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53>스타트업이 남다른 회사 문화를 추구하는 이유

스타트업도 비록 작은 조직체이긴 하지만 엄연한 회사다. 따라서 효율적인 업무 수행 능력을 갖췄을 때 그만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많은 스타트업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남다른 아이디어 못지않게 회사 운영 방식 부분에서도 창의적인 시도를 한다.

여느 회사에 비해 1시간 늦은 출근 시간으로 직원이 편하게 출근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회사라든가, 퇴근할 때는 절대 인사하지 않고 퇴근하는 문화로 맘 편히 퇴근할 수 있도록 배려한 회사가 있다. 또 한 달에 한번 사내 로또 내지 경품 행사를 진행해 직원이 작은 꿈 내지 기대감을 갖고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 회사 등 저마다 다채로운 방식이 시도되고 있다.

많은 스타트업이 회사 운영에 있어 이처럼 남다른 방식을 추구하고자 하는 이유는 기존 회사와는 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기존 기업보다 더 높은 효율성을 발휘하기 위한 고심 속에 나온 시도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런 남다른 시도는 명망 있는 기존 기업들로부터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는 의도치 않은 성과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정형화된 방식으로 운영되는 기존 기업에 재직하는 직장인은 회사 업무에 커다란 회의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는 직장인 4000여명을 대상으로 기업 내 업무방식에 대한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 결과, 국내 기업 업무 처리 방식 종합점수는 낙제 수준인 45점(100점 만점)을 기록했다. 세부 사항으로는 업무 지시 과정에서 업무의 목적과 전략을 얼마나 분명히 하는지에 대해서는 30점, 업무지시와 배경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 주는지에 대해서는 39점, 업무를 수행하는 데 얼마만큼 충분히 권한을 위임해 주었는지에 대해서는 37점을 나타냈다.

해당 조사 결과는 사내 업무에 대한 이러한 저조한 평가가 이유를 설명해 주지도 않고 질문 자체도 용인하지 않는 소통문화의 부재를 꼽고 있다. 실제 본 연구에 참여한 많은 직장인이 '업무방식'하면 떠오르는 단어로 '비효율' '삽질' '노비' '위계질서' 등 부정적 단어를 연상하는 비율이 86%를 차지했다. 이에 반해 '합리적' '열정' '체계적'이라는 긍정적 단어를 연상하는 비율은 14%에 불과했다.

기존 기업에 대한 저조한 평가와는 달리, 창업한지 몇 년 지나지 않아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급성장한 '우아한 형제'는 많은 구직자가 입사하고 싶은 기업으로 꼽힌다. 특히 우아한 형제의 사훈 내지 회사 방침은 많은 사람의 관심 속에 이슈화된 바 있다.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이라는 제목 아래 나열된 회사 사훈들 중 '간단한 보고는 상급자가 하급자 자리로 가서 이야기 나눈다'라든가, '잡담을 많이 나누는 것이 경쟁력이다' '휴가 가거나 퇴근 시 눈치 주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은 때로는 익살스럽고 때로는 사원을 배려하는 마음이 잔뜩 내포되어 있다. 이런 사훈을 처음 접하면 왠지 이 회사는 유쾌하면서 상대를 배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우아한 형제가 한없이 자유분방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 '솔루션 없는 불만만 갖게 되는 때가 회사를 떠날 때다'와 같은 내용들은 회사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을 주지시키는 문구들이다.
지금 새로운 제품 내지 아이디어만 고민하고 있는 예비창업자가 있다면 회사 운영 방식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요인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53>스타트업이 남다른 회사 문화를 추구하는 이유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