪽부터 순서대로)와 우리은하, 대마젤란은하의 크기 비교 모습.(사진=바실리 벨로쿠로프, 앨리슨 스미스 등)
가이아 위성을 통해 알아낸 유령 은하 안틀리아2(오른쪽부터 순서대로)와 우리은하, 대마젤란은하의 크기 비교 모습.(사진=바실리 벨로쿠로프, 앨리슨 스미스 등)

◇유령은하가 더 많이 있다?

이번에 발견된 안틀리아2는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왜소은하 중 하나로 추정되는데, 질량이 같은 크기 은하보다 100배나 적고 거느린 별 수도 훨씬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덩치만 크지, 성글기 짝이 없는 은하인 것이다. 현재의 은하형성 모델로는 안틀리아2 크기에 질량이 이처럼 낮고 LMC보다 1만 배나 희미한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한다.

안트2가 이처럼 적은 질량을 지닌 이유는 우리은하의 조석력에 의해 빼앗긴 것이라는 단순히 설명도 있지만, 조석력으로 질량을 잃으면 보통 크기가 줄어들지 안트 2처럼 큰 것은 아직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지적이 있다. 물론 이 은하에서 항성 진화가 활발한 탓에 그 크기가 커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이지만, 이 '괴짜' 은하의 비정상적인 크기와 광도 탓에 어떤 과정이 원인이 됐는지는 여전히 불명확하다.

항성 약 17억 개에 관한 가이아 위성의 관측자료를 기반으로 만든 우리은하와 이웃 은하들의 모습.(출처=ESA/Gaia/DPAC)
항성 약 17억 개에 관한 가이아 위성의 관측자료를 기반으로 만든 우리은하와 이웃 은하들의 모습.(출처=ESA/Gaia/DPAC)

안트2가 던진 큰 질문 중 하나는 얼마나 많은 왜소은하가 우리은하 주위에 숨어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학자에 따라서는 우리은하 주변에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위성 왜소은하가 1~3개 정도 더 있을 수 있으며, 각 은하는 10만개 이상의 별들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안트2가 크기 대비 질량과 밝기 등에서 다른 60여개의 위성은하와 차이가 너무 현저해, 현재의 은하 형성 모델에 어떤 중요한 부분이 빠져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를 입증하려면 안트2 사례만 갖고는 부족하고, 더 많은 유령 은하의 발견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과연 안트2가 은하형성 모델을 바꿀 수 있을 것인지는 추가 연구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글: 이광식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