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의 위기...1호 플랫폼 절반 이상 문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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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펀딩 플랫폼 1호 기업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다. 정부의 활성화 방침에도 인가 반납이 이어지고 있다. 소액다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성장기업을 키우겠다는 청사진은 출범 3년 만에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섣부른 제도화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분석이 이어진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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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인크는 이달 초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 인가를 반납했다. 인크의 인가 취소에 따라 2016년 1월 출범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5개사 가운데 남은 업체는 와디즈와 오픈트레이드 두 군데만 남게 됐다.

고훈 인크 대표는 “아직 폐업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크라우드펀딩 업종이 더 이상 사업성이 없다는 판단에 인가를 반납했다”면서 “소액공모 등 다른 방식으로 소액다수 투자자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다른 형태의 투자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은 2016년 1월 와디즈, 오픈트레이드 등 총 5개 사업자를 통해 처음 시작한 자금조달 방식이다. 중소기업특화 증권사도 크라우드펀딩에 뛰어들었다.

출범 당시 증권형, 대출형, 보상형 등으로 구분되어 있던 소액자금 조달 창구를 제도화했다. 증권신고서 제출 없이도 성장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손쉽게 일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인크의 인가 반납으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1호 업체는 단 두 군데만 남았다. 출범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금융위로부터 인가 취소를 받은 신화웰스펀딩을 비롯 지난해 인가를 자진반납한 유캔스타트에 이어 인크까지 인가를 반납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부동산신탁, 금융투자업 등 금융위 인가를 받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수합병(M&A) 등 인가 장사를 할 수 있음에도 자진 반납했다는 사실은 크라우드펀딩 업종의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면서 “제도 개선에도 더 이상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출범 3년여가 지났지만 쉽사리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국내 크라우드펀딩 시장 규모는 올해가 돼서야 1000억원을 간신히 넘겼다. 이 가운데 대다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1위 업체인 와디즈가 약 80%를 독식하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중기특화 증권사 대다수는 사실상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관심을 접고 있다. 중기 특화 증권사 인가 획득 주요 배점 사항으로 크라우드펀딩 운용 여부가 포함됐기 때문에 운영하고 있다는 반응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개인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투자하는 개인투자조합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983억원에 이른다. 2016년 725억원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개인투자조합은 사모형식의 자금 모집이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세제 혜택 등의 정부 지원에 힘입어 최근 비상장 유망 기업 자금 조달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다.

회수 시장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크라우드펀딩 기업의 자금 회수를 위해 개설한 한국거래소 스타트업 시장(KSM)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그나마 거래 실적을 올리던 기업조차 KSM을 이탈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훈 인크 대표는 “물론 사업을 접은 상황에서 정부의 크라우드펀딩 정책을 지적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의미있는지 모르겠다”면서도 최근 크라우드펀딩 시장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고 대표는 “크라우드펀딩 사상의 핵심은 소액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기업의 성장을 이끌 겠다는 것”이라며 “과연 정부의 크라우드펀딩 정책이 얼마나 기업을 위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크라우드펀딩 업계 관계자는 “이제야 금융위에서 크라우드펀딩 관련 규제를 풀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이름은 개인간(P2P) 대출, 암호화폐공개(ICO), 유사수신 등에 의해 의미가 없어진 상황”이라며 “굳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활용할 계기가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