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SI '일감 몰아주기' 규제망, 더 촘촘해진다…“경영 더 어려워질라”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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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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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기업의 시스템통합(SI)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규제망을 한층 촘촘하게 만든다.

SI 기업이 모호한 예외 규정을 악용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할 수 없도록 이르면 올 상반기 내에 행정규칙(예규)을 신설한다.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에 SI 등 내부 거래가 많은 업종의 일감 몰아주기 근절 방안을 담아 연내 종합대책을 수립, 추진한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중심에 SI 기업이 있다고 판단,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반면에 업계는 공공 시장 진출 제한으로 위축된 대기업 SI 계열사의 경영 환경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 몰아주기 심사 기준 개선을 위해 지난해 12월 60개 대기업집단(공시 대상 기업집단)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한 데 이어 이달까지 추가 의견을 받는다.

공정위는 의견 수렴, 관련 연구를 바탕으로 기존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규정 가이드라인'을 대체할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심사기준'(이하 심사기준)을 마련한다. 이를 위해 최근 관련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법적 근거가 없는 가이드라인으로 대기업을 규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국회입법조사처의 의견을 반영, 예규 형태로 심사 기준을 만든다. 심사 기준에는 'SI 기업 규제회피 방지' 방안이 주요 사안의 하나로 담긴다.

공정거래법상 '상당한 규모의 거래'는 일감 몰아주기 금지 규제에 해당할 수 있지만 효율성, 보안성, 긴급성이 인정되는 때에는 적용을 제외시킨다. SI 기업은 모호한 '보안성' 규정을 악용,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정위는 심사 기준에서 적용 제외 기준을 구체화, 규제 사각지대를 없앤다.

김상조 공정위원장도 보안성 규정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이 밖에 일감 몰아주기 행위의 유형별 위법 요건, 안전지대(시행령에 규정된 일정 기준 탈피) 해석도 구체화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기준을 좀 더 명확화·구체화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심사 기준 제정과 별개로 SI 등 내부 거래가 많은 업종에 특화된 일감 몰아주기 근절 방안을 마련한다. 해당 계획은 이르면 다음 달 이뤄질 대통령 업무보고에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아직 세부 계획을 얘기하기는 이르다”면서 “연구 용역을 거쳐 연내에 종합 개선 대책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SI 계열사에 대한 규제 강화는 예견된 일이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강조하며 총수 일가에 SI 등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팔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올해 '액션'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대기업 SI 계열사의 공공 시장 참여가 원천 배제된 상황에서 공정위 규제 강화로 그룹 내 사업까지 위축되면 경영난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룹 내 사업을 위해 설립된 SI 계열사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SI 기업은 특성상 내부 거래가 많을 수밖에 없다”면서 “지나친 규제는 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