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LG유플러스, 시장 추격자에서 선도자로···방송통신시장 지각변동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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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LG유플러스, 시장 추격자에서 선도자로···방송통신시장 지각변동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8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확정, 방송통신시장 '빅뱅'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5세대(5G) 이동통신과 미디어 융합으로 방송통신 선도자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료방송과 5G, 초고속인터넷, 알뜰폰 플랫폼은 물론이고 콘텐츠와 서비스 등 방송통신 전 분야에서 새로운 패권 경쟁과 더불어 변화의 소용돌이가 몰아칠 전망이다.

◇명분과 실리 챙겨

LG유플러스는 CJ ENM이 보유한 CJ헬로 지분 53.92% 중 50%+1주를 8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협상을 타결했다.

LG유플러스는 50%+1주 지분 확보로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는 물론이고 CJ ENM도 CJ헬로와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지 않고 주요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당초 LG유플러스가 CJ헬로 지분 전량을 1조원에 인수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8000억원으로 최종 결정된 것은 양사의 전략적 협력 여지를 남겨놓기 위한 타협점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실장은 “현재 주가에 비춰보면 지분 50%에 8000억원은 적정한 가격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8000억원은 LG유플러스의 연간 2조원 현금유동성을 고려했을 때 무리 없는 수준이다. LG유플러스는 자체 이사회 의결로 가능하지만 회사를 매각하게 된 CJ헬로 입장에서는 주주총회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

◇통신·방송 시너지 극대화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를 계기로 유료방송 시너지는 물론이고 5G 이동통신 시장 선도자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LG유플러스는 유료방송과 통신 플랫폼 사업규모를 단 번에 불리며 역전의 전기를 마련했다.

유료방송은 IPTV(402만명)와 케이블TV(420만명)를 합쳐 822만명, 유료방송 2위로 확장된다. 이동통신 가입자는 기존 1334만명에 CJ헬로 알뜰폰(79만명)을 더해 1400만명을 상회한다. 3위를 유지하지만 1400만명이라는 규모가 갖는 상징적 의미가 남다르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는 CJ헬로(78만명)를 더하면 478만명으로 3위를 유지하지만 2위 SK텔레콤·SK브로드밴드(550만명)와 격차를 100만명 이내로 줄어든다.

이 같은 가입자 기반은 LG유플러스가 신규 서비스 등을 출시할 때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충분한 협상력과 구매력을 확보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LG유플러스는 방송·미디어서비스 5G 기반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서비스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융합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5G 시대에는 초실감 미디어가 IPTV, 케이블TV, 이동통신을 넘나들며 그대로 활용 가능하다. 5G와 기가인터넷, UHD를 넘나드는 콘텐츠 개발을 지속하면서 거대 플랫폼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누릴 것으로 자신했다.

◇방송통신 시장 지각변동

LG유플러스는 CJ헬로 지분 인수로 정체된 방송통신 시장의 서비스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것을 중요한 명분으로 내세웠다.

방송통신 시장은 LG유플러스의 급격한 플랫폼 확대 충격에 대응해 자의건 타의건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당장 SK텔레콤 대응이 주목된다. SK텔레콤은 유료방송 분야에서 3위로 열세에 놓이게 되면서 티브로드(시장점유율 9%) 등 인수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양사 간 협상에 상당한 속도가 붙고 있다는 전언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로 발이 묶인 KT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처지다. KT는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한 케이블TV 인수 중단을 선언했지만 본사를 통한 인수 가능성은 남겨놨다. 국회 유료방송 합산규제 논의가 정체된 동안 딜라이브(시장점유율 6%) 등 인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KT로서는 LG유플러스에 이어 SK텔레콤의 케이블TV 인수가 가시화될 경우 상당한 명분도 확보할 수 있다.

방송통신 시장은 플랫폼 확대 경쟁은 물론이고 서비스 경쟁도 가속화될 조짐이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골프, 아동, 시니어 서비스 등을 킬러 콘텐츠로 내세우며 통신방송 플랫폼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맞서 SK텔레콤은 푹+옥수수 서비스 출시를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KT 또한 기존 3사 중 가장 큰 규모의 주문형비디오(VoD)를 바탕으로 신규 서비스를 지속 개발한다는 목표다.

이 과정에서 콘텐츠·미디어 산업 생태계를 고려한 투자 경쟁을 이어가는 일도 중요한 과제로 지목됐다. 거대 자본을 지닌 통신사 경쟁이 국내 미디어 산업 발전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LG유플러스는 추후 콘텐츠 투자 계획을 내놓을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방송통신 산업 관련 다양한 사업자와 협업을 지속해 선순환적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 인허가 심사를 고려해 방송 공공성과 보편성, 다양성, 지역성 등 공익 가치를 유지하고 제고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혁주 LG유플러스 부사장은 “CJ헬로 지분 인수를 통해 방송통신 융합을 선도할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하고 정체된 방송통신 시장 서비스 경쟁을 촉진해 5G 시대를 선도하겠다”이라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