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57>독일 전차군단이 만드는 모바일 은행 'N26'

[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lt;57&gt;독일 전차군단이 만드는 모바일 은행 'N26'

설립 5년 만에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한 유니콘 기업이 있다. 독일 N26는 기업 가치 27억달러(약 3조원)를 인정받고 있다. 기업이 주목 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독일에서 출발한 핀테크 기업이라는 점이다.

대체로 독일은 제조업 중심으로 발전했다, 국제 금융회사로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 독일, 일본, 한국, 중국 등 신흥 산업 국가 가운데 제조업 중심으로 발전하는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거대한 글로벌 영어권 시장을 두고 있지 않다. 프랑스, 스페인, 영국처럼 식민지 시장도 없다. 언어, 문화, 제도가 다른 나라에서 서비스업으로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나 독일과 같은 언어·문화 장벽이 있는 나라는 제조업 중심으로 시장을 개척해 간다. 우리나라 금융회사가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N26는 전차부대로 불리는 독일의 투박한 제조업 중심 이미지와 전혀 다른 성공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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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6는 '넘버 26'라는 이름으로 2013년에 대학 동기인 발렌틴 슈탈프와 막시밀란 타이엔탈이 창업해서 2015년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N26는 24개국에서 고객 250만명 이상을 두고 있다. 예수금 잔액이 1조원, 월 거래액이 2조원 가까이 된다. 독일 베를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미국 뉴욕 사무실에서 700여명의 적은 직원으로 운영하면서도 유럽 대부분 국가와 브라질, 미국에도 상륙했다. 이제 아시아를 넘보면서 영국에서 시작한 온라인 은행과 함께 글로벌 은행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런 성공에는 유럽연합(EU)의 금융 산업 경쟁을 통한 금융 혁신 의지가 도움으로 작용했다. EU는 금융회사로 하여금 신설 회사에 금융거래 정보 협조를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유럽 내 은행 거래 정보를 신설 핀테크 회사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슈탈프와 타이엔탈은 처음에 기존 금융회사와 협력해서 간편 송금을 도와주는 서비스로 시작했다가 유럽 은행 사업 인가를 받으며 변신을 시도했다.

거대한 유럽 시장은 막대한 부동산 투자가 필요한 '지점 중심'의 전통 방식으로는 침투할 수가 없다. 이 두 공동창업자는 독일의 전통 기업과 달리 거대한 EU 시장을 위해 처음부터 독어,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다국어를 지원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시작했다. 지점이 하나도 없는 모바일 은행으로 시작하며, 21세기 은행 혁명을 스마트 기술에서 찾고 있다.

모바일 은행의 장점은 기존의 무거운 전산 시스템이 아닌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이는 초기 투자를 대폭 낮춰 기존 은행에 원가 경쟁력에서 앞설 수 있다. 대체로 모바일 은행은 기존 은행에 비해 40% 정도의 낮은 원가 구조로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모바일 은행은 금융 정보를 회사 밖에다 저장하지 못한다는 규제로 인해 기존 은행과 다를 바 없는 전산 투자가 요구된다.

창업자 슈탈프는 창업 경험이 풍부했고, 타이엔탈은 금융 전문가다. N26 투자자 가운데에는 페이팔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의 발라벤처스, 홍콩 대재벌 리자청의 호라이즌벤처스, 싱가포르의 국부펀드, 텐센트와 알리안즈의 벤처 투자 회사가 참여했다. 지금까지 5억달러 이상 투자를 받은 것도 N26의 성공 비결이다.

N26는 금융 선진국으로 평가 받지 못하는 독일에서 성장한 사례로, 우리 금융 산업에도 희망이 될 수 있다. N26의 성공 배경에는 모바일 기술과 글로벌 경쟁력을 염두에 두고 규제를 선제 개혁하려고 한 EU의 정책 환경이 뒷받침됐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금융 당국과 정치권은 금산분리 족쇄와 과도한 금융정보 규제로 경쟁력 없는 모바일 은행을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디지털금융이 글로벌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은 열리지 않고 있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